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샹드비즈 부인이 잘못 배달되어 온 소포 때문에 남편을 오해하면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2막에 이르면 모든 인물들이 미네 갈랑 호텔에 집결하여 쫓고 쫓기며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전개, 잘 짜여진 줄거리, 희극성을 배가하는 무대장치 도입 등 그의 극작 특징이 종합되어 있는 작품이다.
페이도가 1910년 이후 이른바 부부 소극을 통해 부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기 직전에 발표한 3막 보드빌로서 프랑스 문화 예술계에 벨에포크 양식이 성행하던 1907년 3월 2일 바리에테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원제의 직역인 ‘귓속의 벼룩’은 ‘불안’이나 ‘의심’을 뜻하는 관용어로 부부나 연인 사이의 불륜과 불화를 의미한다. 극 구조와 언어의 미학적 완성도 면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부조리극의 대가 이오네스코는 페이도로부터 직접 영향받았다고 밝히며 특히 이 작품에 대해 “누구나 이 작품에서 연극의 본질, 또는 적어도 희극적인 것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200자평
프랑스 보드빌 작가 조르주 페이도의 작품은 리드미컬한 대사, 잘 짜여진 줄거리가 특징이다. <의심 품기>는 그중 백미라 할 만하다. 이오네스코는 이 작품을 “누구나 이 작품에서 연극의 본질, 또는 적어도 희극적인 것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지은이
조르주 페이도(Georges Feydeau, 1862∼1921)는 성격이나 풍습희극 단계를 떠나서 우연한 사건과 급박한 전환, 인물과 장소의 오인 등 숨 가쁘게 전개되는 연극적 장치들을 통해 인물들을 황당하고 부조리한 결말에 이르게 한다. 그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극적 상황과 무대 공간의 행동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해 정교한 연극적 장치들을 주조함으로써 19세기 후반 벨에포크 시대를 풍미한 대중희극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조르주 페이도는 문학과 연극에 조예가 깊었던 부모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뛰어난 문학적 기질과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일찌감치 연극의 길로 들어섰다. 1908년 이후에는 자신에게 작가적 성공을 가져다준 보드빌 장르를 포기하고, 요란한 익살 광대 극을 연상시키며 남녀 관계의 불화와 부부 싸움을 집요하게 그린 소극들을 발표한다. 페이도의 희극은 프랑스 현대연극의 방향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프랑스 연극 무대에서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마리보와 견줄 만한 대중적 성과를 이룩했다.
옮긴이
장인숙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연극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수원과학대학 공연연기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이탈리아 근현대 희곡을 중점적으로 번역하고, 유럽 연극의 실기(연기, 연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세기 전반기 유럽의 연출가들≫(공저),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의 공동창작 연극≫이 있으며 역서로 ≪바르바와 오딘극단의 연극 여정≫, 라비슈의 희곡, ≪이탈리아 밀짚모자≫, ≪표적≫, ≪페리숑 씨의 여행≫, ≪눈속임/루르신 거리의 사건≫, ≪장난 삼아 연애하지 마소/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하오≫가 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타난 인물의 변형적 특성>, <보드빌의 극작술 연구>, <작크 코포의 연극 교육: 실천적 의의와 방법>, <골도니의 연극 개혁: 쟁점과 양상>,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연출 미학>, <자크 르콕의 중립 가면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포슈: (술병을 든 손을 공중에 쳐들고 술을 마시려는 순간에) 아! 이런! 이런! 이게 뭐야?
레몽드: (오른쪽으로 뛰어 물러나며) 하느님!
투르넬: (왼쪽으로 뛰어 물러나며) 샹드비즈!
레몽드: 남편이! 난 죽었어!
투르넬: (침대에 앉아서 그들을 멍청히 바라보는 포슈에게로 급히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여보게! 여보게! 보이는 대로 믿으면 안 돼!…
레몽드: (똑같이) 제발! 제발! 우선 내 말을 들어 보세요.
포슈: (당황해서) 뭐라고요?
투르넬: (절박한 심정으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났지만, 맹세코 죄를 짓지 않았네.
레몽드: (똑같이) 네! 사실이에요! 우리 둘 다 여기서 만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투르넬: (똑같이) 이 모든 게 그 편지 탓이야!
140∼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