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초단편소설의 일인자, 아우구스토 몬테로소
단 한 줄짜리 소설,<그 공룡>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아우구스토 몬테로소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깨어났을 때, 그 공룡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 공룡>의 전문이다. 단 한 줄에 불과한 이 작품은 몬테로소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줬다.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문학 비평의 대상이 되었으며 다양한 작품의 창작 동기가 되기도 했다.
인간 세상을 ‘악’소리 나게 꼬집는 우화들
몬테로소의 초단편에 대한 관심은 그의 두 번째 작품집인 이 책, ≪검은 양과 또 다른 우화들≫에서 더욱 강화된다. 작품의 길이는 더욱 짧아졌으며 풍자의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 책은 우화다. 몬테로소는 우화를 통해 이성과 고정관념을 조롱하는 동시에 상대성과 복잡성을 강조한다. 패러디와 상호텍스트 기법으로 기존 작품의 의미를 되살리기도 하고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대표작 <검은 양>은 인류가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집단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검은 양’을 탄압하고 배제하고는 일정 기간 뒤엔 이런 잘못을 후회하기를 수없이 반복해 온 행태를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의 목적은 ‘후대의 평범한 흰 양들이 조각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꼰다. 인류 역사에서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인간의 야만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문학에 새로운 것이 없다.
아우구스토 몬테로소는 문학에선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생각을 지닌 작가다. 그는 간결과 압축, 풍자와 아이러니, 역설을 사용해 가장 짧은 언어로 가장 독특한 문학성을 성취했다. 소설 장르에 대한 도그마에 빠져 있는 독자들에게 그의 작품은 하나의 도전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있다. 몬테로소에게 유머는 현실을 베는 칼이다. 그는 유머로써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현실에 꿋꿋하게 맞선다. 이 책은 독자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우리가 지닌 사고의 편협성과 한계를 지적한다.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또 자주 자연과 인간과 사회에 대해 오해했는가? 이 책은 우리의 멈춘 심장, 잠든 뇌를 간지럽힌다.
200자평
단 한 줄짜리 소설 <그 공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초단편소설’의 일인자 아우구스토 몬테로소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이 책은 우화다. 몬테로소는 우화를 통해 비합리적이고 모순적인 인간 현실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방식으로 드러내 보인다. 풍자와 역설의 유머는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인 현실에 꿋꿋하게 맞선다.
지은이
아우구스토 몬테로소(Augusto Monterroso, 1921~2003)는 온두라스의 테구시갈파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온두라스, 아버지는 과테말라 사람이었다. 15세 때 가족과 함께 과테말라로 이주해 청소년기를 보냈다. 독재자 호르헤 우비코와 대규모 바나나 농장을 소유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 반대하다가, 1944년 7월 멕시코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 이후로 과테말라에 하코보 아르벤스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볼리비아 주재 영사에 임명되어 라파스로 부임했다. 그러나 또 미국이 개입하면서 아르벤스 정권이 무너지자, 사임하고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 교육과 출판에 관련된 일에 전념했다. 그는 항상 자신을 어느 한 국가의 국민이라기보다는 중앙아메리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과테말라로 이주한 이듬해인 1937년, ‘과테말라의 젊은 예술가와 작가 모임’을 결성했다. 1941년, 초기 단편들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9년, 첫 작품집 ≪전집(그리고 다른 이야기들)≫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특히 그 책에 실린 <그 공룡>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며 회자되었다. 1969년, 두 번째 작품집 ≪검은 양과 또 다른 우화들(La oveja negra y demás fábulas)≫이 출간되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한층 견고하게 다졌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문화원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소설 창작 교실에서 다수의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1972년에 발표한 ≪영원한 움직임(Movimiento perpétuo)≫은 그해 최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1975년 하비에르 비야우르티아 문학상을 받았다. 1978년, 유일한 장편소설 ≪나머지는 침묵 : 에두아르도 토레스의 삶과 작품(Lo demás es silencio : La vida y la obra de Eduardo Torres)≫이 출간되었다. 1990년대에는 과테말라와 멕시코에서 각각 최고의 문학상인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Miguel Angel Asturias) 상과 후안 룰포(Juan Rulfo) 상을 받았다. 2000년에는 스페인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아스투리아스 왕자(Príncipe de Asturias) 상을 받았다.
2003년 2월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 ≪우화 중심부로의 여행≫(1981), ≪요술 같은 말≫(1983), ≪글자 e : 어느 일기의 구절들≫(1987), ≪황금을 찾는 사람들≫(1993), ≪암소≫(1996), ≪중남미의 새들≫(1998), ≪문학과 삶≫(2001) 등이 있다.
옮긴이
김창민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석사학위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 ≪라틴아메리카의 문학과 사회≫ 등을 공동집필했다. 스페인어권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선과 악을 다루는 35가지 방법≫, ≪미국은 섹스를 한다≫, ≪여우가 늑대를 만났을 때≫ 등이 있고, ≪한국의 신화≫, ≪김춘수 시선≫, ≪천상병 시선≫, ≪벼랑의 꿈≫(오세영 시집) 등을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출간했다.
차례
사자를 용서한 토끼
풍자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원숭이
독수리가 된 꿈을 꾼 파리
믿음과 산
페넬로페의 천−누가 누구를 속이는가?
검은 양
권력을 잡은 현자
잠을 잘 수 없었던 거울
모든 동물을 구원하고 싶어 했던 부엉이
거북과 아킬레스
어떤 색으로 변해야 할지 몰랐던 카멜레온
개종자의 후회
같은 장소에 두 번 떨어진 벼락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기린
나머지 여섯
악의 독백
꿈꾸는 바퀴벌레
순환하는 구원자
진정한 개구리가 되고 싶었던 개구리
피그말리온
선의 독백
두 개의 꼬리, 혹은 절충주의 철학자
귀뚜라미 선생님
삼손과 필리스티아 사람들
쾌락주의파 돼지
말이 생각하는 하느님
인간이 되고 싶어 했던 개
원숭이는 이런 생각을 한다
당나귀와 피리
사자의 몫
불완전한 천국
다비드의 새총
황금 불알을 가진 수탉
양심
순응하지 않은 인어
잘 길들인 까마귀들
노인들의 기원
잠시 딴생각
우화 작가와 그의 비판자들
현명한 여우 선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검은 양
아주 오랜 옛날, 멀고 먼 어느 나라에 검은색을 띤 양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총살을 당하고 말았지요.
한 세기가 지난 후, 양의 무리는 그 일을 참회하는 의미로 그 검은 양의 조각상을 공원에 세웠는데, 아주 근사하게 잘 어울렸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검은색을 띤 양이 나타날 때마다 재빨리 총살형에 처해졌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후세의 평범한 흰 양들이 조각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