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터에 민주주의의 발자국 남기기
우리의 일터는 안전한가? 일터는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는가? 일터 구성원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맹목적으로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 육체와 감정,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사람이 모여 노동하는 일터는 특정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일터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함께 지켜야 한다. 비판적 일터 학습을 토대로 일터의 관행을 돌아보고 부조리한 일터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터에 민주주의의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발자국은 곧 지워질 수 있으나 그 흔적은 남아 또 다른 이의 대항을 안내하고 응원할 것이다.
학습을 통한 대항, 대항을 통한 학습
자본주의적 가치에 경도된 인적 자원 개발론은 직무 능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적응적 일터 학습만을 중시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일터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비판적 일터 학습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판적 일터 학습은 노동자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와 일터, 더 나아가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학습이다. 일터 괴롭힘에 대항한 노동자들은 일터 문제는 사회 문제와 직결됨을 인식하고 동료, 전문가, 시민 사회 구성원과 연대하여 부조리한 일터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일터 괴롭힘 문화에 균열을 만들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함께 맞서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의 바탕은 저자가 일터 괴롭힘에 대항한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서 함께 나눈 이야기다. 저자는 당사자들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토대로 교육학의 관점에서 일터 괴롭힘을 다룬다. 즉, 대항의 결과뿐만 아니라 일터 괴롭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학습과 이를 통한 당사자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한다. 일터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재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터 구성원이 함께 맞서야 한다. 자신과 동료, 일터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모두를 위한 일터를 가꿀 방법을 찾아보자.
200자평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과연 우리는 일터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가? 저자는 비판적 일터 학습을 토대로 일터 괴롭힘에 대항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질문을 곱씹는다. 일터와 삶터는 분리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전쟁터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로서 일터를 함께 가꿀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지은이
허효인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평생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북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한국폴리텍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노동자, 시민, 학교 밖 청소년의 학습과 변화를 연구했으며 일터 학습, 여성과 노인의 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전환학습 연구의 동향과 과제”(공저, 2017), “학습공간의 조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학습성 회복 과정을 중심으로”(공저, 2015)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며
일과 일터
일터 학습의 의미, 방식, 조건
적응적 일터 학습과 비판적 일터 학습
일터 괴롭힘의 특징과 실태
일터 괴롭힘에 대응하기
일터 괴롭힘에 대항하는 주체적 노동자
비판적 일터 학습을 통한 대항과 변화
일터를 바꾸는 비판적 일터 학습
윤리적 일터 만들기
일터 민주주의
책속으로
이 책은 노동자의 대항 기저에 자리한 학습이라는 동력에 주목하여 교육학의 관점에서 일터 괴롭힘을 다룬다. 교육학의 관점으로 일터 괴롭힘을 살펴본다는 것은 피해 당사자의 변화와 성장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 xvi쪽
비판적 일터 학습은 적응적 일터 학습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권, 복지, 정의 등의 주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즉, 권력자 편향적으로 구조화된 일터와 일터 학습을 노동자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궁극적으로 비판적 일터 학습은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다 민주적이고 윤리적인 일터를 지향하도록 한다.
– 35~36쪽
면담 참여자들이 보여 준 대항은 크게 노동법과 사규 익히기, 함께 싸워 나갈 사람들과 연대하기, 외부에 일터 문제를 알리기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항 행위는 순차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면담 참여자들은 노동법과 사규를 익히며 함께 싸울 사람들을 찾아 연대하고 사측과 싸우며 동시에 이 문제를 외부에 알리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복합적으로 대항했다.
– 71~72쪽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일,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일은 노동자가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만들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없게 한다. 노동자가 존중받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인정과 보상을 받도록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터 학습은 비단 직무 내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비판적 일터 학습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 97쪽
일터 괴롭힘을 방지하고 윤리적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일터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상황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일터는 조금씩 변화될 수 있다. 대단한 결심이나 대의를 위한 큰 행동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동료를 챙기는 태도만으로 일터는 또 다른 삶터로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 103쪽
건강한 일터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다. 앞선 논의를 통해 윤리적 일터란 완결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즉, 윤리적 일터 만들기는 단번에 완결될 수 없는, 일터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지속적인 과정이다.
– 112쪽
일터는 오로지 경영자의 논리에 수긍하고 노동자가 자신의 존엄까지 포기하면서 일해야 하는 비인간적인 곳이 아니다. 일터에 존재하는 다양한 힘들이 서로를 견제할 때, 일터 구성원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일터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때 일터는 보다 민주적이고 윤리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 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