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화(笑話)는 문학 양식의 일종으로, 풍부한 상상력과 해학이 넘치는 고사를 간결한 문장 형식과 소박한 언어로 묘사해 현실 사회의 각종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젖게 한다. 그래서 소화에는 오락성과 교훈성이 병존한다. 특히 비루하고 천박하고 탐욕스럽고 우매하고 인색한 부정적인 인간 군상의 언행을 제재로 하여 현실성이 강하고 애증의 태도가 분명하다. 소화는 이른바 생활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계안록≫은 이러한 소화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화서(笑話書)의 전형으로, 중국 최초의 소화 전집(笑話專集)인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소림(笑林)≫을 직접적으로 계승한 작품이다.
≪계안록≫은 선진·양한·삼국·진·남북조·수·당나라의 인물들에 관한 소화를 모아 놓은 것인데, 그 가운데 당나라 사람에 관한 기록이 30여 조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내용은 정치적인 소화는 비교적 많지 않고 주로 사회·생활적 소화가 대부분이며 민간 고사도 일부 들어 있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고사가 실제 인물의 언행을 묘사하고 있어서 같은 소화 전집인 ≪소림≫보다 지인 소설적인 특성에 더 근접하다고 하겠다.
≪계안록≫은 기본적으로 ≪소림≫의 영향을 받아서 나온 것이지만, 내용상 ≪소림≫처럼 민간 고사의 성격이 강하지 않고 문체상으로도 ≪소림≫의 질박함에 비해 훨씬 수식적이다.
200자평
온갖 종류의 고사를 간결한 문장 형식과 소박한 언어로 묘사해 현실 사회의 각종 모순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깊은 생각에 젖게 한다. 특히 비루하고 천박하고 탐욕스럽고 우매하고 인색한 부정적인 인간 군상의 언행을 제재로 하여 현실성이 강하고 애증의 태도가 분명하다. 생활의 교과서가 될 만한 책으로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더욱 의미가 있다.
지은이
후백(侯白 : 580년 전후)은 자가 군소(君素)이며 위군(魏郡) 임장[臨漳 : 지금의 허베이성(河北省) 린장현(臨漳縣)] 사람으로, 학문을 좋아하고 재기가 민첩했으며 골계와 언변에 능했다. 수재(秀才)에 천거되어 유림랑(儒林郞)이 되었다. 위의(威儀)를 내세우지 않고 우스갯소리를 잘해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시장처럼 북적댔다. 수(隋) 문제(文帝) 양견(楊堅)이 그를 불러 비서성(秘書省)에서 국사(國史)를 수찬하게 했으며, 나중에는 오품의 식록(食祿)을 주었으나 한 달여 만에 죽고 말았다. ≪수서(隋書)≫ 권58 <육상전(陸爽傳)>에 그의 전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저작으로는 ≪계안록≫ 외에 ≪정이기(旌異記)≫ 15권이 있다.
옮긴이
김장환(金長煥)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중국 문학의 흐름≫, ≪중국 문학의 향기≫, ≪중국 문학의 향연≫, ≪중국 문언 단편 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세어 집석 연구(魏晉世語輯釋硏究)≫, ≪동아시아 이야기 보고의 탄생−태평광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국 연극사≫, ≪중국 유서 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 역대 필기(中國歷代筆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세설신어 성휘운분(世說新語姓彙韻分)≫(전 3권),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당척언(唐摭言)≫(전 2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고사전(高士傳)≫,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신선전(神仙傳)≫, ≪옥호빙(玉壺氷)≫, ≪열이전(列異傳)≫, ≪제해기(齊諧記)·속제해기(續齊諧記)≫, ≪선험기(宣驗記)≫, ≪술이기(述異記)≫, ≪소림(笑林)·투기(妬記)≫, ≪고금주(古今注)≫,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 ≪원혼지(寃魂志)≫, ≪이원(異苑)≫, ≪원화기(原化記)≫, ≪위진세어(魏晉世語)≫, ≪조야첨재(朝野僉載)≫(전 2권),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논란
1. 석동통(1)
2. 석동통(2)
3. 석동통(3)
4. 석동통(4)
5. 석동통(5)
6. 노가언
7. 조소아
변첩
8. 서지재
9. 서릉(1)
10. 서릉(2)
11. 서릉(3)
12. 설도형
13. 노사도
14. 후백(1)
15. 후백(2)
혼망
16. 왕덕
17. 호현 사람
18. 유진
19. 동자상 마을 사람
20. 항아리 모자
21. 어떤 서생
22. 동주 사람
23. 어떤 바보
24. 진숙견
25. 정원창
26. 어떤 며느리의 축원
27. 호현의 어떤 사람
28. 괵주 녹사
29. 상청노
조초
30. 왕원경
31. 노원명
32. 마씨와 왕씨
33. 유흑달
34. 장영
35. 맛없는 술
36. 배씨
37. 가원손과 왕위덕
38. 후백(1)
39. 후백(2)
40. 구미호
41. 찐 떡과 꿀
42. 방울 소리 신호
43. 우전(1)
44. 우전(2)
45. 간옹
46. 안영(1)
47. 안영(2)
48. 변소
49. 장예
50. 장유
51. 설종
52. 제갈각(1)
53. 제갈각(2)
54. 비의와 제갈각
55. 왕융의 부인
56. 양수
57. 손자형
58. 채홍
59. 육기(1)
60. 육기(2)
61. 제갈회와 왕도
62. 한박
63. 왕현
64. 손소
65. 석발 증세
66. 왕원경
67. 석동통(1)
68. 석동통(2)
69. 석동통(3)
70. 후백(1)
71. 후백(2)
72. 후백(3)
73. 후백(4)
74. 후백(5)
75. 후백(6)
76. 후백(7)
77. 후백(8)
78. 유작
79. 산동 사위
80. 말더듬이
81. 이적
82. 이영
83. 영호덕분
84. 최행공
85. 변인표
86. 장손현동(1)
87. 장손현동(2)
88. 장손현동(3)
89. 장손현동(4)
90. 송수
91. 봉포일
92. 등현정(1)
93. 등현정(2)
94. 등현정(3)
95. 등현정(4)
96. 두효
97. 두연업
98. 노려행
99. 천자문으로 아룀
100. 산동 좌사
101. 정계명
102. 제갈각(1)
103. 제갈각(2)
104. 번흠
105. 유도진
106. 조사언
107. 노사도
108. 유적
109. 조신덕
110. 구양순
111. 유행민
112. 두방
113. 감흡
114. 설려독
115. 안릉 좌사
116. 봉포일
117. 산동 사람
118. 사팔뜨기와 코맹맹이
119. 곱사등이
120. 전씨 부인
121. 고오조
122. 방씨
123. 은안
124. 한 땅 사람
125. 오장신
126. 허풍 떨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한번은 어떤 스님이 갑자기 찐 떡이 먹고 싶어서 절 밖에서 수십 개의 찐 떡을 만들고 꿀 한 병을 사가지고 와서 방 안에서 몰래 먹었다. 스님은 찐 떡을 먹고 나서 남은 찐 떡을 발우 속에 남겨두고 꿀 병을 침상 다리 아래에 놓아두고는 제자에게 말했다.
“내 찐 떡을 잘 지켜서 조금도 손실이 없도록 하여라. 침상 아래에 있는 병에는 매우 강한 독약이 들어 있으니 먹으면 즉시 죽는다.”
그러고는 그 스님은 외출했다. 제자는 스님이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곧장 병을 꺼내 꿀을 쏟아 찐 떡에 발라 먹고 두 개만 남겨놓았다. 스님은 돌아오자마자 남겨둔 찐 떡과 꿀을 찾았는데, 찐 떡은 두 개만 보이고 꿀도 다 먹어버렸기에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쩌자고 내 찐 떡과 꿀을 먹었느냐?”
제자가 말했다.
“스님께서 떠나신 후에 찐 떡의 향기를 맡고 먹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결국 꺼내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스님께서 오셔서 화를 내실까 봐 두려워서 병 속에 든 독약을 먹고 그 자리에서 죽기를 바랐는데, 지금까지 아무 탈이 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스님이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기에 그 많은 내 찐 떡을 다 먹어치웠단 말이냐?”
그러자 제자는 곧장 발우 속에 남겨놓은 찐 떡 두 개를 꺼내 입에 넣고 먹으면서 대답했다.
“이렇게 해야 다 먹어치운 게 되지요.”
스님이 침상을 내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제자는 곧바로 줄행랑을 쳤다.
―<찐 떡과 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