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읽기’라는 행위를 잘게 쪼개 보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만 쪼개 보더라도 종이 위의 글자 인식하기, 방금 전 인식한 것을 기억하기, 단어의 의미 떠올리기, 문장에서 단어의 역할 파악하기, 글이 담고 있는 정서 파악하기 등 수많은 정신적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활동은 모두 엄청나게 복잡하다. 게다가 읽기에 영향을 미치는 글 밖의 요인도 무수히 많다.
읽기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해도 불충분할 것이라 본 저자는, 그래서 읽기라는 활동 자체를 분석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읽기에 대한 사회문화적 관점(읽기에서 사회적 환경의 역할을 강조)이나 교육적 관점(미숙한 독자를 능숙한 독자가 되게 하는 방법을 탐구)과는 다르게 저자가 읽기 분석을 위해 취한 인지적 접근은 개인의 마인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 읽기를 글자와 글자의 소리, 철자법, 단어 의미 조직, 의미 연결 등으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우리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이 책은 마치 ‘읽기’라는 생물을 해부해 놓은 것 같다.
또한 저자는 읽기를 인지적으로 분석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능숙한 독자와 미숙한 독자의 차이, 읽기를 즐기는 독자의 특징,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한다. 저자는 단지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하지만, 읽기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은 물론 ‘능숙한 독자’ · ‘좋은 독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 읽기를 가르치는 이들, 읽기를 연구하는 이들, 디지털 시대에 독자로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실천을 위한 시사점을 건네준다.
200자평
글을 읽는 동안 우리 머릿속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어떻게 비슷하게 생긴 글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철자법이 틀린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읽고도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인간 사고와 학습의 토대이자 출발점인 ‘읽기’ 행위를 낱낱이 들여다본다.
지은이
대니얼 윌링햄
1983년 듀크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버지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0년까지는 두뇌 기반의 학습과 기억에 초점을 두고 연구했으며 최근에는 인지심리학 연구 결과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아메리칸에듀케이터(American Educator)≫에 ‘인지과학자에게 물어보세요(Ask the Cognitive Scientist)’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글 읽는 아이로 기르기(Raising Kids Who Read)』(2015), 『전문가들을 언제 믿을 수 있을까(When Can You Trust the Experts)?』(2012),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2011) 등이 있다.
옮긴이
정옥년
한국독서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 한국북앤리터러시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독서력 문제 진단과 평가, 독서요구 분석 및 프로그램 개발, 발달과정과 독서지도 등을 주제로 연구·강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평생 독자의 성장과 발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저로 『알기 쉬운 독서지도』(2009), 역서로 『스토리텔링 수업 연구』(2013), 『교수설계이론의 탐구』(2003) 등이 있다.
이지혜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일했고, 현재는 한림대학교에서 교직·평생교육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사) 한국북앤리터러시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성인 문해교육, 성인학습, 교육복지 등을 연구한다. 공저로 『평생교육론』(2019), 『躍動する韓國の 社會敎育·生涯學習: 市民·地域·學び(약동하는 한국의 사회 교육·평생 학습: 시민·지역·배움)』(2017), 『생애발달과 교육』(2017), 『한국의 문해교육』(2005) 등이 있다.
차례
역자 서문
감사의 글
서문
치킨 요리법
출발
이 책의 구성
요약
01 시작
쓰기 체계
소리와 의미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2 소리 내어 읽기
과제 1: 글자
과제 2: 소리
과제 3: 매핑
종합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3 철자법의 기능
철자법 표상
철자법
철자법 표상의 중요성
철자법 표상의 발달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4 단어의 의미
단어 지식의 난해함과 복잡성
단어들의 조직 방식
누락된 의미에 대처하기
단어의 실제 의미
어휘의 폭과 깊이
새 단어 학습 과정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5 독해
독해 과제 분석
생각 추출
생각 연결
상황 모형
독자 되기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6 능숙한 독자
태도와 동기 그리고 읽기
읽기 태도
동기
자아 개념
읽기 자아 개념과 읽기 행동
읽기 동기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07 디지털 혁명 이후의 읽기
읽기를 위한 디지털 도구
간접적인 영향
산만함의 시대
요약과 시사점
토의 주제
결론
실천가
정책 결정자
이론의 아름다움
참고 문헌
역자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글을 읽을 때 우리는 눈이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느낀다. 한 줄의 시작 지점에서 마지막까지 갔다가, 다음 줄을 읽으려고 다시 왼쪽 끝으로 감으로써 글을 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글을 읽을 때 눈을 관찰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글을 읽는 사람의 눈은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에 보통 일곱 개에서 아홉 개의 철자를 한꺼번에 보면서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점프하듯이 움직인다. 글을 읽을 때 눈이 점프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한 설명은 아니다. 글을 읽을 때 늘 같은 철자를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각의 눈은 각기 다른 철자를 본다. 게다가 서로 엇갈리게 철자를 볼 수도 있다.
– 5쪽
“ghoti”라는 만들어진 단어는 무엇이든 가능한 영어 철자법을 풍자하는 유명한 예로, fish라 발음된다. 단어 enough의 “gh”, 단어 women의 “o”, 그리고 단어 motion의 “ti”와 같이 발음하면 그렇게 된다. 재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ghoti”를 goatee라고 발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각 글자가 놓인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gh”가 어떤 단어의 맨 앞에 올 때, 그것은 센 g로 발음된다(예: ghastly, ghost). 어떤 단어의 중간에 있을 때는, 묵음이 된다(예: daughter, taught). 한 단어의 맨 끝에 있을 때만, f로 발음된다(예: laugh, tough).
– 67~68쪽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동기는 결과에 박혀 있는 가치의 함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대하는 결과를 실제로 얻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복권 같은 것이 극단적인 예다. 몹시 바라는 결과지만, 실제로 당첨될 확률은 아주 낮다. 같은 원리가 슈퍼배드를 내려놓는 아이에게도 적용된다. 아이는 그 책을 읽는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으나, 실제로 자신이 그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는 낮았다. 이를 보통 아이의 읽기 자기 효능감(reading selfᐨefficacy)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유능한 독자라고 느끼고 있는가? 특히 읽을 때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읽기는 가치 있는가? 기대ᐨ가치 동기 이론은 왜 어떤 사람은 읽기에 동기화되어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는 동기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인식하게 해 준다. 그러나 기대ᐨ가치 이론은 읽기에 기여하는 다른 요소, 즉 읽기 자아 개념(reading selfᐨconcept)을 놓치고 있다.
– 226~2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