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지만 자식들은 봄의 생명력과 활기를 누리지 못한다. 아버지가 자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어떤 것도 나누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또 백운사 중이 맡긴 ‘동녀’를 회춘에 이용하는 등 늙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런 그의 노력이 자식들에게 위협이 되면서 아들들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결국 다섯 아들은 아버지를 속여 눈을 멀게 하고 돈을 훔쳐 달아나 돌아오지 않는다.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보살피던 장남과 병약한 막내만이 동녀와 함께 아버지 곁에 남는다.
봄이 지나가고 배경은 여름으로 바뀐다. 막내와 혼인한 동녀는 아이를 가졌다. 아버지는 늙음을 인정하고 자식들과의 갈등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식들을 그리워한다. 자식들 또한 집 나간 아들을 찾는 신문 기사를 낭독함으로써 아버지와 화해를 암시한다. 늙음에서 젊음으로 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봄날>은 1984년 봄에 창작되어 극단 성좌가 같은 해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권오일 연출, 오현경, 박웅, 이승철 등 출연)했다. 극단 성좌는 이 작품으로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해 대상, 연출상, 미술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동녀(童女) 풍속이라는 설화와 생명이 움트는 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늙음과 젊음, 부성과 모성, 소유와 박탈, 죽음과 생명의 갈등,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빈부와 노소 갈등을 계절 변화, 인색한 아버지와 배고픈 자식들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보여 준다.
지은이
이강백은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70년대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에서 권력의 폭압성을 알레고리 장치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1985년 베네수엘라 제3세계 희곡경연대회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1996년 대산문학상, 1998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0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이강백 희곡집≫(전 7권, 평민사)이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파수꾼>, <영월행 일기>, <느낌, 극락 같은>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작가 노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봄날>은
이강백은
책속으로
차남: (관객들에게 말한다.) 봄날에 신문을 읽노라면 가출한 사람들을 찾는 광고 기사가 부쩍 늘어난다는 걸 알게 되지요. 모든 신문마다 이렇게, 사람 찾는 기사로 가득 차 있거든요. (기사를 읽는다.) 김찬식. 강원도 홍천에서 살다가 가출한 뒤 소식이 없음.
삼남: 박범구. 충청도 예산에서 살다가 올봄에 가출하였음.
사남: 이만기. 특징, 얼굴에 사마귀 있음. 경기도 여주에서 살다가 가출한 뒤 소식을 모름.
오남: 조국진. 전라도 남원에서 가출한 뒤 행방을 모름.
육남: 최용남. 경상도 김해에서 살다가 올봄에 가출한 뒤 돌아오지 않음.
차남: 모든 일을 용서하겠음.
자식들: 모든 일을 용서하겠음.
차남: 속히 돌아오기 요망함.
자식들: 속히 돌아오기 요망함.
차남: 아버지.
자식들: 아버지.
차남: (신문을 내려놓으며) 아버지가 가출한 자식들을 찾고 있군.
자식들: (신문을 내려놓는다.) 아버지가 가출한 자식들을 찾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