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산에게 배우는 청복의 즐거움
다산은 실학의 대가이면서 동시에 인생학의 대가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은 누구보다 풍파가 심한 삶을 살았다. 남들 같았으면 포기하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체념했을 고통스런 삶의 후반기를 그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그 가운데 의미를 찾고 의미를 창조해 나가면서 고통을 치유해 행복으로 가꾸어 나갔다. 그는 어떻게 고난 속에서도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물음이 이 책의 주제가 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다산은 행복을 어떻게 보았을까? 이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복도 있지만, 청복(淸福)은 맑고 그윽한 복이다. 자연 속에서 전원을 가꾸며 좋아하는 책도 보고, 가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차와 술도 마시고 시도 읊으면서 자유롭게 사는 즐거움이다. 청복은 권력이나 부나 명예를 추구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도가적 은둔과는 다르다. 그래서 유가적 삶의 규범을 지키려고 한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학문을 가까이 하고, 좋은 벗과 함께 한다. 경제적으로는 농사를 지어서 기본 생활을 자급한다. 경제적으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권력의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정신적 차원에서 즐거움을 향유한다. 다산은 유배를 가서 정계 복귀가 좌절되자 청복을 이상으로 했다.
다산이 말하는 청복은 오늘날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실천하고 향유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도 사람들이 행복을 지나치게 부귀와 연결시켜서 생각하고, 청복의 가치를 수용할 마음의 태도가 부족한 점이다. 만약 청복이 주는 행복을 누리기로 마음의 태도만 바꾼다면 우리는 다산을 따라서 청복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산은 힘든 고통 속에서 어떻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단련했는가. 그리고 어떤 철학과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을 실현했는가. 다산에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배워 본다.
200자평
다산 정약용은 누구보다 풍파가 심한 삶을 살았다. 그에게 고통은 너무나 생생한 실존의 문제였다. 다산은 자신의 내면적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다산학이라는 독보적 학문을 창조해 조선 지성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다산은 힘든 고통 속에서 어떻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단련했는가. 그리고 어떤 철학과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을 실현했는가. 다산에게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배워 본다.
지은이
장승구
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다.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버클리대학교 방문학자와 서울대학교 강사를 지냈고, 한국철학사연구회 회장·한중철학회 회장·한국동양철학회 연구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다산학술문화재단 ≪茶山學≫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역서로 『관자』(공역, 2015)가 있고, 저서로 『조선을 움직인 철학자들』(2019), 『양심』(공저, 2012), 『인격』(공저, 2007), 『다산경학의 현대적 이해』(공저, 2004), 『중용의 덕과 합리성』(공저, 2004), 『정약용과 실천의 철학』(2001), 『민본주의를 넘어서』(공저, 2000), 『茶山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공저, 1998), 『삶과 철학』(1996) 등이 있다.
차례
다산에게 행복의 길을 묻는다
01 다산 정약용의 고난에 찬 삶과 문제의식
02 『주역(周易)』 탐구와 치유
03 저술과 교육을 통한 치유
04 역사적 인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
05 종교와 자연을 통한 치유
06 도덕적 삶과 행복
07 청복의 즐거움
08 가정의 행복
09 백성을 위한 공공의 행복
10 의미 있는 삶과 행복
책속으로
다산은 유배 초기 『주역』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이 세상의 변화 법칙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구했다. 고난 속에서 하늘의 뜻과 명을 묻고 자기를 성찰함으로써 더 이상의 화를 막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탐색했다. 주역 연구에 몰입함으로써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함과 동시에 지적 즐거움을 향유했다.
_“02 『주역(周易)』 탐구와 치유” 중에서
역사 속에서 고난을 당한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과 정신을 자신의 삶에다 견주어 봄으로써 다산은 고난이 반드시 나쁜 것만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다산은 정신적으로 특히 송나라의 소동파를 많이 공감해 그가 쓴 시를 되새기며 차운했다.
_“04 역사적 인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 중에서
다산에게 참된 행복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부끄러워하는 도덕적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도덕적 본성에 따라 다른 존재에게 인과 의를 베풀 때 인간은 내면에서 깊은 만족과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참된 즐거움은 부귀나 육체적 쾌락에서 오는 것이 아닌 도덕적 삶에서 온다고 인식한다.
_“06 도덕적 삶과 행복” 중에서
청복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심미적 즐거움이 중요하다. 다산은 기회가 닿는 대로 산천을 유람하면서 심미적 경지에서 즐거움을 누렸다. 강진의 다산초당을 보면 다산은 자신이 살던 공간에 연못도 만들고 조경에 힘쓰면서 자연을 즐기고자 했던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_“07 청복의 즐거움” 중에서
공공의 행복을 위해 사회에서 소외된 최소 수혜자를 위한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백성들의 물질적 풍요와 편의를 위해 기술을 발달시켜야 하며, 백성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해야 하고, 경제적 안정과 균형을 위한 제도적 기반 확립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_“09 백성을 위한 공공의 행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