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시, 캐릭터에 살고 죽는다
둘리 데려온 도봉구, 문화 도시로 성장, 고양고양이도 시민과 소통성 높여
2003년 부천의 명예시민이었던 ‘둘리’는 서울로 이사를 갔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속에서 살던 고향 도봉구 쌍문동으로 돌아간 것이다. 도봉구는 둘리가 살았던 쌍문동 일대에 둘리 마을과 공원을 만들어 캐릭터를 이용한 문화환경을 조성했다. 2015년에는 ‘둘리뮤지엄’을 개관하고, 2016년에는 지하철 쌍문역을 ‘둘리테마역사’로 선정하며 둘리를 중심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도봉구는 서울 변두리라는 지역 이미지를 탈피하고 ‘기분 좋은 문화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 캐릭터가 시민과 함께 어우러져 도시를 빛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자체 캐릭터로 1992년 만들어진 인천광역시의 ‘두루미’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1998년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2008년 전설의 동물 ‘해치’를 새로운 지자체 캐릭터로 선정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 중 92%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지도는 매우 낮다. 한동안 지역 캐릭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전시 행정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기도 하고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고양시의 ‘고양고양이’가 페이스북에 등장하며 지자체 캐릭터가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귀여운 외모와 말투의 ‘고양고양이’는 고양시민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고양시를 알렸다. 지자체 캐릭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 이제는 둘리를 비롯하여 도시 거리에 정경과 어우러진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캐릭터가 회색빛 도시의 채도를 높이고 지친 일상을 밝히기 시작했다.
지자체 캐릭터, 축제 캐릭터, 공공 캐릭터 등 도시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도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도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문화 예술을 중심으로 도시 브랜드를 창출한다. 이 책은 도시를 다채롭게 만드는 여러 모습의 캐릭터를 소개한다. 캐릭터가 어떻게 도시에 녹아들었는지 탐구하고 우리에게 어떤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지 살펴본다. 도시 캐릭터가 창출하는 효용과 가치가 무엇인지 고찰하고 도시와 캐릭터의 공생 방안을 모색한다.
200자평
도시의 캐릭터는 도시 이야기를 전달함으로써 도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도시를 상징하면서도 대중성과 친근감을 가져 도시와 시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감성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은 여러 모습의 도시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그것들이 어떻게 도시에 자리 잡았는지, 어떤 효용과 가치를 창출하는지 고찰한다. 캐릭터가 도시 이미지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우리에게 어떤 만족감을 제공하는지 탐구한다.
지은이
류유희
백석문화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초빙교수다. 세종대학교 대학원 공연·영상·애니메이션학과 간 통합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콘텐츠 및 문화에 대한 기초 이론, 스토리텔링 등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최근에는 각종 콘텐츠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의 확산과 문화적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장소정체성’을 위한 공공캐릭터의 가치 연구: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New Genre Public Art)’을 중심으로”(박사학위 논문, 2020), “SNS 브랜드웹툰의 특성에 관한 연구: 인스타그램 브랜드웹툰을 중심으로”(2020) 등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브랜드 웹툰』(2021), 『공공 캐릭터』(2018) 등이 있다.
차례
도시 속 어디나 존재하는 캐릭터 이야기
01 상징으로서 도시 캐릭터
02 도시의 이야기를 전하는 도시 캐릭터
03 축제와 도시 캐릭터
04 공공 캠페인을 위한 도시 캐릭터
05 만화와 도시 캐릭터
06 애니메이션과 도시 캐릭터
07 SNS 속 도시 캐릭터
08 여행하는 도시 캐릭터
09 도시를 장식하는 도시 캐릭터
10 참여와 소통의 도시 캐릭터
책속으로
지자체 캐릭터의 도입은 1991년 부활한 지방 의회 선거와 지방자치제도로 말미암아 지역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던 각 지역의 노력에서 시작된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행정과 더불어 지역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했던 지자체들은 민간 기업들이 시행했던 홍보 전략을 도입하는 적극성을 보인다.
_ “01 상징으로서 도시 캐릭터” 중에서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고마곰은 무령왕의 환두대도와 금제 관식을 둘렀으며, 희망과 번영을 상징하는 공주는 공산성을 모티프로 개발됐다. 공주시는 밤 특산지인 지역의 특성에 따라 겨울공주 군밤축제를 개최했다. ‘고마곰과 공주’ 캐릭터는 축제 곳곳에 등장하여 축제 홍보를 하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매개가 되었다.
_ “03 축제와 도시 캐릭터” 중에서
둘리가 살았던 쌍문동 일대를 둘리 테마로 마을과 공원 등을 만들어 캐릭터를 이용한 환경을 조성했다. 만화 속에서 둘리가 떠내려오다 발견된 우이천 주변을 둘리 캐릭터를 활용하여 장식하고 지역의 명소로 만들었다. 2015년에는 ‘둘리뮤지엄’을 개관하고, 2016년에는 지하철 쌍문역을 ‘둘리테마역사’로 선정하며, 둘리를 중심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_ “05 만화와 도시 캐릭터” 중에서
<러버덕>의 작가 호프만이 “예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대중이 작품에 쉽게 접근하고, 작품을 통해 공공장소를 변화시키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실제로 캐릭터들은 공공장소를 변화시켰다. 그저 편리하고 지루한 이동 수단이었던 대중교통이 타고 싶은 것, 기분 좋은 공간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가 가지는 힘 때문이다.
_ “09 여행하는 도시 캐릭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