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브레히트가 1918년에 초고를 완성한 첫 희곡 <바알>은 ‘변증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어렵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가 단순하고도 완전한 ‘이기심’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작품에는 브레히트가 이 세상에서 본 ‘기대’와 ‘절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장면에서 바알은 미래가 촉망되는 시인으로 소개된다. 그 자리에 모인 출판업자와 비평가들이 한목소리로 바알과 그의 시를 칭찬한다. 하지만 바알은 술에 취해 이들을 맹렬히 비난하고 자리를 뜬다. 이후로 바알의 끝모를 비행과 악행, 방황이 계속된다. 참을 수 없는 부도덕함으로 점철되어 있던 바알의 생은 외롭고 비참한 끝을 맞는다.
브레히트가 이 작품에서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또한 누군가에게 있었던 여러 가지 일화를 펼쳐 보이려는 것도 아니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누군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출판용 원고 서문에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바알’이라는 남자의 생애를 극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바알이라는 비정상적인 인물을 통해 관객들은 20세기라는 시대를 제대로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는 베데킨트의 자연주의 극작 영향이 드러나는가 하면 말년에 이룩한 성과인 서사극, 교훈극 요소도 두루 포함되어 있어 브레히트의 작가적 역량을 이해하는 데 단초가 되는 희곡이다.
200자평
브레히트가 스무 살이던 1918년에 초고를 완성하고 죽기 전까지 거듭 고쳐 쓴 작품이다. 그의 개인적인 인생관과 여성관, 노동자와 사회에 대한 태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 사회에 있을 수 없는 부도덕함’으로 점철된 바알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다뤘다.
지은이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1898년 2월 10일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태어난다. 1917년 10월 2일 뮌헨 대학에 입학한다. 이듬해 뮌헨의 ‘카머슈필렌’ 극장에서 그라베의 <고독한 사람>이라는 공연을 보고, 이 작품에 대한 응답으로 5월 1일 <절반은 희극인 바알>을 완성한다. 1920년에 <바알>을 고쳐서 게오르크 뮐러 출판사에서 출판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한다. 1922년 9월 29일 ‘카머슈필렌’ 극장에서 <한밤의 북소리>를 초연한다. 같은 해 11월 3일에는 마리아네 초프와 결혼한다. 1928년 8월 31일 ‘쉬프바우어담’ 극장에서, 에리히 엥겔 연출로 <서푼짜리 오페라>를 초연한다. 이듬해 4월 10일 헬레네 바이겔과 재혼한 브레히트는 1933년 가족과 함께 프라하로 이주한다. 이후 나치를 피해 브레히트는 가족과 함께 헬싱키 등을 거쳐 미국 산타 모니카에 거주하기 시작한다. 1947년 10월 30일 ‘반미활동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브레히트는 미국에서도 추방당한다. 10월 31일 파리로 출발한 브레히트는 11월 5일 스위스 취리히에 도착한다. 1956년 5월 초 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8월 10일 마지막으로 ‘베를리너 앙상블’ 극단 연습장에 나타난 뒤, 8월 14일에 사망한다.
옮긴이
김창화는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 재학 시절에 고려대학교 ‘극예술연구회’에서 희곡 창작과 연출활동을 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서 석사, 독일 뮌헨대학교 역사철학학부에서 연극학전공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서사극의 이화효과에 관한 연구>, <J. M. R. Lenz의 사실주의 극작술 연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오레스테스≫(1994, 평민사), ≪독백과 대화≫(1999, 집문당), ≪헨리크 입센 희곡 선집−인형의 집, 유령≫(2010, 열린책들), ≪중국의 장벽≫(2014, 지식을만드는지식), ≪빵집≫(2015, 지식을만드는지식) 등이 있다. 현재 상명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이며, 국제극예술협회 한국 본부 부회장, 세계희곡작가포럼 부회장, 2016년 한국국제2인극축제 예술감독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위대한 바알의 무반주 합창
식당에서
바알의 다락방
술집에서
바알의 다락방 1
바알의 다락방 2
바알의 다락방 3
갈색 나무 기둥으로 장식된 회벽의 집들
5월의 밤, 나무 아래서
“밤하늘의 구름”이라는 이름의 밤 주막
초록빛 들판, 푸른 자두나무가 있다
마을 술집
나무가 서 있는 밤
어떤 오막살이
갈색 마루가 깔린 복도
푸른 나뭇잎이 무성한 곳, 뒤편에 강이 흐른다
시골길, 목장이 보인다
막 자라기 시작한 개암나무
바람 속 단풍나무
싸구려 술집
숲속
길가
숲속에 있는 오두막
이른 아침 숲속에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바알이 이렇게 말했다.
남자들은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은 그 여자와 바알을 두려워했다.
모든 부도덕한 짓들은 실제로 즐거운 일이며
그런 짓을 하는 남자들은 실제로 착하다고
바알이 말했다.
부도덕한 짓이란 사람들이
실제로 저지르고 싶어 하는 짓들이니까.
한 가지만으로도 지나치다고 하면서
두 가지 나쁜 짓을 한꺼번에 해치우니까.
절대로 주저하거나 연약하게 굴지 마!
하나님 곁에서 즐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건강한 팔다리와 경험이 필요해.
그러나 뚱뚱한 뱃가죽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
건장한 체격의 독수리들이 바알을 노려보고 있어.
그들은 하늘에서 바알의 시체를 기다리고 있어.
가끔씩 바알이 죽은 듯 멈춰 서면
독수리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가지.
바알은 그 독수리를 잡아먹어 버려.
어두운 별빛에 잠겨 있는 이 덧없는 세상에서
바알은 소리 내어 숲에 있는 나무들을 모두 베어 버린다.
숲이 텅 비면 바알은 무거운 발걸음을 끌면서 노래한다.
숲들이 영원한 잠에 빠질 때까지.
7∼8쪽, <위대한 바알의 무반주 합창>, ≪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