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다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예수를 배신한 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안드레예프는 이와 다른 시각에서 유다를 평가하고 있다. 안드레예프는 예수와 유다에 대한 작가 고리키와의 대화에서, 예수는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유다는 영리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예수는 좋은 유대인, 유다는 나쁜 유대인이라고 말들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예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 유다는 영리하고 용감한 사람이다. 신을 살해하고, 치욕스러운 죽음으로 신을 격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레오니트 안드레예프가 그린 가룟 유다, 엇갈린 평가
유다의 얼굴은 흰자위로 뒤덮인 죽어 있는 눈과 교활하고 활기찬 살아 있는 눈이 있다. 그의 외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성격 역시 이중적으로 그려진다. 즉 비굴할 정도로 비위를 맞추며 굽실거리는 면과 위대한 사색가인 양 깊은 사색에 빠져 무언가를 꿈꾸는 모습을 함께 갖고 있다.
<가룟 유다>는 유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 예수의 사상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유다의 생각과 모습,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유다의 배신이라는 행위를 객관화하려 한다.
1905년 1월 9일 노동자들의 평화로운 행진을 진압함으로써 야기된 1차 혁명(피의 일요일) 이후 반동기에 만연하게 된 배신과 밀고의 문제는, 유다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안드레예프의 작품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성서의 내용과 달리 유다의 모습을 지나치게 강조·부각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한층 발전된 작가의 재능이 드러난 작품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야기했다.
200자평
십이사도의 한 사람으로,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자 가룟 유다. 유다는 예수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배신자라는 치욕스러운 짐을 짊어진 것일까? 작가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는 유다를 예수의 제자 중 가장 헌신적으로 예수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새로이 해석해 본다.
지은이
대부분의 유년 시절을 가난한 빈민촌에서 보낸 안드레예프는 이때의 인상을 자신의 작품들에서 묘사하고 있다. 1891년, 페테르부르크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한 안드레예프는 생활고로 인한 호구지책으로 문학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1892년 그는 잡지 <별>에 굶고 있는 학생을 묘사한 최초의 단편소설 <가난과 부>를 발표했다. 1893년, 학비를 못내 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서 제적된 후 그는 모스크바대학교 법학부에 편입했다. 1894년, 또다시 사랑에 실패한 안드레예프는 자살을 시도해 그 결과 만성 심장병을 얻게 되었다.
1897년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고 모스크바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잠시 변호사로 일하다가 <모스크바 통보>의 법정 통신원으로 근무했다. 같은 해 말 그는 신문 <파발꾼>에 법정 관련 기사를 쓰고, 체계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단편들에서 안드레예프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가난에 시달리며 기쁨을 잃어버린 아이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 하층 관리들, 기술자, 부랑자, 거지, 도둑, 창녀, 아이, 어른 등 부르주아 도시의 무산자들과 이들에게 가중된 삶의 무게, 괴로운 노동, 계속되는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와 더불어 안드레예프는 인간의 개성을 억압하고 인간의 정신적 독자성을 획일화하는 사회체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고립된 인간과 단절된 인간관계를 그리고 있기도 하다.
안드레예프는 혁명과 정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독자적인 문학, 비정치적 예술을 추구했다. 1919년 9월 12일 뇌출혈로 핀란드의 시골 마을 네이볼에서 사망했다. 스탈린 시대에 안드레예프는 판금 작가로 분류되며, 1930년 이후 그의 작품은 소련에서 출판되지 않았다. 스탈린 사후 1956년 복권되어 재평가되며, 그의 유해는 레닌그라드(현재 페테르부르크)로 이장되었다.
옮긴이
이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제1호 러시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노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현재 건국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에 대한 소고≫,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 1917년 소고≫, ≪가롯 유다≫, ≪붉은 웃음≫, ≪인간의 삶≫,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곱사등이 망아지≫,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이 있다.
차례
가룟 유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자, 영리한 유다! 우리 중 누가 스승님의 옆자리에 앉을 것인가, 요한인가, 난가?”
그러나 유다는 힘겹게 숨을 내쉬면서 침묵을 지켰고 눈으로 예수의 고요하고 깊은 눈에게 무언가를 집요하게 물었다.
“그래, 누가 예수님의 옆자리에 앉을 것인지 그에게 말해 주게.” 요한이 뽐내듯 말했다.
예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일어난 유다는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말했다.
“바로 나네!”
예수는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다. 비쩍 마른 손가락으로 조용히 가슴을 치면서 유다는 장엄하고 엄숙하게 반복했다.
“나! 내가 예수님의 옆자리에 앉을 것이다!”
2.
그가 죽었는데 자네들은 왜 살아 있는가? 그가 죽어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데 자네들은 움직이며 쓸데없는 걸 말하고 눈을 깜박이고 있는가? 그의 뺨이 창백한데 요한 자네의 뺨이 어찌 감히 붉을 수 있는가? 그가 침묵하는데 베드로 자네가 어찌 감히 소리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