책소개
프랑스 초기 낭만주의의 선구자 샤토브리앙이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진 작품
이 작품은 초고에서 출판까지 무려 3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거듭된 첨삭으로 인해 《나체즈족》에는 서사시를 비롯해 철학 소설, 범죄 소설, 기독교의 경이로움을 다룬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내용과 문체가 섞여 있다. 그래서 당시의 비평가들이나 독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한 작품이 됐지만, 같은 이유로 샤토브리앙은 이 작품에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샤토브리앙처럼 될 것,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샤토브리앙처럼 되고 싶었던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그만큼 샤토브리앙은 당대의 젊은이들과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프랑스 초기 낭만주의의 선구자로 불린다. 《나체즈족》에는 광활한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과 나체즈 부족 인디언들의 풍습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낭만주의의 한 특징인 이국적 취향과 종교적 감정, 죽음에 대한 성찰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영혼의 동반자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작품
이 작품은 누이인 아멜리의 치명적인 고백에 프랑스를 떠났던 르네가 북미 대륙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누이인 아멜리와의 불행한 사랑 때문에 세상과 단절하고 고독 속에서 방랑하던 르네는 미시시피강 가의 나체즈족 인디언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는 르네. 그가 인디언 친구 우투가미즈와 자신의 아내 셀루타와의 관계에서 보여 주는 헌신적인 우정과 사랑, 그리고 고통은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하며 영혼의 동반자를 갈망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자평
프랑스 낭만주의의 선구자 샤토브리앙이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진 작품이다 북미 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프랑스인 르네의 사랑과 우정, 고통과 방황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도 존경해 마지않았던 샤토브리앙.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이 작품을 통해 언어의 ‘마술사’로 불린 샤토브리앙의 매력적인 문체를 느낄 수 있다.
지은이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François-René de Chateaubriand)
1768년 프랑스의 생말로에서 브르타뉴 지방의 오래된 귀족 가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787년에는 형의 장인인 말세르브의 도움으로 루이 16세를 알현하게 되고 사교계에 데뷔해 자유분방한 생활을 시작했다. 1791년에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 저술의 밑바탕이 되는 중요한 경험이었으며, 1792년에는 셀루타의 모델이 되기도 한 셀레스트와 결혼을 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 1793년부터 영국에서 혹독한 망명 시절을 보냈다.
파리로 돌아온 후 1801년에 ≪아탈라≫를, 1802년에는 나폴레옹의 보호 아래에서 ≪르네≫가 수록된 ≪기독교의 정수≫를 발표했다. 이 작품들의 대성공으로 인해 샤토브리앙은 프랑스 낭만주의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렸다. 이어서 1809년에 ≪순례자들≫, 1826년에 ≪나체즈 족≫이 포함된 ≪전집≫을 발간하고 1844년에는 ≪랑세의 삶≫을 출판했다. 샤토브리앙은 그 후 ≪무덤 너머의 회상≫을 30여 년에 걸쳐 집필했다. 또한 샤토브리앙은 왕정파의 일원으로서 두 번의 장관직과 영국 대사를 비롯한 세 번의 대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1848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루이 16세 치하, 프랑스 대혁명, 나폴레옹 치하, 왕정복고 등의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정치가로, 작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샤토브리앙처럼 될 것,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빅토르 위고가 말했을 정도로 당대의 젊은이들과 후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옮긴이
문미영
1971년 충남 강경에서 태어났다. 한남대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의 디종과 파리에서 공부했으며 스탕달과 샤토브리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 전공 교수로 있다. 〈르네와 쥘리앵 소렐 : 샤토브리앙과 스탕달의 야망과 우울에 관하여(René et Julien Sorel : Ambition et Mélancolie Chez Chateaubriand et Stendhal)〉(박사논문, 2004), 〈샤토브리앙의 종교에 관하여(Sur la religion chez Chateaubriand)〉(한국불어불문학회, 2008), <샤토브리앙의 《나체즈족》에 나타난 욕망과 희생양 메커니즘>(한국프랑스어문교육학회, 2017), <코로나 시대에 《페스트》 다시 읽기를 통한 소고−등장인물이 보여 주는 인간 조건을 중심으로>(한국프랑스학회, 2021)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1부
2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르네는 사회인으로 잠들었다가 잠에서 깨어나니 자연인이 되었다. 하늘은 그의 머리 위에 있었고, 잠자리 근처에는 나뭇잎들과 꽃들이 커튼처럼 멋지게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신선하고 몸에 이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자유로운 남자들과 순결한 여자들이 르네의 잠자리 근처에 둘러앉아 있었다. 르네는 모든 것이 환상은 아닌지,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만져 볼 정도였다.
-1부 중에서
2.
“이방인의 아들이여, 너에게 나의 요람을 맡긴다. 나는 너의 무덤에서 죽을 것이다. 우리는 낮에는 하나의 돗자리만을 가질 것이며 밤에는 하나의 곰 가죽만을 가질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내가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네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다면 나는 너의 혼령에게 먹을 것을 줄 것이며, 전쟁과 풍요 속에서 여러 해를 보낸 후에 내가 죽으면 너는 영혼들의 나라에 나를 위해 자리를 예비해 줄 것이다. 내 나라의 친구들은 공동으로 집을 짓는 비버들이다. 그들은 자주 몽둥이질을 하기도 하고, 칼을 가지고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
우투가미즈는 말하기를 멈췄고 눈물이 눈썹을 타고 흘러내렸다. 새벽의 첫 햇살이 밤이슬로 촉촉해진 신선한 땅 위로 내려오듯 젊은 나체즈인의 우정은 르네의 감동받은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1부 중에서
3.
르네가 대답했다. “사람의 본성은 망각과 편협함이다. 사람은 무명으로 살고 죽는다. 우투가미즈, 내가 네 귀에 가까이 대는 이 풀이 자라는 소리를 네 머릿속에서 들은 적 있니? 아마 없을 거야. 예전에 이 풀 속에서 존재했을 생각들은 이제는 더 이상 신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존재는 마치 이 동굴의 입구에 있는 미시시피강처럼 죽음의 지하 입구에서 흐르는 것이다. 좁은 입구가 삶이라는 강의 위나 아래로 우리가 시선을 넓히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는 단지 우리 앞에서 사람들 중 일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볼 뿐이며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2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