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크리스천,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동성애자입니다”
이 책은 한 남자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1940년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동성애를 죄라 말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자랐다. 기독교계 대학에 입학했고, 신학을 공부했으며, 빌리 그레이엄 같은 복음주의 기독교계 ‘스타’ 목사들의 대필 작가로 일했다. 이러한 삶의 맥락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과 삶의 동반자가 되고자 하는 그 내면의 요구를 오랜 시간 저버리게 했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고 벽장에서 나오기까지, 그는 자신을 죽음까지 몰고 가며 스스로를 ‘고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자기 부정의 고통과 슬픔으로만 얼룩진 것은 아니다. 진실을 향해 걸음을 떼도록 그를 도운 것들, 진실한 삶에서 찾은 친밀함과 사랑의 기록 또한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퀴어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 곁의 이방인, 그의 얼굴에서 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것
‘서로 사랑하라’는 신의 계명을 따르고자 하는가?그렇다면 저자 멜 화이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가 사랑할 만한 고결함과 무결함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미 당신 가까이에서 숨 쉬고 있으며, 당신과 마찬가지로, 신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고 먼저 사랑했기 때문이다. 멜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함께 고통을 감내한 그의 전 부인 라일라는 이렇게 말한다. “멜의 이야기는 당신 삶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동성애자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또 그들의 얼굴에서 신의 얼굴을 발견함으로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신과 이웃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Stranger at the gate(문 앞에 선 낯선 자)’다. 오랫동안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사랑 대신 차별과 혐오를 동력 삼은 종교 앞에서
이 책의 원서는 미국에서 1994년에 출간되었다. 멜 화이트는 미국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이 차별과 혐오를 이용해 돈과 권력과 지지자를 얻는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도 보여 준다. 30년이 넘는 시차에도, 멜 화이트가 보여 주는 것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 그가 경험한 차별과 혐오가 2025년 우리나라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멜은 여기에 맞서는 법을 제안한다. 기독교 우파의 선동이 퀴어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임을 이해하는 것, 투표하고 교육하고 운동을 조직하는 것, 정의를 위해 싸우는 다른 공동체와 연대하는 것, 침묵하는 중립이 용기를 내도록 돕는 것이다.
200자평
동성애자 목사 멜 화이트가 자신의 삶과 신앙, 성 정체성과 지향성 사이에서 겪은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회고록이다. 저자가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과 기독교 내 동성애 혐오에 맞선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 낸다.
지은이
멜 화이트(James Melville ‘Mel’ White)
성직자, 신학대학 교수, 영화 제작자, 작가다. 워너퍼시픽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포틀랜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서던캘리포니아대학과 UCLA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풀러신학대학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설교와 커뮤니케이션 교수로 재직했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기 전까지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 재능 있는 지도자 중 하나였다. 빌리 그레이엄과 책을 쓰고, 프랜시스 쉐퍼와 협력했으며, 필립 얀시와 가까이 지냈다. 커밍아웃 이후에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헌신하며 댈러스 희망의 대성당 주임 목사로 섬겼다. 기독교 LGBTQI 단체 소울포스(Soulforce)를 창립해 기독교 우파의 거짓 선동에 맞섰다. 2008년 5월에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고, 그해 6월 오랜 파트너였던 게리 닉슨과 결혼했다. 2024년 11월, 남편 게리 닉슨이 사망했으며, 멜 화이트는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에 거주 중이다.
옮긴이
한명선
미국 뉴저지 뉴브런즈윅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at New Brunswick) 목사다.
차례
서문
1장 처음: 침묵의 유령
2장 사춘기: 두려움의 유령
3장 고등학교: 외로움의 유령
4장 대학교: 거짓 희망의 유령
5장 1962∼1964, 진실 말하기를 배우다
6장 1964∼1970, 우정에 대해 배우다
7장 1970∼1980, 진실을 향한 첫걸음을 떼다
8장 1980∼1981, 현실을 직면하다
9장 1981, 열병과 고립에서 살아남다
10장 1982∼1983, “아빠, 다 괜찮을 거야!”
11장 1984∼1990, 유령을 포기하다
12장 1990∼1991, 마지막 침묵 1년
13장 1991∼1993, 더 이상 유령은 없다
14장 1993∼1994, 정의를 위한 시간
부록: 기독교 우파에게 보내는 편지
에필로그
책속으로
거의 모든 다른 열세 살짜리 아이처럼 나 또한 첫사랑에 빠졌었다. 단지 나의 첫사랑은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친구들이 첫눈에 반한 여자애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대럴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창피했고 또 수치스러웠다.
– 31쪽
하지만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랑과 용납, 이해의 장소엔 어김 없이 크고 증오에 찬 목소리와 함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기독교 우파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교육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반동성애법을 통과시키며, 동성애가 ‘가족의 가치’를 위협한다며 거짓말을 한다. 이들의 이와 같은 행동은 모든 하나님의 게이, 레즈비언 자녀들을 더욱 깊고 외로운 골방으로 밀어 넣는다.
– 58쪽
전기 충격의 강도와 길이는 내가 조절할 수 있었다. 너무도 간절했던 나는 머리칼이 쭈뼛 설 때까지 강도를 올렸다. 아마 그래서 머리칼을 잃어버린 것 같다. 전기 충격은 고통스러웠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화가 난다. 이 치료는 길고 한심했으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기 충격은 나의 성적 지향을 바꾸지 못했고 오늘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고치지’도 못했다. 사실, 나는 그 행동주의 심리학자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그 순간에도 나에게 주스를 따라 주는 대학원생 조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 221쪽
내가 요구했던 것은 나의 부모나 린드버그 부부가 누렸던 것과 같은 권리다. 그 권리란 반세기 넘게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를 지속하며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는 권리, 서로 보살펴 주고 안아 주고 그의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마치 집에 있는 것 같은 신비로운 편안함을 주는 사람 옆에 누울 권리다.
– 288쪽
나는 음악을 틀고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았다.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편안해질 것이다. 수군거림도 끝나고 죄책감도, 두려움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자살로 하나님을 노엽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나 지옥이나 심판도 상관없었다. 그저 빠져나오고 싶었을 뿐이었다. 57번 고속도로 북쪽을 향해 나는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렸다. 나는 울기 시작했고 왼쪽으로 차를 틀었다. 운전대가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엔 시멘트 기둥이 없었다. 나 외에 다른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더 빠르게 차를 몰았지만 자살할 결심은 약해져 갔다. 내가 정말 원한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단지 이 고통을 그치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 327쪽
기독교 우파들은 미국 전역에서 영적 권력이 아닌 정치적 권력을 조직하고 있다. 모든 교육 선거구와 일반 선거구에 속한 투표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이 죄와 죄인들로부터 ‘이 나라를 정결케’ 할 수 있다고 약속한다. … 그럼에도 기독교 우파들은 수많은 신문 또는 방송 기자들이 동성애에 대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좌파 언론’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제거하려 한다. 오랫동안 나와 일했던 기독교 우파 지도자들은 공공 도서관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간행물과 동성애자 작가가 쓴 시, 소설, 전기를 없애려 한다. 심지어 어떤 작가나 책이라도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한다면 그와 그의 작품을 없애 버리고 싶어 한다. … 그럼에도 기독교 우파들은 우리 퀴어 퍼레이드를 취소하려 하고 방해하며 우리의 커뮤니티 센터, 학교, 심지어 교회까지 닫으려 한다.
– 408~410쪽
킹 목사의 이 말을 기억하십시오. “기독교는 그 귀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게으르다. 교회는 자주 경건한 입과 불필요하고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고, 종종 ‘저쪽’ 미래의 선에 몰두하여 ‘여기’ 현재의 악을 잊어버린다.”
– 492쪽
스스로 물어보기 바랍니다. 우리 동성애자들을 향한 당신들의 분노에 차고 냉소적이며 선동적인 비난이 과연 ‘적극적 사랑’처럼 보이는지를.
– 493쪽
추천글
우리를 편견의 감옥에서 해방의 고지로 인도하는, 영감 있는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
– 데이비드 믹스너
멜 화이트의 이야기는 그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여전히 깨달음을 주고, 도전하며, 충격과 가슴 짠한 아픔을 안겨 준다.
– 필립 얀시
경이로운 책!
-래리 킹
신앙과 성적 정체성이 하나로 통합되는 감동적 여정!
– ≪댈러스모닝뉴스≫
인간이 만든 불필요한 차별의 문을 허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
– ≪샌안토니오익스프레스뉴스≫
마침내 기독교인 동성애자가 겪는 영적 갈등과 끔찍한 고통, 그리고 마땅히 가져야 할 희망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책
– 루이스 스메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