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 연극사에서 입센은 근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며 여전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1882년 작 <민중의 적>은 사회·정치적 드라마로 공동체와 개인, 진실과 권력, 다수의 폭력성 등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온천 보건의 스토크만 박사는 관광지로 부상하며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자원인 온천에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온천수 오염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하자는 데 지역 진보 언론과 시민단체가 뜻을 모은다. 한편 스토크만 박사의 친형이자 시장인 페테르는 온천수 오염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 관광 산업이 타격을 입어 지역 경제가 크게 흔들리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스토크만 박사는 페테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믿었던 언론과 시민단체가 결정적 순간에 페테르 편에 서면서 박사는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힌다.
진실을 알리는 것이 주민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한 옳은 길이라고 믿는 스토크만 박사와 경제적 손실을 두려워하는 마을 지도자들과 언론, 다수 주민의 갈등은 개인 양심과 공동체 이익 사이의 충돌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진실을 말하는 소수와 이를 억압하려는 다수의 권력 투쟁에서 진실이 오히려 배척될 수 있다는 작품의 주제는 아서 밀러가 《모두가 나의 아들》, 《시련》을 창작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입센은 민주주의에서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때로는 다수가 진실을 왜곡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강조한다. 입센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의 위선과 권력 구조를 비판하고, 진실을 알리는 사람의 고통과 고독을 강조하고자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민중의 적》은 진실을 위한 투쟁이 때로는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며, 도덕적 용기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0자평
오염된 온천을 둘러싸고 사적 이익을 위해 문제를 덮으려는 시민사회와 이를 공론화해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스토크만 박사의 갈등을 그렸다. 스토크만 박사가 ‘민중의 적’으로 낙인찍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주제를 전한다. 아서 밀러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에서 영감을 얻어 《모두가 나의 아들》, 《시련》을 썼다.
지은이
헨리크 입센(Henrik J. Ibsen, 1828∼1906)
1828년 3월 20일 노르웨이의 수도 크리스티아니아(지금의 오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시엔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집이 파산해 열다섯 살까지 약방에서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 준비를 하는 한편, 신문에 만화와 시를 기고했다. 희곡 <카틸리나>(1848)를 출판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그 후 <전사의 무덤>(1850) 상연을 계기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작가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1851년 국민극장 상임작가 겸 무대감독으로 초청되었는데, 이때 무대 기교를 연구한 것이 훗날 극작가로 대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1857년에 노르웨이 극장으로 적을 옮긴 뒤 최초의 현대극 <사랑의 희극>(1866)과 <왕위를 노리는 자>를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목사 브란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브랑>(1866)을 발표하여 명성을 쌓았다. 이후 <페르 귄트>(1867), <황제와 갈릴리 사람>(1873) 등에서 사상적 입장을 확고하게 굳혔다. 이어 사회극 <사회의 기둥>(1877), <인형의 집>(1879) 등을 발표했다. 특히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남성에 종속된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는 과정을 묘사해 여성 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00년 뇌출혈로 첫 발작을 일으킨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1906년 78세로 사망했다.
옮긴이
조태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 이론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객원교수를 거쳐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2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ULL) 커뮤니케이션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연극 이론 및 극작술, 공연 미학에 관련한 논문과 칼럼을 여러 편 썼으며, 고등학교 인정 교과서 ≪연극≫(천재교과서, 2018)을 공동 집필했고, <골고다의 딸들>(한웅출판, 1992>, <바람의 전쟁>(열린세상, 1996> 등의 번역 소설과 번역 희곡 <유령소나타>(지만지, 2014)와 <바다에서 온 여인>(지만지, 2015), <로칸디에라>(지만지, 2016),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지만지, 2018), <헤다 가블레르>(지만지, 2018), <건축가 솔네스>(지만지드라마, 2019), <루나사에서 춤을>(지만지드라마, 2020)>, <로스메르스홀름>(지만지드라마, 2020), 〈어린 에욜프〉(지만지드라마, 2023)를 펴냈다. 또한 공연 창작 현장에서 극작가 및 연출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면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인공낙원 대표, 극단 하땅세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희곡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 <3cm>(지만지드라마, 2021), <푸른 개미가 꿈꾸는 곳> 등이 있으며, 연극 <유령소나타>, <루나사에서 춤을>, <목소리>,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애랑연가>, <규방난장>, 오페라 <류퉁의 꿈>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호브스타 : (소동 속에 소리치며) 사회 전체를 파괴하려는 자는 누구든 민중의 적임이 틀림없소!
스토크만 박사 : (더욱 분개하며) 거짓을 일삼는 사회가 파괴된다 한들 뭐가 그리 대수요! 폭삭 망해야 한다니까! 거짓 속에 사는 자들은 해충처럼 박멸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결국 나라 전체를 오염시킬 거요. 그리하여 나라가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겁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난 진심으로 말하노니, 온 나라를 멸하게 하고, 그 백성들을 절멸케 하라!
1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