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28년 덕흥서림에서 발행된 활자본 고소설 《병인양요−일명 한장군전》을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한다. 주인공 한성근(韓聖根, 1833∼1905)의 일생 가운데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위주로 그의 용력과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한 작품이다. 한성근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중요 사건인 ‘병인양요’를 제목으로 삼았으나, 그의 비범한 탄생과 유년 시절부터 비감한 죽음까지의 전 생애를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병인양요를 소재로 한 서사 문학작품이 희소한 가운데 고전소설 《병인양요》는 ‘병인양요’ 사건을 둘러싼 역사소설의 목소리와 문학적 지평을 다채롭게 만든다. 또한 19세기말 비로소 서양과 조우했을 때, 조선이 경험한 정신적 충격과 대응 논리를, 그것이 주체적이든 비주체적이든 간에, 우리 입장에서 표출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 나아가 한성근 장군에 관한 사료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일생과 정치적·사회적 활동, 정계에서 물러난 뒤의 행적 등까지 구체적으로 재구성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병인양요》는 일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제의 출판 검열을 의식하여 ‘구국(救國)’을 앞세운 역사의식을 대폭 약화시키고, 한성근의 영웅적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여러 일화를 긴장감 없이 서술하여 사건 간 인과관계가 유기적이거나 촘촘하지 못하며,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와 세계와의 대립 양상을 섬세하게 그려내지 못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요컨대 상투적인 인물 형상, 허구와 과장이 다분한 서사 전개, 삽화적인 서사 구성이 《병인양요》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적군 수백 명을 홀로 상대하거나, 호랑이의 배를 밟아 꿰뚫어 버리는 장면은 당대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대 독자들까지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현실적일 만큼 초인적인 힘, 한성근의 몸과 힘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쾌감은 텍스트를 뚫고 나올 정도로 강렬하다. 《병인양요》의 대중적 호소력은 응징의 통쾌함이 아니라 대체 불가 괴물 장군 한성근의 몸과 힘에서 나온다.
200자평
1866년 강화도에 쳐들어온 프랑스군을 문수산성에서 격파한 한성근 장군의 일대기를 그리는 일종의 전기소설이자 역사영웅소설이다. 실존 인물 한성근과 병인양요라는 역사 소재를 흥미로운 대중소설로 가공해 당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홀로 수백 명의 적군을 상대하거나, 호랑이의 배를 밟아 뚫어 버리는 한성근의 면모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 힘의 쾌감을 선사한다.
지은이
몽련(夢蓮) 송헌석(宋憲奭, 1880?~1965?)은 조선총독부의 서기 및 통역생으로 활동한(1917~1924) 적이 있으나, 주로 교육계에 종사하면서 교과서 및 학습서 집필과 소설, 수필 등의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인천 인명학교(仁明學校), 오성학교(五星學校), 불교 교육기관인 중앙학림(中央學林) 등에서 조선어·일본어 교사로 근무했고,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 조선어·일본어·중국어 문법 교재를 여러 차례 편찬·간행했다. 지리서인 《수진독해육대주(袖珍讀解六大洲)》(1909), 역사서인 《려말충현록(麗末忠賢錄)》(1928) 등을 집필하고, 이솝우화를 번역한 《이소보공전격언(伊蘇普空前格言)》(1911)을 내놓았으며, 말년에 소설 《미인의 일생》(덕흥서림, 1963)을 발표하기도 했다
《병인양요》의 주인공인 한성근(韓聖根)의 둘째 사위이자 서적상 송신용(宋申用)과 인척지간이다. 그러나 그의 생애와 행적에 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옮긴이
이민희(李民熙)는 강화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고전문학 비교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폴란드 바르샤바 대에서 수년간 폴란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는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소설 연구를 중심으로 하면서 근대문학, 문학사, 구비문학, 비교문학, 민속학, 서지학, 문화예술학, 문학교육학을 또 다른 거점으로 삼아 분과 학문적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공부를 계속해 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 《파란·폴란드·뽈스까!-100여 년 전 한국과 폴란드의 만남, 그 의미의 지평을 찾아서〉(소명출판, 2005,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16∼19세기 서적중개상과 소설·서적 유통관계 연구》(역락, 2007,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조선의 베스트셀러−조선후기 세책업의 발달과 소설의 유행》(프로네시스, 2007), 《조선을 훔친 위험한 책들》(글항아리, 2008), 《마지막 서적중개상 송신용 연구》(보고사, 2009,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역사영웅서사문학의 세계》(서울대 출판부, 2009), 《백두용과 한남서림 연구〉(역락, 2013,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얼굴나라》(계수나무, 2013,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쾌족, 뒷담화의 탄생-살아있는 고소설》(푸른지식, 2014, 세종도서 교양나눔 우수도서), 《세책, 도서 대여의 역사》(커뮤니케이션북스, 2017), 《박지원 읽기〉(세창미디어, 2018), 《비엔나는 천재다》(글누림, 2019), 《강원도와 금강산, 근대로의 초대-19세기 말∼20세기 초 서양인 여행기를 읽다》(강원학연구센터, 2021), 《근대의 금강산과 강원도, 그 기록의 지평》(소명출판, 2022), 《18세기의 세책사》(문학동네, 2023) 등이 있다.
역서로는 《여용국전/어득강전/조충의전》(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낙천등운》(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임치균·이민희·이지영 공역), 《춘풍천리》(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옹고집전》(휴머니스트, 2016), 《방한림전》(휴머니스트, 2016), 《서산대사전》(지식을만드는지식, 2023) 등이 있다.
차례
병인양요
원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장군이 이와 같이 호랑이를 이끌고 산어귀까지 나오니 산 아래에 있던 몰이꾼과 인근 산에 있던 나무꾼들이 호랑이를 보고는 모두 놀라 엎어지듯 자빠지듯 도망쳤다.
이때 고개 왼편에 큰 노송(老松)이 하나 있었다. 장군이 그것을 보고 한 가지 계교가 생각났다. 그리하여 또 한 번 호랑이를 껴안으니 호랑이는 여전히 몸을 빼어 빠져나오려 했다. 이때 장군이 뒷발을 잡고 노송나무에 한 번 걸쳐 힘껏 때리고는 손을 떼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허리가 부러져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고 땅에 누워 발만 버둥댈 뿐이었다. 이것을 본 장군은 열 배나 용기가 생겨 호랑이에게 와락 달려들어 호랑이의 복부를 발길로 한 번 힘껏 차니 발이 늙은 호랑이의 배를 뚫고 등으로 나와 땅속 반 척 깊이로 들어가 박혔다. 장군은 비로소 이마의 땀을 닦고 발을 뽑았다. 신발은 물론이고 명주 웃옷과 바지까지 피범벅이 되어 마치 붉은 옷을 입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