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71년 등단한 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이준관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저녁별>을 비롯한 53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이준관
1949/ 전북 정읍 출생
1969/ 전주교육대학 졸업
1990/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수료
1971/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4/ 심상 신인상 시 당선(풀벌레 울음 송 외 2편)
시집
≪황야≫(신문학사, 1983)
≪가을 떡갈나무 숲≫(나남, 1991)
≪열 손가락에 달을 달고≫(문학과지성사, 1992)
≪부엌의 불빛≫(시학, 2005)
동시집
≪크레파스화≫(을지출판사, 1978)
≪씀바귀꽃≫(아동문예사, 1987)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아서≫(대교출판, 1993)
≪3학년을 위한 동시≫(지경사, 1999)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푸른책들, 2003)
≪쑥쑥≫(푸른책들, 2010)
장편동화
≪눈이 딱 마주쳤어요≫(논장, 2001)
≪첫눈이 일찍 오는 마을의 동화≫(논장, 2004)
동시 창작서
≪동심에서 건져올린 해맑은 감동 동시 쓰기≫(랜덤하우스코리아,2007)
수상
1974/ 창주아동문학상
1978/ 한국아동문학작가상
1979/ 대한민국 문학상(아동문학 부문)
1991/ 김달진 문학상
2002/ 방정환 문학상
2004/ 소천아동문학상
2005/ 영랑시문학상
2006/ 대한민국동요대상
2008/ 어효선아동문학상
2010/ 국제펜클럽 펜문학상
차례
시인의 말
가을 떡갈나무 숲
눈 내린 오리나무 숲
초저녁 별을 맞으러
햇빛 맑은 가을날
폭설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눈을 뭉치며
시냇가를 따라
이정표
인가(人家)의 불빛
서쪽 강 마을
봄은 또다시 와서
가을 강가에서
빨래터
물새
어머니의 맨발
반딧불
장독대
강은 멀어서
가을 기러기
여름밤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애기를 업고 가는 여인
저녁 들길에서
저녁이 저문다
토란국
나물 캐는 처녀
들녘의 하루
부엌의 불빛
가족, 가을 나들이
싸락눈 내리는 저녁
천 조각
떡집이 있던 그 골목길에
가을 벌레 소리 들으며
어머니의 지붕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그리운 등불
저녁별
쑥부쟁이 피었구나, 언덕에
징검다리
사과꽃
감을 딸 긴 장대 하나
전철 의자에 앉아
소요산역
종묘상에서 꽃씨를
골목 피아노집의 봄
흙 묻은 손
마당
조그만 마을의 이발사
저녁 어스름
삘기 풀꽃
허리를 굽혀
구부러진 길
넘어져 본 사람은
시인 연보
책속으로
저녁별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다 오는 소년이
저녁별 보며 갑니다.
빈 배 딸그락거리며 돌아오는 새가 쪼아 먹을
들녘에 떨어진 한 알 낟알 같은
저녁별.
저녁별을 바라보며
가축의 순한 눈에도 불이 켜집니다.
가랑잎처럼 부스럭거리며 눈을 뜨는
풀벌레들을 위해
지상으로 한없이 허리를 구부리는 나무들.
들판엔 어둠이
어머니의 밥상보처럼 살포시 덮이고
내 손바닥의 거친 핏줄도
불빛처럼 따스해 옵니다.
저녁별 돋을 때까지
발에 묻히고 온 흙
이 흙들이
오늘 내 저녁 식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