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구 열대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기후 위기 문제의 현황은 물론 본질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차원의 비판적인 검토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최악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
오늘날의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는 무엇보다도 인류의 존망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 ≪지구위험보고서(Global Risks Report)≫를 보면 기후변화 관련 위험이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닥칠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꼽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로 향후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위험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2023년 보고서는 물론이고 7년 연속으로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라고 꼽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상 환경 파괴나 오염의 재앙적 결과라는 것이 가지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이고 산발적이고 복잡하고 광범위하다는 유별난 특성으로 인해 심각하거나 시급한 문제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구온난화나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은 사실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우리가 그리고 사회로서의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련해서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관련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즉 과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리 윤리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과학과 정치에 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하고 그것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의 해결을 과학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에만 집중하는 땜질식 해결책인 대증요법에 그칠 수 있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서 필연적으로 해결하는 만큼의 또 다른 여러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오염된 환경만이 문제라고 보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과학기술만을 들먹여서는 안 된다.
환경문제는 인간이 문제고 인간의 문제다. 인간의 의식 혹은 생각이나 태도 그리고 삶의 방식이 문제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즉 환경문제는 인간의 오염된 의식이나 오염된 태도의 문제라고 보고 또 환경이 파괴되면 환경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텐데 이는 과학기술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결국 윤리적이거나 철학적인 고민을 통한 근원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실천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전에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갖는지 먼저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가 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윤리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들일 수 있는지 논의한다. 이런 고민이 이루어지더라도 이토록 광범위하고 다루기 어려우며 고약한 지구 기후변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고민은 그나마 문제의 특성을 좀 더 분명하고 올바르게 드러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거나 제고하고 나름의 좀 더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나 실천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지구 온난화 시대’를 넘어 지구가 끓고 있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라고 일컫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최악의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 본다. 기후변화의 문제는 우리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깨닫고 있더라도 마땅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실천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실천하지 않거나 제대로 실천하기 어렵다. 그리고 혹여, 실천을 하게 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 책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의 현황은 물론 본질에 대해서 철학적, 윤리적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지은이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조교수다. 현재 한국환경철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2022.7∼2024.6).
서강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분석철학 및 언어철학을 전공하여 “Wittgenstein: 언어의 규범성과 객관성”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그리고 환경철학 및 윤리를 전공하여 “환경의 본래적 가치문제와 실용주의적 정당화”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낸 바가 있고 서강대 등 여러 대학에서 철학 및 윤리 관련 과목들을 강의한 바 있다.
저서로는 미래를 위한 환경철학(공저, 2023), 자발적 소박함과 행복(2017), 음식윤리: 음식에 대한 윤리적 성찰(공저, 2015), 과학기술과 환경 그리고 위험커뮤니케이션(공저, 2013), 생태 생명의 위기와 대안적 성찰(공저, 2012)이 있다. 역서로는 환경윤리(공역, 2017), 산책 외(2009), 탄생에서 죽음까지: 과학과 생명윤리(공역, 2003), 생태학과 포스트모더니티의 종말(2003)이 있다. 이 밖에 생명과 환경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논의를 주제로 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인류 최악의 재앙, 기후 위기
01 지구온난화에서 지구 열대화로
02 기후변화와 과학 그리고 윤리
03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들
04 기후변화 문제의 특징과 실천 문제
05 기후변화와 사소함의 문제
06 집합적 행위의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
07 기후 위기에 대한 또 다른 대처 방안들
08 실천의 장애 요인들
09 환경적 실천에서 완전주의와 자유지상주의적 간섭주의 문제
10 무엇을 할 것인가?
책속으로
1.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9.11테러와 같은 사건은 우리가 예방하거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끝장내거나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기후변화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문제들은 우리가 심각성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 당장에 예방하거나 끝장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한스 요나스(Hans Jonas)가 원자탄으로 인한 대학살의 위협보다도 더 큰 위협은 우리가 매일매일 하는 일상적인 행위들의 위협, 이를테면 기술의 평화롭고 건설적인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구의 고갈, 오염, 황폐화 같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듯이 핵 위기나 전쟁 위기와 견주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Edelglass, 2012).
요나스는 원자탄의 위협과 같은 것은 자의적인 선택의 영역에 놓여 있어서 지도자들의 현명한 결정이나 외교술에 의해서 그저 위기로 그치고 말거나 그야말로 평화적이고 유쾌한 방식으로 해결되리라 기대할 수 있지만,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적 위협들은 그 자체 관성(momentum)에 의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있는 위협이라서 우리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위협일 수 있다는 것이다(Jonas, 1984).
2.
그는 우리가 함께 행동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러한 결과들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지할 길이 없으며 그것을 할 방법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면 그것에 대한 해결책도 구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한 기회를 창출하는 것은 정치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정치에서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정치에서는, 공동체가 공동체로서 행동하기로 결정하지, 더 이상 사적 개인들의 집합체로서 행동하기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겔은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어떤 개인적인 실천들(이를테면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을 삼가고, 소비를 절제하고 하는 등등의 것들)에 참여하기로 사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내가 아닌)가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실천들이 어떤 종류의 것들인지를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jointly)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Vogel, 2012). 그래서 도전할 문제는 우리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되게 하는 것, 혹은 보다 더 덕이 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제도들에 의해 구조화된 세계에서 그리고 다른 종류의 경제와 다른 종류의 정치적 맥락에서 우리가 다른 종류의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Vogel,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