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디(D)데이의 병촌(兵村)>으로 잘 알려진 신예작가 홍성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67년 발표된 유현목 감독의 <막차로 온 손님들>은 적어도 한국 영화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우리가 흔히 절찬해 마지않던 수작인 이만희의 <만추>나 김수용의 <안개>를 뛰어넘은 올바른 의미의 문제작, 그것도 아주 뛰어난 문제작 중 하나다.
유현목 감독으로서는 <오발탄>, <잉여인간>에서 보여 준 소외당한 현대인에 대한 집요한 응시를 다시 한번 영상으로 부각시킨 셈이다. 유 감독의 지병처럼 된 ‘어두운 절망감’을 산뜻한 컬러 시네스코로 회화화한 솜씨로 짐작컨대, 그는 <오발탄>보다 차라리 <잉여인간> 쪽을 택한 것 같이 보인다. 작중 인물들을 회화화하다 보니 때로 코믹한 경희극물로 타락될 듯한 아슬아슬함을 관객들에게 안겨주지만 끝내 유현목의 연출은 ‘비극의 엘리베이터’ 신을 전후하여 거의 절정에 달한다.
다만 극한 상황에 부딪힌 사람들의 심리적 좌절과 다시 솟는 희망을 그리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스토리 전개를 위한 영화가 되어 버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시한부 인생의 주인공이 겪는 절망감과 이웃과의 인간적 관계, 삶의 비인간화 등의 문제를 내포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으며 일반적 개념을 뛰어넘은 문제작으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_이형우(시나리오 작가)
200자평
시한부 인생의 전직 은행원 동민, 고지식한 정신과 의사 경석, 돈은 많지만 아내가 가출한 충현 등 30대 세 친구의 삶의 이야기다. 젊은이다운 혈기나 기백보다는 1960년대 당시 방황하는 젊은이, 방황하는 영혼들, 왜 살고 있는지 그 의미가 불명확한 군상들의 모습을 그렸다. 홍성원의 동명 소설을 이상현과 이은성이 각색했다. 시한부 인생의 주인공이 겪는 절망감과 이웃과의 인간적 관계, 삶의 비인간화라는 문제를 내포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지은이
홍성원
193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과에서 공부했다. 196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전쟁’이 가작으로 입선되고, 1964년 「동아일보」 장편 공모에 <디데이의 병촌>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먼동>, <남과 북>, <달과 칼>, <마지막 우상>, <디데이의 병촌>, <기찻길>, 중단편집 <흔들리는 땅>, <폭군>, <무사와 악사>, <주말여행>, <폭군>, <투명한 얼굴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