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릴 적 노래하는 모습 때문에 ‘종다리’란 별칭이 붙은 딸. 변변치 않은 외모 때문에 결혼 적령기를 넘겼지만 그녀는 가정에 충실하고 살림살이도 완벽하게 한다. 그들 가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서정연하고 화목하다. 어느 날 종다리가 일주일간 외삼촌 댁을 방문한다. 부모는 떼어 놓은 적 없는 딸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딸을 배웅하면서는 눈물까지 보인다. 하지만 일주일간 그들은 음식이 형편없다고 딸이 흉보던 식당에 가고, 폐쇄된 공간을 싫어하는 딸 때문에 보지 못하던 오페라를 보러 극장에 다니고, 스스럼없이 술 마시고 가벼운 놀음도 즐긴다. 그렇게 어느덧 자유를 만끽하기에 이른다. 그사이 부담스러운 짐인 동시에 억압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딸에 대해 부모도 딸도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한다. 코스톨라니 데죄는 19세기 말 헝가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애정을 가지고 가감 없이 그려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혁명,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2중제국 성립 등 시대의 당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다. 이는 작가의 상황 인식이기도 하다.
헝가리 문학의 거장 코스톨라니 데죄에 대해 그의 전집을 간행했던 시인 줄러(Illyés Gyula)는 “그의 언어 구조물은 프랑스의 대가가 불어를 그리고 영국의 대가가 영어를 쓰듯이 그렇게 헝가리 언어를 구사”했고, “헝가리 언어와 문학이 세계적으로 최상의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토마스 만은 그의 소설을 읽은 후 “유럽의 정신 문화계에 헝가리 젊은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200자평
20세기 초 발표된 헝가리 장편소설이다. 외모가 변변치 않아 시집을 못 간 딸 ‘종다리’는 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살림도 완벽하게 한다. 어느 여름 종다리가 일주일간 외삼촌 집을 방문한다. 그사이 부담스러운 짐인 동시에 억압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딸에 대해 부모도 딸도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한다. 작가 코스톨라니 데죄는 헝가리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마스 만은 그에 대해 “유럽의 정신 문화계에 헝가리 젊은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지은이
코스톨라니 데죄(Kosztolányi Dezső, 1885∼1936)는 1885년 지금은 세르비아에 속한 수보티차[헝가리 명 서버드커(Szabadka)]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향에서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을 마친 후 1903년 부다페스트로 옮겨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대학을 그만두고 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부다의 로고디(Lógodi) 거리에 거주하면서 집필가·작가로 활동했으며, 자주 외국으로 여행을 하고 그들 나라의 작품을 헝가리어로 소개했다. 1차 대전 직전에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고, 1936년 11월 3일 부다페스트에서 세상을 떠났다.
시·단편소설·장편소설을 썼고, 더불어 신문에 문학 평론도 내는 등 문학 전반에 걸쳐 활동했다. 또 헝가리 문학의 수준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킨 잡지 ≪뉴거트(Nyugat)≫를 창간하는 데 어디 엔드레(Ady Endre)와 모리츠 지그몬드와 함께 참여했다. 시집으로 ≪네 개의 벽 사이에서(Négy fak között)≫(1907)와 ≪불쌍한 어린아이의 절규(A szegény kisgyermek panaszai)≫(1910)가 있고, 소설을 다섯 편 연달아 발표했다. 대표 소설로는 ≪나쁜 의사≫(1921), ≪네로≫(1922), ≪종다리≫(1924), ≪황금 용≫(1925), ≪에데시 언너≫(1926) 등이 있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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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규는 1948년 전라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서강대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독일 괴팅겐에서 독문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다. 199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헝가리 문학에 대해 강의했다. <통일 후 독일 지성인의 심리적 갈등 연구> 등의 논문과 ≪방문객≫(1995), ≪토트 씨네≫(2008), ≪프레스코≫(2013) 등의 번역서가 있다.
차례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종다리는 그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녀의 눈길은 그의 얼굴을 휙 스쳐 지났다. 거의 악의에 가까운 눈빛을 그녀는 감추지 않았다. 옛날, 그녀가 아직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던 때, 만약 그녀의 눈길을 받으면 그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냉정했다. 그녀의 접근에 대해 악의에 찬 사람처럼 한없이 싸늘하게 대하면서 눈길을 거부했다. 바로 그와 똑같이 차가운 방법으로 그녀는 이제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23~24쪽
술 취한 사람들은 날아서 간다.
정신이 말짱한 사람의 눈에 술 취한 사람들은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비상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원한 것보다 더 일찍 가고자 한 장소에 와 있기 일쑤다.
그사이 시간이 흘러갔음을 그들은 따지지 않는다.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런 일에 관심을 갖는 다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술 취한 사람에게는 고통도 다가오지 않는다. 성모 마리아가 앞치마에 받아 주기 때문이다.
−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