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캐릭터는 배우 미학의 출발점이다. 배우는 무의식과 의식을 교차하며 시적 이미지로 캐릭터를 창조한다. 따라서 배우는 내면의 감정을 이미지로 조형화하는 창조주다. 또한 배우는 보이는 것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기해 일루전을 불러일으킨다. 배우 미학이란 배우가 가진 외면의 태생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것이라기보다 배우가 연기로 관객의 즐거움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 탐구하는 학문이다. 배우는 관객의 무뎌진 미적 감각을 되살려 주고 자아를 순수한 상태로 복구시키는 즐거움을 준다. 이 책은 시적 언어, 사실주의 연기, 미적 체험, 카리스마, 셔레이드, 퍼스낼리티, 앙상블 등 개념을 이용해 배우 연기의 미학을 설명한다.
지은이
민병선
영화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 평론가다. 저서로는 『배우 신성일』(공저, 2009)이 있으며, 평론으로 “기획코미디 어떻게 볼 것인가”, “김혜수 연기론” 등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 <동반 가족>을 연출했고, <레쓰링>, <더 트윈스>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청소년 시절에 동아극단에서 <헨젤과 그레텔>, <백설 공주> 등을 공연했다. KT시나리오공모전, 경상북도시나리오공모전에서 수상했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신인평론가상을 받았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홍보이사로 활동했다.
차례
01 배우의 시적 언어와 사실주의 연기
02 연기의 미적 체험
03 배우 연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
04 배우의 카리스마
05 마술적 추임새, 셔레이드
06 캐릭터와 관객, 퍼스낼리티
07 정서의 기억과 치유, 앙상블
08 캐릭터 연구
09 관객과 배우의 나르시시즘, 반전과 발견
10 캐릭터의 윤리적 의무와 메서드 연기
책속으로
배우는 신체 훈련으로 기예를 수련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배우를 작품의 주체가 아니라 기능의 한 부분으로 치부한다. 배우는 미적 즐거움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배우는 재능을 타고난다는 고정관념도 이런 평가에 한몫한다. 관객과 배우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배우는 수동적인 존재로서 작품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배우는 미적 즐거움의 주체이지 객체가 아니다. 배우가 주체로서 작품을 이끌어갈 때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우 미학은 배우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어떻게 관객에게 미적 즐거움으로 전이되는지 규명한다.
“배우란 무엇인가” 중에서
배우의 몸짓인 ‘셔레이드(charade)’는 정서를 소통하는 기술이다. 셔레이드는 캐릭터의 심리 상태나 성격을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대사(언어)는 거짓이지만 배우의 몸짓 언어인 셔레이드는 진실에 가깝다. 셔레이드는 인간의 내면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캐릭터의 성격과 심리를 거짓 없이 관객에게 전달한다. 슬픔에 잠긴 캐릭터가 “슬프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스며 나오는 경련이나 손짓을 감출 수는 없다.
“배우 연기의 커뮤니케이션 기능” 중에서
캐릭터가 가지는 근원적인 충동과 욕망은 퍼스낼리티의 원천이다. 배우는 캐릭터의 퍼스낼리티를 구축하는 사람이다. 캐릭터의 욕망은 배우에 의해 생명력을 얻는다. 관객은 배우를 통해 캐릭터가 가지는 욕망의 층위를 체험한다. 배우는 캐릭터의 핵심 체험을 알아내고 분석함으로써 욕망을 찾아낸다. 관객에게 캐릭터의 근원적 갈등은 핵심 특성에 의해 형성된다.
“캐릭터와 관객, 퍼스낼리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