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인돌’로 대표되는 해학과 위트의 대가, 박수동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이 사람이 생각난다. 아니 이 사람이 창조한 원시인이지만 당대의 시대상을 해학과 위트로 꼬집은 이 캐릭터가 생각난다. 바로 ‘고인돌’이다. 1972년 태어난 고인돌은 1985년 태어난 L사의 아이스바 CF 모델이 되면서 30년이 넘는 인기를 누렸다. 이 고인돌의 아버지는 박수동이다. 오로지 ‘만화가’가 되기 위해 직업을 네 번이나 바꾼 그는 ‘고인돌’과 함께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대가가 되었다.
이 책은 박수동의 작품론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박수동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무척 행복했다”는 저자 박기수는 박수동의 작품 중 대표작과 작가사적으로 언급해야 하는 작품 아홉 편을 골라 따듯한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논했다. <고인돌>의 캐릭터와 배경을 다양한 맥락으로 활용했던 <소년 고인돌> <고인돌 별똥탐험대> <땅콩찐콩 만화일기> <고인돌왕국>과,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서사로 전개했던 <박떡빼와 오성과 한음> <홍길동과 헤딩박>, 그리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또래들의 유쾌한 장난과 성장을 그린 <번데기 야구단> <5학년 5반 삼총사>다.
박수동의 만화에는 유쾌한 활력과 따듯한 공감이 가득한다. 엄혹했던 1970년대 성(性)을 전면화하면서 해학과 위트로 인간의 욕망을 노골화했을 뿐만 아니라 지배계층의 위선과 가식, 갈등과 모순의 의표를 찌르기도 했으며, 군사문화가 지배적인 근대화시기 계몽과 훈육, 통제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에게 착한 소란을 일으키게 해 당대의 교육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의 근저에는 작가 박수동의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신뢰와 낙관적인 세계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번데기 야구단>(1975)의 광팬이기도 했다는 저자는 이 책을 위해 “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구해 읽고 메모하는 작업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행복한 저자가 쓴 유쾌한 박수동을 만날 수 있다.
200자평
박수동은 자유가 억압되고 개인의 욕망이 통제되던 1970년대 성(性)을 전면화하여 해학과 위트로 위선과 가식의 의표를 찔렀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낙관적인 세계관이 어우러진 박수동만화의 힘은 아이들을 향한 열린 사랑과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려는 공감과 소통의 노력에서 비롯된다. <고인돌>의 캐릭터와 배경을 다양한 맥락으로 활용했던 <소년 고인돌> <고인돌 별똥탐험대> <고인돌왕국>과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서사로 전개했던 <박떡빼와 오성과 한음> <홍길동과 헤딩박>, 학교를 배경으로 또래들의 유쾌한 성장을 그린 <번데기 야구단> <5학년 5반 삼총사> 등 작품 아홉 편을 논한다.
지은이
박기수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문화콘텐츠전략연구소 소장이다. 한양대학교 ERICA 창의융합교육원장과 ICᐨPBL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서사의 특성 연구”(2001)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을 하다가 <신세기 에반게리온>과의 운명적인 조우로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기획창작아카데미 자문위원, KBS 미디어비평 자문위원을 지냈고 캘리포니아대학교(어바인)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연구의 관심 분야는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리터러시, 향유, 팬덤, HCI 등으로 현장성 강한 실천적 학문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 전략』(2018), 『윤태호』(2018), )『강도하』(2018), 『웹툰,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구조와 가능성』(2018),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구조와 전략』(2015), 『アニメは 越境する』(공저, 2010), 『애니메이션 서사구조와 전략』(2004) 등 28권의 저서와 “웹툰의 트랜스 미디어스토리텔링 전략 연구”(2016) 등 80여 편의 논문이 있다.
차례
타자화된 주체의 유쾌한 탈주와 강화
01 성, 유연한 양가성의 다층적 울림
02 루니툰과 명랑만화의 경쾌한 조합
03 착한 장난꾸러기의 유쾌한 바른생활
04 학습만화와 고인돌 스토리월드 사이
05 일상 공동체의 따듯한 판타지
06 맥락 잃은 텍스트의 우울
07 유쾌한, 익숙한, 유익한 즐거움
08 성과 풍자의 억압과 탈주
09 유쾌한 활력과 낭만적 전망의 거시 서사
10 박수동 스토리월드의 선하고 유쾌한 사람들
책속으로
박수동 만화는 크게 세 가지 성취를 이룬다. 첫째는 성(性)을 다양한 전략으로 전면화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타자화된 아이들의 유쾌한 활력을 회복시켰다는 점이며, 셋째 가장 큰 성취는 타자에 대한 인간적 신뢰와 세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한 따듯한 공감에 있다.
_ “타자화된 주체의 유쾌한 탈주와 강화” 중에서
이와 같이 1970년대 검열과 통제의 시대에 성을 소재로 한 <고인돌>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탈현재성과 현재성의 거리를 유연하게 유지하면서, 다층적인 울림을 통해 리터러시 수준에 따라 향유의 수준과 폭을 달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_ “01 성, 유연한 양가성의 다층적 울림” 중에서
1970년대 명랑만화의 타깃과 성격 그리고 검열과 통제와 같은 당대적 맥락(context)을 고려할 때, <5학년 5반 삼총사>에서 구현하는 당위적인 착한 결말은 현재가 아니라 지향이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실이 누락된 현재를 그리고 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기는 어렵다.
_ “03 착한 장난꾸러기의 유쾌한 바른생활” 중에서
<번데기 야구단>은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따듯한 판타지를 바탕으로 지금은 사라진 골목길과 그곳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을 소환한다. 저녁까지 골목마다 몰려다니며 소란스레 뛰어다니던 그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저녁 먹으라는 어머니의 외침은 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학원에 늦지 않기 위해 뛰는 아이들을 보며 그리운 풍경을 떠올려 본다.
_ “05 일상 공동체의 따듯한 판타지” 중에서
<고인돌 王國>은 지속적인 자극에도 영원히 채울 수 없는 탄탈로스(Tantalus)의 고통을 다양한 층위로 내재화시켰다. 그것이 성적인 대상을 향한 것이든, 풍자를 통한 지배 권력을 향한 야유와 조롱이든 간에 그 울림이 다층적이다. 다만, <고인돌 王國>의 13개 칸 고정과 같은 다소 정형화된 서사 전개나 때때로 의미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텍스트가 있다는 점에서 그 완성도는 별개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_ “08 성과 풍자의 억압과 탈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