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국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시대에 나온 ≪박물지(博物志)≫는 지괴소설(志怪小說)로 분류된다. 지괴소설의 내용은 퍽 번잡해, 지리와 박물(博物)·역사·전설·귀신·괴이한 것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사실 ≪박물지≫는 원본이 유실된 상태다. 다만 원문 중 일부가 다른 책에 수록되어 전해 왔다. 이에 후세 사람들이 곳곳에 흩어진 ≪박물지≫ 관련 글을 모으고 하면서 오늘날의 통행본(通行本, 흔히 널리 통용되는 판본) 및 기타 이본들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원본 진위 문제, 원작자 문제 등이 대두되긴 했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장화가 썼다는 점은 거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박물지≫의 내용은 장화가 창작한 것이 아니다. 장화는 다른 데서 봤거나 들은 이야기를 ≪박물지≫에 옮겨 기록한 것이다. 장화는 저술 동기로 ‘옛날부터 내려온 지리서들이 대단한 명성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미비한 점들이 있기 때문에 보충하려 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로 볼 때 그는 완벽을 추구했던 사람으로 보인다.
≪박물지≫의 특징 중 하나는 서문(序文)이 없다는 점이다. 원본 ≪박물지≫에는 틀림없이 서문이 있었겠지만, 소실되었던 ≪박물지≫를 후세 사람이 다시 엮을 때 서문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박물지≫는 10권으로 이뤄졌으며 권수와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39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한 권당 3.9개의 항목이 들어 있는 셈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항목당 30∼40개 정도의 조목으로 나누어 각각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항목에서는 조목이 많은가 하면 어떤 것은 14개의 조목만 있는 것도 있다.
≪박물지≫의 내용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대단히 다양하다. 정리해 보면 산천과 지리, 기이한 동식물, 각국의 풍속, 의약, 신선과 방술, 역사, 신화와 전설 등 다양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박물지≫의 이러한 여러 내용들은 모두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특히 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화와 전설에 관련된 것들은 생동적이고 환상적이며 이야기의 성격이 짙어 소설적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원숭이가 부인을 훔쳐 간 이야기’는 영민하고 인성(人性)과 상당히 통하는 원숭이의 형상을 묘사하였다. ‘8월에 뗏목을 띄운 이야기’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형상화시킨 것인데, 한 편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신화이며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반영한 것이다. ‘동방삭이 불사주를 마셔 버린 이야기’는 옛날 제왕들이 불로장생설을 믿은 것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바인데, 황제 앞에서 용감하고 재치 있게 말한 것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천문군에서 이무기를 죽인 이야기’는 담력과 지식이 있는 사람이 용감하게 나서 기괴한 현상을 밝혀낸 것인데, 미신 타파 의도를 가지고 있다.
≪박물지≫에는 기이한 것들을 서술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문장들이 많아 중국 소설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박물지≫는 새로운 서술양식으로서 글쓰기를 시도한 것이며,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신화와 전설들을 기록해 소설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실제로 후세 소설과 희곡 작품들 중에는 ≪박물지≫에서 제재와 소재, 예술적 상상력, 표현방법 등의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가 있다. ≪박물지≫는 체재(體裁)에서도 후세에 상당한 영향을 주어 문언소설의 한 유파를 형성케 했다.
200자평
이 작품에는 기이한 것들을 서술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을 제공해 주는 문장들이 많아 중국 소설이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지은이
장화(232~300)는 자가 무선(茂先)이고, 범양(范陽) 방성(方城) 곧 오늘날의 하북성 고안현(固安縣) 남쪽 지역 사람이다. 어렸을 때 홀로되고 가난하여 양을 기르는 것으로 살아갔다. 그러는 중에도 학문을 좋아해서 책들을 두루 익혀 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다. 학업이 뛰어나고 박학다식했으며, <초료부(鷦鷯賦)>를 지으면서 명성을 얻게 된다. 위(魏)나라와 진(晉)나라를 거치면서 여러 벼슬을 맡았고 관직이 사공(司空)에서 끝났다. 그래서 흔히 ‘장사공(張司空)’이라고 불렸다. 사마륜(司馬倫) 등이 역적모의를 하였을 때 장화는 음모에 가담하는 것을 거절해, 사마륜 무리에게 피살됐다. 원래는 장화의 문집이 있었지만 소실되었고, 오늘날 전해지는 ≪장사공집(張司空集)≫ 한 권은 명나라 사람인 장부(張溥)가 모아 놓은 것이다.
장화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는 신비하고 기이한 것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수많은 책을 두루 보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박물지≫의 기본 성격을 결정지었고 ≪박물지≫가 이루어진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옮긴이
김영식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안경기(拍案驚奇) 연구>로 석사 학위를, <송원(宋元) 화본소설(話本小說)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강릉원주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송 이전 설화 예술의 탐색>, <송 이전 설창과 그 저본에 관한 탐색>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선역주(文選譯註)≫(전 10권, 공역, 소명출판), ≪상군서(商君書)≫(홍익출판사), ≪오월춘추(吳越春秋)≫, ≪월절서(越絶書)≫, ≪열자(列子)≫, ≪귀곡자(鬼谷子)≫(이상 지식을만드는지식), ≪상상의 나라 곤충 이야기≫(벤포스타), ≪사단칠정논변≫(공역, 한국학술정보), ≪역주사단칠정논쟁≫(전 2권, 공역, 학고방) 등이 있다.
차례
1권
지리략(地理略)
땅[地]
산(山)
물[水]
산과 물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山水總論]
사방과 그 중앙에 있는 백성[五方人民]
여러 가지 생산물[物産]
2권
외국(外國)
기이한 사람[異人]
기이한 풍속[異俗]
기이한 생산물[異産]
3권
기이한 짐승[異獸]
기이한 새[異鳥]
기이한 벌레[異蟲]
기이한 물고기[異魚]
기이한 풀과 나무[異草木]
4권
생물의 본성[物性]
사물의 이치[物理]
사물의 종류[物類]
약초[藥物]
약재에 대한 이론[藥論]
주의해야 할 음식[食忌]
약을 쓰는 의술[藥術]
놀이 방법[戱術]
5권
방사(方士)
음식물의 복용[服食]
방사의 구별[辨方士]
6권
인명에 대한 고찰[人名考]
서적에 대한 고찰[文籍考]
지리에 대한 고찰[地理考]
의전·예식에 관한 고찰[典禮考]
음악에 관한 고찰[樂考]
복식에 관한 고찰[服飾考]
칼 이름에 관한 고찰[器名考]
사물 이름에 관한 고찰[物名考]
7권
기이한 소문[異聞]
8권
역사에 대한 보충[史補]
9권
잡다한 이야기 1[雜說上]
10권
잡다한 이야기 2[雜說下]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천문군(天門郡)의 깊은 산속에 험준한 골짜기가 있는데, 사람이 그 산 위에서 골짜기 아래로 지나가게 되면, 갑자기 수풀 밖으로 솟구쳐 나간다. 그 모양이 마치 날아다니는 신선과 같은데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1년 중 이런 일이 자주 있어, 마침내 이곳을 신선의 골짜기라고 이름 했다.
도를 즐기고 도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골짜기 안에 들어와 씻고 머리를 감으면서, 신선이 되기를 희구해 왕왕 뜻을 이루어 날아갔다.
지혜롭고 재능 있는 한 사람이 여기에는 반드시 요괴가 개입되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서, 큰 돌과 자신을 줄로 연결해 묶고, 개 한 마리를 끌고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는데, 전에 일어났던 상황처럼 개가 버렸다.
그 사람은 돌아와서 마을에 이 사실을 알리고서, 수십 명의 사람을 모집하여 몽둥이를 들고, 풀을 자르고 나무를 베어 가며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그러고서 보니 멀리에 한 괴물이 보였는데, 길이는 수십 장(丈)이고 그 높이는 사람을 가리고도 남았으며, 귀는 곡식을 까부를 때 쓰는 키와 같이 컸다.
그는 괴물과 격투를 벌이고 활을 쏘다가 마침내 칼로 찔러 죽였다. 이 괴물이 삼킨 사람의 뼈들이 주위에 쌓여 무더기를 이루었다. 이 큰 뱀인 이무기가 입을 벌리니 넓이가 한 장(丈) 남짓이었다. 차례로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이 이무기가 숨을 들이쉴 때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지역은 마침내 편안하고 안정되어 근심이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