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영화 중에서 페미니즘 영화에 대해서 탐구하고 분석하며, 일관된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책. 프로이드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도구로 영화의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심층적인 구조를 보고 있다. 즉 영화의 무의식을 분석한다. 다섯 편의 한국 영화를 근거로 페미니즘적 겉모습과 가부장적 무의식이라는 분열된 구조 안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희생양이 된다는 것을 명징하게 논거한다. 여기서 저자는 섹슈얼리티라는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의 섹슈얼리티 이론을 영화분석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 책은 현학적 이론서가 아니다. 저자는 한국 페미니즘 영화를 한국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사회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 여성의 한 명 으로서 페미니즘에 관해 학문 이상의 관심을 표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은 대부분의 경우 빛 좋은 개살구이다. 페미니즘은 한국 여성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데 실패하였을 뿐 아니라 그 존재이유를 부각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여성들은 스스로 페미니스트이기를 원치 않으며, 반면에 자신들의 위치는 개선되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페미니스트임을 앞세우기보다는 여성스런 여성이 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여성들의 실제 경험이 가르쳐준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여성들조차 아직 동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바로 저자가 진단한 한국사회에서의 페미니즘의 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자멸할 위험을 동반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페미니즘이라는 기치는 많은 여성들을 포함하여 다수의 관객을 소원하게 만들어 대중적 속성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들은 강력한 페미니즘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한 계가 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우리에게 때때로 가벼운 미소를 때때로 통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는 어린이의 순진한 웃음도 남성의 권력적 웃음도 아니다. 이는 한국의 여성이 되어서 살아본 사람들만이 의미를 알 수 있는 도전적인 웃음이다. 이는 바로 메두사의 웃음이다.” 이 메두사의 웃음이 바로 저자가 우리 페미니즘 영화에서 본 희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명료하고 날카로운 이론적 추구를 통하여 한국의 영화학에 있어 학문적인 저서로서의 물꼬를 트고자 한다. 동시에 이 책은 지금의 한국을 사는 한 한국 여자의 절실한 체험을 이론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수연, 외대 불어과 졸업,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라디오·티비·영화 부문 석사, 미국 노스 웨스턴대학에서 동 부문에 대한 박사. 현재 한국외 국어대학교 강사.
지은이
이수연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라디오·텔레비전·영화과에서 석사학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라디오·텔레비전·영화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텔레비전과 영화 같은 영상 미디어가 주 관심 분야이며 이와 관련하여 비평과 정책연구를 수행해 왔다. 특히 미디어의 여성 재현 문제와 여성의 미디어 이용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방법론의 하나로 라깡의 정신분석학을 이용하고 있다. 저서로는 『메두사의 웃음: 한국 페미니즘 영화와 섹슈얼리티』(1998)가 있고 이외에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