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최영희는 따스한 희망을 품은 작가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감동적인 동화를 쓰는 일이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힘이 되어 주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문단에 데뷔한 이래 줄곧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 사이의 진정한 교류를 밝히려 했으며,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그의 동화를 읽다 보면 마치 꽃이 차례로 피는 꽃밭에 앉아 있는 듯하다. 저마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다르며 그 모양과 색깔도 천차만별인 자연의 순리가 그곳에 보인다. 그 순리가 아름다운 초원을 연출하는 비결이듯 최영희 동화가 보여 주는 아름다움 역시 거기서 비롯된다. 작고 볼품없는 것이지만 조그마한 마음이 닿은 곳에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힘을 품었다. 그래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그의 동화다.
오늘날 사람들은 깨진 세계에서 해체되어 가며, 스스로 그 해체에 참여하면서 살아간다. 기술 문명의 경이로운 발전과 그에 따르는 대중사회의 상황, 수평화의 진행 속에서 아무런 연관도 없이 살아가는 듯하다. 사람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잃어 가는 인간소외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 내맡겨진 어린이들에게 동화작가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최영희는 어떤 꿈틀거림의 언어로써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의 연기된 관계망을 보여 준다.
최영희 동화의 주된 화자는 대개의 경우 연약하고 온순한 동식물이거나 착하고 순진한 어린이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서로 따스한 나눔을 통해 행복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깨우친다.
최영희의 동화는 편하게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수채화처럼 담백하다. 지리한 묘사나 수식어 없이 이야기를 이어 가며, 작가가 개입해 교훈을 주려 하지 않고 작은 존재가 말하게 하는 방식을 써서 어린 독자가 공감하며 쉽게 읽어 나가게 한다.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한자리에 놓여 있는 순수 동화의 세계를 잘 보여 준다.
200자평
동시, 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최영희는 <봄을 파는 가게>로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동화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서로 따스한 나눔을 통해 행복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깨우쳐 주는 작품을 썼다. 이 책에는 <초승달과 도둑>을 포함한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1974년 ≪새교실≫, ≪교육자료≫에 응모한 동시로 3회 추천완료가 되었다.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연(鳶)>이 당선되었다. 동화 <봄을 파는 가게>로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1989년 ≪움직이는 보석≫으로 부산아동문학상을, 1998년 ≪꿈꾸는 책≫으로 한국아동문학상을, 2002년 ≪행복한 그네≫로 이주홍문학상을, 2006년 ≪교실을 지키는 허수아비≫로 제12회 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해설자
1964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다. 창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해 <이원수문학의 리얼리즘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에 아동문학 평론으로 등단했다. 진주교육대학교에서 5년간 아동문학과 어린이 글쓰기 지도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2013년 현재 창원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깊이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봄을 파는 가게
난쟁이 마을
숲 속 꼬마네 마을
새끼 고양이
초승달과 도둑
작은 소나무의 행복
아름다운 기도
마귀의 눈물
교실을 지키는 허수아비
산으로 간 폰돌이
아빠를 구합니다
바다로 소풍 간 부릉이
넌 누굴 닮았니
빨간 우체통의 비밀
동전의 웃음
해설
최영희는
박종순은
책속으로
1.
해님의 뜰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무지개가 피어오를 것 같은 아름다운 해님의 뜰에는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해님의 안내를 받으며 바람은 온 뜰을 두루 구경하였습니다.
만나는 꽃마다 바람 덕분에 아름다운 꿈을 피우게 되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을 때 바람은 아주 쪼그맣고 귀여운 보랏빛 꽃에게서 좋은 향기로 가득 찬 작은 항아리를 선물 받았습니다.
바람은 그 쪼그맣고 귀여운 보랏빛 꽃이 언젠가 자기가 초록 모자를 씌워 주었던 볼품없었던 새싹이었다는 것을 감쪽같이 몰랐습니다.
<봄을 파는 가게> 중에서
2.
떡갈나무 숲 사이로 검은 비로드 옷으로 갈아입은 밤하늘이 보이고 별들은 그 옷에 단 브로치처럼 곱게 반짝였습니다.
“여기서 편히 쉬어라.”
엄마는 꼬마에게 입맞춤을 해 주곤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정말 숲 속의 밤은 아름다워.”
꼬마는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이제 겨울이 오면 겨우 세 돌이 되는 꼬마는 숲 속에 사는 아기 바람입니다.
초저녁부터 성가시게 굴던 풀벌레의 연주도 끝났습니다. 목청을 높여 노래 부르던 여치 아저씨도 코를 고는지 풀잎이 들썩입니다.
밤은 점점 깊어 갔지만 꼬마의 두 눈은 말똥말똥합니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밤이기도 합니다.
<숲 속 꼬마네 마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