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험가 짐플리치시무스≫는 30년 전쟁 당시 헤센 주의 슈페사르트 농가에서 살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다. 퇴각하는 군인들이 쳐들어와 집을 부수고 불태웠으며, 부모와 헤어진 소년은 혼자 숲으로 도망쳐 은둔자를 만났다. 은둔자는 자신의 이름조차도 모르는 소년을 거두어 단순한 아이라는 뜻을 가진 ‘짐플리치우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기독교 교리에 따른 도덕관과 읽고 쓰기를 가르쳐 주었다. 소년이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은둔자가 죽고 소년은 다시 군인들에게 끌려가 하나우의 군 사령관 람자이를 만났다. 은둔자의 매부인 사령관은 소년을 시동으로 삼았으나 단순하기에 끝없이 바보짓만 하는 이 소년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송아지 가죽을 입은 바보 광대로 만들었다. 소년은 여기서 탈출했지만 다시 군 부대에 붙잡히는 등 위험하고도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가운데 황제 휘하 마그데부르크 부대의 장교 헤르츠브루더를 알게 되었고 같은 이름을 가진 그의 아들 헤르츠브루더와는 평생 친구가 된다. 소년은 계속 군인으로 근무하거나, 패잔병으로 쫓기다 다시 하급 군인으로 돌아가 탈영하고, 결혼하고, 사냥꾼과 도적도 되어 보고, 돈도 모으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등 모험을 동반한 다양한 인생살이를 경험한다.
우연히 헤르츠브루더와 다시 만나 행복했으나, 친구가 죽은 후 다시 경박한 생활을 하며 방황하다가 외국에서 유괴되기도 하였고, 한국과 일본까지 여행 갔다가 아프리카와 유럽을 거쳐 3년 뒤 독일로 돌아온다.
그가 잠시 정착하여 온천장을 경영할 때 뜻하지 않게 슈페사르트의 아버지를 다시 만났으나 정작 그의 친아버지는 바로 숲에서 그를 가르친 귀족 출신 은둔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방랑 생활과 여러 가지 모험적인 사건을 겪고 난 후 세상의 무상한 삶에 회의를 느낀 주인공은 자기 아버지처럼 은둔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주인공은 여러 가지 세속적인 삶을 살았으면서도 세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마음을 품는다. 소설의 시작부터 계급에 대한 풍자, 전쟁의 참상 그리고 전쟁 중 농부와 군인들의 첨예한 대립을 통한 부정적인 사회적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계급 풍자와 끝없는 자기 아이러니를 통한 시대 비판적 논의들이 종교적·도덕적 성찰과 더불어 주인공의 행동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 소년이 전쟁터를 전전하며 때로는 부도덕하게 배회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독일 민담에서 가져온 풍자소설과 스페인의 피카레스크소설에서 온 유희적인 이동 배경을 사용하고 있다.
200자평
독일 바로크 시대의 첫 소설 작품. 30년 전쟁 당시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담았다. 양치기로 단순 무식하게 살아가던 소년이 전쟁에 휩쓸리면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 준다.
지은이
그리멜스하우젠은 1621년 루터교의 도시 겔른하우젠에서 출생했다. 30년 전쟁 시기에 태어난 탓에 그의 유년 시절은 평탄치 못했다. 12세에 집이 파괴되고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하나우로 갔다. 전쟁 중 스웨덴 군대와 괴츠 장군의 군대 등에서 포로가 되거나 군 복무를 하면서 여러 도시를 계속 전전했다. 1639년부터 1648년까지는 바덴 지역 오픈부르크 샤우엔 성의 행정을 맡았고 1643년부터는 연대 서기관을 지내기도 했다. 종전 후 가톨릭교에 귀의했으며 1649년 카타리나 해닝거와 결혼했다. 그 후 샤우엔 성의 백작의 토지 관리인을 지냈고, 1656년에서 1658년까지 가이스바흐에서 ‘은별’ 여인숙을 경영했다. 1662년에서 1665년까지는 울렌부르크 성의 성주였으며, 1667년부터는 렌헨의 시장으로 일했다. 작가의 이런 다양한 사회 경험과 군 부대를 전전한 전력이 작품 속 주인공의 삶에도 간간이 반영되어 있다.
옮긴이
박신자는 성신여자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신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백석대학교 그리고 덕성여자대학교(사회교육원)에 출강하였으며, 성신여자대학교의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는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동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문학적 아르누보>, <인상주의문학의 가능성과 그 실례>, <괴테의 그림 묘사>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로버트 발저의 ≪프리츠콕의 작문시간≫과 ≪니벨룽겐의 노래≫, 저서 ≪문학과 미술의 대화≫, ≪다채로운 세상, 움직이는 문화≫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기병들이 첫 번째로 한 일은 말을 마구간에 집어넣는 것이었다. 그다음 그들은 완전 타락하고 썩어 빠진 이상한 행동을 했다. 비록 몇몇은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고기를 썰고 끓이고 굽고 했지만, 반대로 다른 군인들은 집 위아래를 휘젓고 다녔다. 그래서 금빛 양가죽 같은 것을 숨길 만한 어떤 비밀 장소도 안전하지 못했다. 다른 군인들은 천과 옷, 세간살이들을 마치 고물상이라도 차리려는 듯 크게 뭉쳐 쌌다. 가져갈 생각이 없는 물건들은 깨부수었다.
몇몇 군인들은 우리가 양과 돼지들을 아주 숨길 수 없게끔 하는 것처럼 칼로 건초와 짚 더미를 찔렀고, 다른 군인들은 이불의 솜들을 털어 내고는 마치 그 위에서 자는 것이 더 좋기라도 하다는 듯, 이불 안에 베이컨 또는 말린 육포와 세간들을 집어넣었다. 다른 군인들은 마치 영원히 여름만 있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난로와 창문을 깼고, 구리와 주석 그릇들을 한데 모아 부수고 휘어지거나 불량한 것들을 쌌다. 마당에 장작이 몇 길이나 쌓여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기에 이불 궤짝, 상, 의자 그리고 긴 의자들을 불태웠다. 아무리 그들이 꼬치구이를 좋아하기로서니, 아니면 단 한 번의 식사로 끝내려고 했던 것인지 그들은 냄비와 그릇들을 두 동강 냈다.
우리 하녀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외양간에서 치욕적인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하인을 바닥에 묶어 누이고 입에 합판을 끼우고 우유통에 썩은 물을 가득 담아 스웨덴 음료수라 하면서 그의 몸에다 부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그들 일행의 일부를 다른 장소로 안내하도록 하인에게 강요하였다.
그곳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가축들이 잡혀 있었는데, 그들은 그 모두를 우리 집 마당으로 끌고 왔다. 그 가운데 크난과 모이더, 그리고 우르젤레도 있었다.
그들은 피스톨에서 부싯돌을 빼고, 그 대신 농부들의 엄지손가락을 그 속에 집어넣고 조여 대기 시작했다. 거짓말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고문하고자 붙잡힌 농부들 중 한 사람을 마치 마녀를 불태우듯 벌써 오븐에 처넣고 불을 들고 경고했다. 그들은 또 다른 사람의 머리를 밧줄로 묶은 다음 곤봉을 끼워 돌리며 조여 댔고, 입·코·눈 주위에 피가 튀도록 매질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은 말하자면 군인들 각자가 농부들을 괴롭히려고 스스로 고안한 것들로, 농부들 모두 이런 이상한 고문들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