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은 남북한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분단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남북의 영화는 단순한 영화의 의미를 넘어 분단에 대한 사회적 정서와 그 역사적 형성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료라고 할 수 있다. 한 시대 사회 구성원 사이에는 그들의 정서와 욕망을 나타내는 하나의 경향성이 있으며 이러한 경향성은 그 시대의 감정구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각 시기 분단영화에 나타난 공통적인 정서적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면 그 시대 감정구조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분단 감정구조의 역사성을 살펴보는 것은 남북한 사이에 형성된 마음의 벽을 넘어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지은이
김명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과학문화본부 선임전문관이다. 유엔 평화유지군(동티모르)과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전문관으로 일했다. 시민단체 풀울림의 공동대표이며 평화뮤지컬대학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연구위원, 서울시교육청 정책자문위원, 에코맘코리아 자문위원, 발전대안 피다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도주의와 국익의 논쟁을 넘어서는 한국의 스마트 ODA 전략”으로 국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 예술영화에 나타난 분단 감정구조의 변화와 지속”으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Inter-Korean integration mirrored in division films: Changing collective emotion in South Korea toward inter-Korean integration”(공저, 2017)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01 분단영화의 개념
02 감정구조의 개념과 특성
03 분단의 감정구조
04 적개심과 우월감
05 반미와 민족 정서
06 허무와 멸시
07 체념과 사명감
08 모순과 애국심
09 분단 감정구조의 변화와 지속
10 남북한 마음의 통합
책속으로
‘헬조선’이란 사회문화적 용어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쓰이지 않던 말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대한민국을 뜻하는 ‘조선’이 합쳐져 생겨난 ‘헬조선’이란 용어는 언젠가부터 지옥 같이 살기 힘든 한국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부여받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시기 특정 사회의 문화와 감정구조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이전 세대나 다음 세대가 인식할 수 없는 새로운 언어적 표현 등에 담긴 의미를 아무런 노력 없이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감정구조란 특정한 시기 혹은 특정한 세대의 문화라고도 할 수 있으며 한 세대의 감정구조는 그 시대 문화 형성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감정구조의 개념과 특성” 중에서
남북 분단영화 속에 그려지는 미국에 대한 정서 변화도 눈에 띄었다. 남한 분단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은 여전히 한국전쟁을 함께 치룬 혈맹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국군의 희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 우리 민족이 원치 않던 분단을 강행하는 주동자로 그려지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북한 분단영화 역시 미국을 한국전쟁과 분단의 원흉으로 재현하고 있어, 이 시기 반미 정서가 남북의 분단영화를 관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미와 민족 정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