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디어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하지만 55년 전 세상에 나온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대표 저서 Under- stan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은 아직도 건재하다. 왜 지금도 그를 기억하고 호출하는가? 무엇보다 매클루언은 19세기 사회과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시까지 자연과학의 발견을 충실히 반영했다. 자연변증법이다. 매클루언의 이론은 경험실증주의의 방법에도 충실하면서 더불어 자연과학의 이론과 지식을 토대로 하여 쌓아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매클루언을 이해할 수 있는 출발이다. 그리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학문의 자세이기도 하다. 매클루언의 통찰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학과도 친숙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매클루언이 의도했던 미디어의 이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그 과정에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했다. 1부와 2부는 매클루언의 저서와 같은 구조로 배치하여 해설하는 내용으로, 3부는 1부와 2부에서 거론된 내용과 관련하여 심층적으로 점검하거나 설명이 필요한 이론과 개념들을 정리했다. 1부의 1장과 2장은 매클루언의 책에서는 별도의 장으로 설정하지 않은 핵심 개념의 설명이다. 매클루언은 자신의 논지를 이해시키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개념임에도 소위 모자이크 방식으로, 점묘화처럼 도처에 분산해 놓았다.
검증이 필요한가? 이해가 필요할 따름이다. 매클루언은 물리학 이론 설명을 생략한 채 물리학의 용어와 개념들을 수시로 동원한다.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쌓아올린 과학적 이론이다. 미디어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뀐 전환시대에 매클루언의 이론은 커뮤니케이션학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200자평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라는 것은 생명과학과 신경학, 뇌과학 등 자연과학의 검증된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지구촌이라는 개념의 배경에는 상대성이론이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하며 빛을 쫓아가면 시간은 지체되고 공간은 수축된다. 빛의 속도와 같아지면 시간은 정지하고 공간의 제약은 사라진다. 매클루언의 미디어 이론은 실증적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이론이다. 미디어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뀐 전환시대에 매클루언의 이론은 커뮤니케이션학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지은이
김동민
단국대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일장신대학교 교수를 그만둔 뒤 자유인으로 지내면서 물리학과 생명과학 등 자연과학에 심취하였다. 매클루언 미디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위해서였다.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커뮤니케이션학이 21세기형 융합 학문으로 발돋움할 것을 기대하며 관련 저술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미디어 연구에 대한 자연과학의 시각』(2018), 『미디어 시간여행』(2015), 『미디어 오디세이』(2013), 『언론법제의 이론과 현실』(편저, 1993), 『한국언론의 정치경제학』(공저, 1990)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마셜 맥루언의 ‘지구촌’ 개념에 관한 연구: 상대성 이론과의 관계를 중심으로”(2016), “동아일보의 신탁통치 왜곡보도 연구”(2010), “방송통신융합 현상의 정치경제학적 고찰: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의 법칙’을 중심으로”(2006), “비판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평가와 과제”(1998) 등이 있다.
차례
마셜 매클루언의 발견
1부 미디어 이론
01 인간의 확장이란 무엇인가
불신에서 이해로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
02 지구촌
전자기학과 상대성이론, 그리고 ‘지구촌’
메타포에 대하여
03 미디어가 메시지다
지식의 융합
04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
05 나르시스: 감각이 마비된 기계
2부 매체별 특성
06 직관에서 언어의 세계로
음성 언어: 악의 꽃인가
07 문자 언어
문자 언어: 귀 대신 눈
도로와 종이의 노선들
08 숫자와 화폐
수: 군중의 프로필
화폐: 가난한 사람의 신용카드
09 기계: 인쇄 미디어
시계: 시간의 향기
인쇄: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인쇄된 말: 민족주의의 건축가
신문: 뉴스 누설에 의한 통치
바퀴, 자전거, 비행기
10 과도기의 미디어
만화, 매드(MAD): 텔레비전을 향한 통로
사진: 벽 없는 유곽
영화: 릴의 세계
11 전기 미디어
전신: 사회의 호르몬
전화: 울리는 금관악기인가, 소리 나는 상징인가
라디오: 원시 부족의 북
텔레비전: 소심한 거인
자동화: 생활 배우기
3부 철학과 물리학
12 결정론에 대하여
결정론의 뿌리
기술결정론의 전제
인류사회는 자연의 일부
13 실증주의에 대하여
14 자연변증법과 미디어 연구
매클루언과 지식의 융합
자연변증법
15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은 상대주의인가
철학에서의 상대주의
16 매클루언과 미디어생태학
미디어생태학이란 무엇인가
동서양의 자연생태 개념 비교
기존의 미디어생태학에 대하여
인류세, 종의 대멸종과 미디어
미디어생태학의 과제
책속으로
매클루언은 하이젠베르크가 중국의 현인 장자(莊子)의 말에 주목한 사실을 인용하면서 “뉴턴이나 애덤 스미스였다면 이 이야기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접근 방법의 대가들이었고, 또 그 방법을 옹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외과수술의 예를 들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중략)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한 20세기에는 그 영향으로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하이젠베르크가 기계적 세계관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장자의 말에 주목한 사실을 인용했던 것이다. 결론은 전기 미디어의 등장으로 기계시대를 마감한 지구촌 시대의 개막인 것이다. 이처럼 매클루언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지구촌 특징의 연장선에서 내파로 인한 중앙집중화의 해체와 더불어 전문화를 비판했다.
_ “03 미디어가 메시지다” 중에서
포스트먼은 매클루언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통찰을 제한적으로만 수용한다. 월터 옹(Ong, 1982)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매클루언의 관점을 기준으로 언어와 문자의 문화적 차이를 연구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매클루언이 ‘미디어가 메시지다’라고 말한 의미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역사를 변화시켜 온 원동력이 메시지가 아닌 미디어라는 거시적 관점의 표현이다. 그에 비해 포스트먼은 현대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특히 텔레비전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한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메타포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텔레비전 비평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Postman & Powers, 1992). 그러나 매클루언은 포스트먼과 달리 자연과학의 이론을 진지하게 적용하여 미디어 이론을 수립하였다. 특히 ‘지구촌’이라는 통찰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근거로 하였다.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중추신경체계의 확장이라는 통찰도 생물학의 지식을 동원한 것이다. 그에 비해 포스트먼에게 자연과학은 다음과 같이 사회과학과 구별하기 위해서 동원된다.
_ “16 매클루언과 미디어생태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