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시키르인은 현재 전 세계에 약 200만 명이 생존해 있는데, 2010년 러시아 연방공화국의 인구 조사에 따르면 150만 명가량이 러시아에 거주한다. 러시아 연방공화국 내에서 러시아인, 타타르인, 우크라이나인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인구만으로는 러시아 공화국에서 소수민족은 아니지만, 문화의 흐름이 고압지대에서 저압지대로 향하듯 주변 강대국의 영향으로 전통 문화는 퇴색하고 민족 정체성은 소멸하고 있다.
바시키르인의 전통 신앙은 이슬람이다. 이들은 922년 이슬람을 수용했고, 1320∼1330년에는 이슬람 전파가 거의 완료되었다. 19세기까지 반유목 생활을 했지만 이후 대거 이주해 온 러시아인들의 영향으로 농경과 정착 생활로 전환했다. 농경을 겸한 반(半)유목 가축 사육, 사냥, 양봉, 야생 벌꿀 채취, 새 사냥, 어로, 채집 등으로 전통적인 생산 활동을 이어 나갔다. 직물, 펠트 및 양탄자 제작, 자수, 가죽 가공, 목재와 철 가공 등의 수공업도 발달했다.
바시키르 문화에는 동양과 서양의 요소가 미묘하게 융합되어 있다. 따라서 바시키르 문화에서는 때로는 동양의 가부장적 엄격함이, 때로는 서양의 자유분방함이, 때로는 페르시아의 신비함이 느껴진다. 이 책에은 못된 마녀의 계략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냥꾼이 예전에 놓아준 동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는 이야기 <늑대, 독수리, 황금 물고기와 사냥꾼>, 숫염소 마흔 마리를 가지고 가서 새끼 염소 여든 마리를 만들어 오라는 왕의 황당한 명령을 지혜로 이겨 왕을 굴복시킨 뒤 마침내 왕비가 된 소녀의 이야기 <왕비가 된 영리한 파우키누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청년에게 시집보내기로 마음먹은 아버지가 얼음, 태양, 구름, 비, 땅, 풀, 소, 칼을 찾아갔다 결국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일까?> 등 총 40편의 바시키르인 설화를 소개한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엄순천은 러시아어학 박사다. 현재 성공회대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며 시베리아 소수민족 언어 및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저서로 ≪잊혀져가는 흔적을 찾아서: 퉁구스족(에벤키족) 씨족명 및 문화 연구≫(2016), 역서로 ≪예벤키인 이야기≫(2017), ≪니브흐인 이야기≫(2018), ≪축치인 이야기≫(2018), ≪코랴크인 이야기≫(2018), ≪케레크인 이야기≫(2018) 등이 있다. 연구 논문으로는 <중국 문헌 속 북방지역 소수종족과 퉁구스족과의 관계 규명: 순록 관련 기록을 중심>(2018), <에벤키족 음식문화의 특성 분석 − 인문지형학, 인문경제학, 민속학적 관점에서>(2017) 등이 있다.
차례
별 이야기
큰곰자리
달나라로 간 사슴들과 늑대
아가씨와 달
직녀별이 된 주흐라
거문고자리
은하수
동물 이야기
매와 닭 부부
늑대에게서 아이를 구한 개 사르바이
고아가 된 여우
거위가 알록달록 화려해진 이유
갈색 암소
늑대, 독수리, 황금 물고기와 사냥꾼
은혜 갚은 토끼
느닷없이 동물의 대장이 된 고양이
왕 이야기
예렌세 세센
투라칸, 야네바칸, 그리고 예렌세 세센
강도를 찾아낸 영리한 공주
왕비가 된 영리한 파우키누르
왕의 신임을 얻게 된 현명한 농부
아크잠
왕을 탄복시킨 아가씨
하탐타이
노인, 성인 하지르, 그리고 왕
왕과 가난한 수도승
목동이 된 왕
아가씨에게 청혼한 예순 살의 왕
상으로 빵만 주는 왕
못된 왕에게 벌을 내린 피리 쿠라이
지혜로운 바시키르인 이야기
이상한 형제
아버지를 소금처럼 사랑한 딸
영리한 제화공
이일키시바이
부자가 된 가여운 굴리비카
사냥꾼 율디바이
게으른 손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일까?
지냐트와 탐욕스러운 부자
아브잘릴
아민베크
바시키르 일곱 씨족의 기원 알프 바투르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왕비는 늙은 왕을 전혀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왕에게 젊고 잘생긴 하인이 있었습니다. 젊은 왕비는 이 하인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그를 자기 처소로 불러들일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인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면서 왕비가 불러도 절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왕이 궁궐을 비운 어느 날, 왕비는 하녀를 보내 마치 특별한 일이 있다는 듯 하인을 방으로 불렀습니다. 하인이 왕비의 방에 들어오기 무섭게 왕비는 하인을 껴안고 키스를 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하인은 왕비를 떨쳐 내려 했지만 왕비는 전혀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인은 왕비를 세게 뿌리치면서 방을 뛰쳐나갔고 왕비는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바로 그때 왕이 돌아왔습니다. (…)”
<왕을 탄복시킨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