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북한 드라마, 3대째 ‘안 봐도 비디오’
불륜, 이혼 주제의 <가정>은 10년째 최종회 방영 못해
김정은 시대, 소재나 촬영 기법 다양화, 세련된 의상 등 변화 노력
북한이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반제국주의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반미, 항미, 반일에 이어 남한의 대북정책에도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고 미국과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면서 자주의 기치를 드높이고 자력갱생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뉴스나 다큐멘터리는 물론 드라마를 통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인민을 교양하기 위한 TV 방송에 열중하고 있다. 3월 25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ICBM 발사 홍보영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 조선중앙TV에서는 1995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백금산>을 26년 만에 재방영하면서 주민들에게 자력갱생 투쟁의지를 고취시켰다. <백금산>은 함경남도 단천시 소재 검덕광업연합기업소 산하 룡양광산 영웅 광부들의 생산투쟁을 다룬 내용이다.
북한의 드라마는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노동자의 삶이나 농민의 현실을 다루면서 현실 세계에서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실적인 소재를 발굴한다는 것은 드라마 소재 선택의 한계를 의미한다. 소재 선택의 제약은 신선함의 부재로 이어진다. 항일혁명이나 수령에 관한 얘기, 사회주의 건설에 관한 얘기, 민족 정서에 관한 얘기 등은 북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다. 드라마의 주제와 내용은 소재보다 더 제한적이다. 북한 드라마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드라마는 권선징악형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2001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텔레비죤극 <가정>은 북한 사회에서 금기시 된 부부간의 불륜과 갈등을 정면으로 그린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10부로 제작된 이 드라마를 9부까지만 방영하고 2022년 현재까지도 최종회를 방영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드라마는 이전 시대에 비해 드라마 소재나 촬영 기법의 다양화, 세련된 의상 등을 통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5년 김정은 시대의 첫 번째 첩보 드라마 <방탄벽>은 촬영과 편집 등 작품창작에서 새로운 형상수법들을 구사하고 극적 장면을 활용하는 등 연출, 연기, 촬영 등 모든 면에서 이전 것과 구별되는 완전한 새 것의 창조를 목표로 했다.
이 책에서는 1992년 방영된 김일성 시대의 텔레비죤련속소설 <석개울의 새봄>부터 김정일 시대의 텔레비죤예술영화 <준엄한 평화>와 텔레비죤련속극 <가정>, <수업은 계속된다>, <사랑의 권리>, 2007년 남북합작 드라마 <사육신>, 김정은 시대의 텔레비죤극 <우리 이웃들>, <방탄벽>, <임진년의 심마니들>, 텔레비죤예술영화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 등 3대째 이어온 북한 권력의 각 시대별 대표작품 10편을 통해 북한 드라마의 주제와 특징,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200자평
북한의 드라마는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노동자의 삶이나 농민의 현실을 다루면서 현실 세계에서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항일혁명이나 수령에 관한 얘기, 사회주의 건설에 관한 얘기, 민족 정서에 관한 얘기 등은 북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다. 북한 드라마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드라마는 권선징악형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북한 드라마는 이전 시대에 비해 드라마 소재나 촬영 기법의 다양화, 세련된 의상 등을 통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은이
한승호
아주대학교 교양대학 겸임조교수다. 동국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에서 북한사회문화 및 남북관계를 연구했다(2009∼2012).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전문관, 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 『북한의 조선예술영화』(2018), 『NK POP 북한의 전자음악과 대중음악』(2018), 『공화국의 립스틱』(2021) 등이 있다. “Implications of the Kim Jong-un Regime’s Political Ideologies”(2018) 등 30편 이상의 논문을 KCI, SSCI, 등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노동자 · 농민 현실 그린 권선징악형 해피엔딩
01 텔레비죤련속소설 <석개울의 새봄>
02 텔레비죤예술영화 <준엄한 평화>
03 텔레비죤극 <가정>
04 텔레비죤련속극 <수업은 계속된다>
05 드라마 <사육신>
06 텔레비죤극 <사랑의 권리>
07 텔레비죤극 <우리 이웃들>
08 텔레비죤예술영화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
09 텔레비죤련속극 <방탄벽>
10 텔레비죤련속극 <임진년의 심마니들>
책속으로
이 드라마는 1950년대 농촌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의 사업을 방해하는 각종의 공작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농촌 현실의 장벽 앞에서도 주인공 창혁은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나가고 있다. 드라마 속에 비친 주인공의 이러한 모습은 당시 농촌에서의 농업협동화 사업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_“01 텔레비죤련속소설 <석개울의 새봄>” 중에서
1997년과 1998년 우리나라와 북한은 국가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드라마 내용과 별개로 텔레비죤예술영화 <준엄한 평화>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는 남달라 보인다. 당시의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엄한 시기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반도 전체가 어려운 시기에 남과 북은 자의 반 타의 반 서로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시기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다.
_“02 텔레비죤예술영화 <준엄한 평화>” 중에서
2001년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텔레비죤극 <가정>은 북한 사회에서 금기시 된 부부간의 불륜과 갈등을 정면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10부작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9부까지만 방영하고 2022년 현재까지도 최종회를 방영하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가 북한 사회에 미친 충격이 상당했음을 짐작케 한다.
_“03 텔레비죤극 <가정>” 중에서
<사육신>은 KBS가 기획하고, 조선중앙 텔레비죤이 제작한 남북 최초의 합작 드라마다. 2007년 8월 8일 KBS가 이 드라마를 야심차게 방송을 했지만 애국가보다 못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6년 북핵 실험 속에도 드라마 <주몽>은 인기가 있었지만, <사육신>은 추석 특선 영화 <괴물>에 밀려 결방이 될 정도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비운의 드라마다.
_“05 드라마 <사육신>” 중에서
드라마 <방탄벽>은 김정은 시대에 제작됐다는 점에서 김정일 시대에 제작된 드라마와 비교된다. 김정일 시대의 드라마가 사건 중심에서 인물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였다면, 김정은 시대의 드라마 전개는 등장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만큼 직접 봐야 할 정도로 인물 중심의 내용 전개가 흥미롭게 되고 있다. … 내레이션이 많이 줄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시청하는 데서 몰입도가 한껏 높아졌다.
_“09 텔레비죤련속극 <방탄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