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팬픽션은 원전을 단순히 따라 하고 재연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해석을 바탕으로 원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원전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새로운 면을 발굴하는 팬픽션은 다수가 동시에 참가하는 놀이이며, 팬문화에서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법이다. 나아가 팬픽션은 저작권자에게 기존 팬과 새로운 팬이 참여하는 놀이마당 마련 방법을 알려 주는 체험판 역할도 한다. 한 작품이 다양한 매체로 전이되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 저작권자는 어떤 자세로 작품에 접근해야 하는지 팬픽션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팬픽션의 개념과 역사, 이슈를 정리한다.
지은이
남명희
인하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강사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화 잡지 ≪로드쇼≫에 독자 투고 만화를 보낸 것이 인연이 돼 영화 잡지 ≪키노≫에 ‘시네마 카툰’을 연재했다. 필명 ‘워리’라는 이름으로 월간 ≪오이 뮤직≫에 일러스트 및 ‘워리의 음악 일기’, 인터넷 씨네서울에 ‘워리의 갸우뚱’, ‘워리의 망원렌즈’, 온라인 서점 Yes24의 책 카툰 리뷰 ‘워리의 북렐름’을 연재했다. TV 드라마 로 팬 활동을 시작해 그 경험을 전공과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터넷 음악 방송에서 작가로도 활동했으며, DVD 한국어 트랙 복원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석사논문 주제는 이었고, 박사논문 주제는 시리즈 영화와 TV 드라마였다. 2002년 ≪씨네21≫ 종영기념 감사 광고와 2008년 극장판 2편 단체 관람 대관에 참여했다. 팬덤과 팬픽션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단독 저서로 ≪씨네21≫의 글과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집필한 『미치도록 드라마틱한 세계, 미드』(2010)가 있고, 참여 저서로 『21세기 문화키워드 100』(공저, 2003)이 있다.
차례
01 팬픽션의 정의
02 팬픽션의 기원과 양상
03 팬픽션의 형성 과정
04 팬픽션과 인물 해석
05 인물 해석의 실례
06 팬픽션의 장르: 이세계와 타임라인
07 팬픽션의 커플링
08 이세계와 원전 존중
09 팬픽션의 스핀오프와 크로스오버
10 각색 작업과 이세계 팬픽션
책속으로
팬픽션을 읽고 쓰는 것, 즉 좋아하는 대상을 모방하면서 실체를 탐구하는 것은 은밀한 취미가 아니라 공식적 문화 활동이다. 팬픽션의 본질은 즐거운 탐구와 재창조다. 팬에게 좋은 팬픽션이란 원전에 있는 것의 반복보다 원전에서 가능한 것의 실현이다. 이미 있는 것을 넘어 가능성의 문을 열어 놓는 것이 팬픽션의 기능이다. 원전과 상관없는 것을 쓰더라도 원전에 기초하고 가능성을 구현한다면 좋은 팬픽션으로 인정받는다. 원전이 품고 있는 가능성과 기대치를 표현하고 실현하는 것, 그것이 팬픽션의 작품성이다.
“팬픽션, 진지한 집합적 글쓰기” 중에서
팬픽션 작가는 원전에 나온 ‘수법’을 통해 무의식적 특징을 알아내 작품 안에서 논리적으로 재생산하고, 원전에서 유래한 일관성 있는 행동임을 독자에게 설득한다. 팬픽션 작가가 원전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것은 추리와 재구성을 하는 탐정 놀이와 비슷하다. 팬픽션의 매력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꿰어 맞추는 쾌감과, 그것을 혼자가 아니라 남들과 같이 하는 흥미진진함에 있다.
“팬픽션과 인물 해석” 중에서
크로스오버는 정서적인 면에서 겹치는 부분을 찾아내어 같은 물리적인 세계에 적용하는 솜씨가 중요하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처럼 만나게만 하면 그 자체로 존재 의의가 달성되는 경우도 있기에, 기승전결이 없는 짧은 팬픽션에서 자주 등장한다. 만나는 것만으로 황홀한 상황을 다루기에 팬아트 형태로도 잘 나타난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로 확장될 때는 왜 둘이 만났는지, 둘의 비중을 잘 맞췄는지, 둘이 만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살리는 솜씨가 중요하다. 두 세계가 만난 것 자체가 이벤트인 만큼 결과가 허무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팬픽션의 스핀오프와 크로스오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