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원작 각색 스토리텔링을 의미한다. 인기 있는 기존의 지식재산을 활용하는 것은 오랜 기간 중요한 문화콘텐츠 창작 방식이었다. 최근에도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활용도가 더욱 급증하고 있으나 리메이크 같은 크로스미디어 제작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탄탄한 원작은 각색작 실패의 위험 부담을 줄이지만,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집중 포화를 맞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성공은 은유적 압축에 달려 있다. 압축과 은유는 하나의 단어를 유사성을 가진 다른 단어로 대체함으로써 새로운 의미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라캉의 은유적 압축 이론을 통해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창작 원리를 규명하고, 구체적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지은이
서성은
국립 한경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부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10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MBC <현장기록 형사>, <사과나무>, <우리시대>, <심야스페셜> 등의 TV 프로그램을 집필했다.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을 공부하고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사용자 참여 구조 연구”(2007)로 석사학위, “매체 전환 스토리텔링 연구”(201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답교실 516』(공저, 2017),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 『글쓰기와 말하기』(공저, 2012) 등의 저서를 집필했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팬덤의 히스테리적 특성 연구”(2017),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팬덤의 강박적 특성 연구”(2017),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서 <미생>의 가능성과 한계”(2015),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온라인 구전 양상 연구”(2011)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01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개념
02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역사
03 압축과 은유
04 은유적 압축의 메커니즘
05 스토리의 생략과 선택
06 집합형상과 혼합형상
07 공통형상
08 크로스미디어 창작 현장의 난제들
09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원작 팬덤
10 <치즈인더트랩>의 원작 팬덤 분석
책속으로
과연 좋은 각색은 무엇인가? 좋은 각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토리의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부분을 변형해야 하는가? 매체가 달라지면 스토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혹은, 매체가 달라지면 스토리가 꼭 달라져야 하는가? 좋은 원작인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작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작 스토리의 영속인가 혹은 변형인가? 창작 현장에는 수많은 물음이 쌓이고 있지만 일련의 각색 연구의 흐름은 실제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크로스미디어 콘텐츠 창작자들은 ‘원작에의 충실성’과 ‘창조적 변형’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해야 하는지 실천적 기준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주관적 경험에 근거해 창작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야기 공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크로스미디어 콘텐츠의 창작 원리를 규명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중층 결정의 미학” 중에서
집합형상은 둘 이상의 형상이 공통점을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어느 하나를 대리자로 내세우는 경우를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어느 한 형상이 자신과 공통점을 가진 다른 형상을 흡수 통합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중 ‘이르마의 꿈’ 분석에 등장하는 M박사와 프로이트의 맏형은 ‘창백한 안색’이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통합되면서 M박사를 대표 형상으로 내세운다. 같은 꿈의 ‘이르마’라는 여인도 집합형상의 전형적 사례다. 꿈ᐨ내용의 주인공인 이르마는 처음에는 그녀 자신의 평상시 특징을 그대로 지닌다. 그러나 꿈ᐨ내용이 전개될수록 그녀는 점점 다른 인물들로 변화한다. 그녀는 어느 순간 ‘이르마의 친구’로, ‘프로이트의 딸 마틸데’로, ‘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 환자 마틸데’로, ‘소아과에서 외래진료 받는 어린이들’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프로이트의 아내’로 변화한다.
“압축과 은유” 중에서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서 집합형상을 생성하는 이유는 각색을 좀 더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은 다의성이라는 기준에 따라 애서턴 플롯과 관계된 인물을 모두 생략했다. 그 과정에서 프레스톤 엑슬리와 아트 드 스페인도 사라졌다. 그러나 에드의 아버지이자 삼촌으로서 역할은 생략할 수 없는 이야기 요소다. 따라서 각색 작가는 두 캐릭터의 역할을 같은 ‘부정의 부정’항에 위치한 더들리 스미스에 흡수시켰다. 영화 의 각색이 뛰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레스톤 엑슬리와 아트 드 스페인은 흔적 없이 생략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색 작가는 에드와 관련해 이들 캐릭터가 부분적으로 필요함을 인지했고, 이를 더들리 스미스를 통해 표현했다
“집합형상과 혼합형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