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월파(月坡) 김상용(金尙鎔)은 그의 유일 시집 ≪망향(望鄕)≫(1939)으로 대표되는 1930년대 자연 지향의 시풍을 완성한 시인이다. 김상용 시편들은 생래적인 자연 친화와 고향 회귀에 대한 시적 탐색으로 그 초점이 모아지는데, 이러한 친자연적이고 원형 지향적인 속성은 1930년대 우리 시사의 중요한 한 양상을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1920년대 시에 나타난 감상 과잉이나 1930년대 모더니즘에 나타난 서구 편향을 극복하면서, 밝고 아름다운 삶과 자연에 대한 일관된 지향과 노장(老莊)사상에 가까운 무위의 세계를 추구한 점은 김상용만이 거둔 남다른 시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망향≫에는 이러한 정신적 본향에 대한 지향과 무위의 감각적 편린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1차적 특징은 ‘나’와 ‘자연’이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일종의 “동일성 인식”(이승훈)에 있다. 그의 시에서 ‘자연’은 시가 써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의 시가 원천적으로 태동하고 생성하고 다시 귀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친자연적 세계는 한정(閑情)의 무(無)를 지향하는 동양의 노장사상에 일정하게 근접하는데, 그의 대표작 <남으로 창을 내겠오>는 간결한 시행, 단순한 호흡, 일상어 사용,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리는 여유와 여백의 미학을 보여 줌으로써 이러한 속성을 담은 명편(名篇)으로 길이 기억될 작품이다.
200자평
서구 편향의 모더니즘이 주도하던 1930년대에 홀로 무위자연을 노래한 시인이 있다. 바로 김상용이다. 소박하고 친근한 민요조는 한국인의 여유와 여백의 미학을 보여 준다. 구름이 꼬여도 가지 않고, 왜 사냐건 그저 웃는 모습이야말로 안빈낙도요 단표누항이다.
지은이
월파(月坡) 김상용(金尙鎔)은 1902년 8월 27일(음력),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왕림리에서 출생했다. 1917년에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것과 동시에 학생 운동에 가담했다. 그 후 낙향해 한 살 위인 박애봉(朴愛鳳)과 결혼했다. 학생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경성제일고보에서 제적당하고 보성고보로 전학해 1921년 졸업했다. 1922년에는 일본 도쿄로 건너가 릿쿄대학 예과에 입학했고, 그해 장녀 정호(貞浩)를 얻었다. 1924년 릿쿄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했고, 1926년에 시 <일어나거라>를 10월 5일자 ≪동아일보≫에 발표함으로써 시인으로서 생을 시작한다. 1927년 릿쿄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해 보성고보 교원 겸 이화여자전문학교 강사로 부임했다. 1928년에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1932년 시 <무제(無題)> 및 투르게네프의 산문시 번역을 ≪동아일보≫와 ≪동방평론(東方評論)≫ 등에 발표했다. 1933년에는 시 <무제(無題)>를 ≪신동아(新東亞)≫ 3월호에 발표했다. 1934년 차남 성호(聖浩)가 출생했고, 1935년에는 논문 <오오마아 카이얌의 루바이야트 연구>를 ≪시원(詩苑)≫ 1호부터 5호까지 연재했으며, 시 <나>를 ≪시원≫ 1호에 발표하는 등 ≪시원≫에서 집중적으로 작품을 발표한다. 1936년 시 <그대들에게>를 ≪신동아≫ 3월호에 발표했다. 이해에 구인회에 가담해 구인회 기관지 ≪시와 소설≫에 시 <눈 오는 아침>을 발표했다. 1938년 수필 <우부우어(愚夫愚語)>를 ≪삼천리문학≫ 창간호에 발표했다. 1939년에는 시 <어미소>, <추억>을 ≪문장≫ 창간호에 발표했고, 이해 5월에 모두 27편의 시를 수록한 유일 시집 ≪망향(望鄕)≫을 문장사에서 간행했다. 1941년 시 <병상음이수(病床吟二首)>를 ≪춘추(春秋)≫ 12월호에 발표했다. 1943년 일제의 탄압으로 영문학 강의가 철폐되어 이화여전을 사임했고, 해방이 될 때까지 종로 2가 장안빌딩 자리에서 장안화원을 김신실(金信實)과 공동 경영했다. 1945년 해방을 맞아 군정 때 강원도 도지사로 발령받았지만, 수일 만에 사임하고 다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했다. 1946년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에서 영문학을 연구하다가, 1949년 귀국해 이화여자대학교 학무처장을 맡는다. 1950년 2월 풍자적 내용의 수필집 ≪무하 선생 방랑기≫를 수도문화사에서 간행했고, ≪망향≫을 이대출판부에서 재간행했다. 9·28 수복 후 공보처 고문, 코리아타임즈 사장을 역임하다가 1951년 부산으로 피난해 6월 20일쯤 김활란의 부산 대청동 집 필승각에서 식사한 후 식중독에 걸려 몸이 상했고 그 후유증으로 이틀 후 부전동 57번지 셋집에서 4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55년 부산에 가매장했던 유해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마련한 비용으로 서울 망우리 묘지로 이장했다. 그의 묘비에는 시 <향수>가 새겨져 있다.
엮은이
유성호(柳成浩)는 1964년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해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산창작기금,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내일을 여는 작가≫, ≪문학인≫, ≪작가연구≫, ≪문학수첩≫ 등의 편집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시작≫, ≪서정시학≫, ≪문학의 오늘≫ 등의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 현대시의 형상과 논리≫(1997),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1999), ≪침묵의 파문≫(2002), ≪한국 시의 과잉과 결핍≫(2005), ≪현대시 교육론≫(2006), ≪문학 이야기≫(2007), ≪근대시의 모더니티와 종교적 상상력≫(2008), ≪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2008) 등을, 편저로는 ≪강은교의 시세계≫(2005), ≪박영준 작품집≫(2008), ≪나의 침실로(외)-이상화≫(2009), ≪박팔양 시선집≫(2009) 등을 펴냈다.
차례
제 1부 ≪망향(望鄕)≫
南으로 窓을 내겠오
서그픈 꿈
노래 잃은 뻐꾹새
반딋불
괭이
浦口
祈禱
마음의 조각 (1)
마음의 조각 (2)
마음의 조각 (3)
마음의 조각 (4)
마음의 조각 (5)
마음의 조각 (6)
마음의 조각 (7)
마음의 조각 (8)
黃昏의 漢江
한 잔 물
눈 오는 아츰
어미소(未完稿)
追憶
새벽별을 잊고
물고기 하나
굴둑 노래
鄕愁
가을
나
颱風
제2부 ≪망향(望鄕)≫ 외의 시편
일어나거라
이날도 안저서 기다려 볼ㅅ가
찻는 맘
모를 일
無常
殺妻囚의 質問 (1)
殺妻囚의 質問 (2)
그러나 거문고 줄은 없고나
失題
어이 넘어갈가나
내 生命의 참詩 한 首
젖은 그 자락 더 적시우네
無題 (1)
無題 (2)
無題 (3)
무지개도 귀하것만은
無題 (4)
斷想
그대가 누구를 사랑한다 할 때
祈願
盟誓
펜(<斷想一束> 2)
저놈의 독수리(<斷想一束> 3)
비러먹을 놈(<斷想一束> 4)
無題吟二首
無題三首
孤寂
우리 길을 가고 또 갈까
自殺 風景 스켓취
即景
反逆(<宇宙와 나> 1)
敗北(<宇宙와 나> 3)
憧憬(<宇宙와 나> 3)
無題 (5)
그대들에게
한것 적은 나
박 첨지와 낫잠
山과 나(<‘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1)
沈默(<‘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2)
森林(<‘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3)
岩壁(<‘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4)
暴風雨(<‘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5)
閑居(<‘렌스’에 비친 가을 表情> 6)
無題 (6)
旅愁 (1)
古宮
손 없는 饗宴
山에 물에
그날이 오다.
해바라기
旅愁 (2)
鄕愁
하늘
스핑크스
苦惱
點景
꿈에 지은 노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南으로 窓을 내겠오
南으로 窓을 내겠오.
밭이 한참가리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오.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오
새 노래는 공으로 드르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오.
●눈 오는 아츰
눈 오는 아츰은
가장 聖스러운 祈禱의 때다.
純潔의 언덕 우
水墨빛 가지가지의
이루어진 솜씨가 아름다워라.
연긔는 새로 誕生된 아기의 呼吸
닭이 울어
永遠의 보금자리가 한층 더 다스하다.
●鄕愁
人跡 끊진 山속
돌을 베고
하늘을 보오.
구름이 가고,
있지도 안은 故鄕이 그립소.
●斷想
가면 그만일다,
웃어 노코
하염없이
넘는 해 보는 내 마음
나는 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