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의 상징과 모티프는 작품을 좀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압축 파일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의 삶을 조망하면서 실재와 허구라는 모티프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리고 허구인 연극이 사랑의 진실과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마데우스>는 18세기와 19세기 초반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삶을 조망하고 있고 상징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음악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청각적 이미지와 십자가와 잿빛 망토 등의 시각적 이미지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20세기 초반 케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이다. 크리스털이나 연못 등의 상징을 통해 소유와 존재 문제를 다루면서 ‘텅 빈 충만’을 강조한다.
<유리동물원>은 경제대공황 이후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푸른 장미, 일각수, 푸른 산, 그리고 화재 비상구 등의 상징을 통해 곤경에 처한 인물들의 상황을 시적으로 재현했다.
<카사블랑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있었던 모로코의 카사블랑카를 배경으로 상처 받은 남녀의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릭의 ‘카페 아메리카’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큰 상징이며, 출국 비자와 비행기라는 상징을 통해 전쟁 참화에서 탈출하려는 군상의 모습을 비춰 낸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으로 치닫고 있었던 시기의 북아프리카 사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앨머시/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경험을 통해 ‘경계 짓기’ 문제와 사랑과 소유의 문제를 다뤘다.
<포레스트 검프>는 인종차별 문제와 베트남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바보로 취급받는 어리숙한 청년 포레스트 검프의 삶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쇼생크 탈출>은 현대 미국의 쇼생크라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길들여짐의 무서움과 자유의 무거움을 드러낸 작품이다. 교도소는 세상의 어두운 모습을 담아내는 은유적 공간이며, 주인공 앤디는 수감자들에게 희망과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인물이다.
<매트릭스>는 1999년 현재 미국과 2199년 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 네오의 경험을 통해 ‘진짜’와 ‘허구’의 문제를 검증하고, 실재계와 가상계에서 무엇을 택할지를 묻는 작품이다. 매트릭스라는 가상계에서 인간을 구하려는 네오는 “약속된 땅”으로 인간을 구원하는 메시아와 유사하다.
이 영화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조망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영화들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모티프를 풀어내어 ‘영화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200자평
명작 영화 9편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모티프를 풀어내고 해설하면서 비평적 ‘영화 읽기’의 시각을 키우는 책이다.
지은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에는 한국영어영문학회, 1998년에는 한국셰익스피어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2006년에는 원암학술상을 수상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2013)와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포함한 12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1권이 있다.
차례
머리말
연극과 사랑의 진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낡은 플루트를 버리듯 <아마데우스>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혹한 현실과 무지갯빛 환상 <유리동물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카사블랑카>
경계 없는 바람의 궁전으로 <잉글리시 페이션트>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레스트 검프>
참을 수 없는 자유의 무거움 <쇼생크 탈출>
빨간 약 혹은 파란 약을? <매트릭스>
맺음말
찾아보기
지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기존의 문학 작품들을 바탕으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문학 텍스트와는 다른 대중문화 코드가 담겨 있는 또 다른 텍스트다. 많은 영화들이 원전 문학 텍스트의 다층적인 서술구조를 단순화하고, 나아가 역사성과 정치성을 축소해 재현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대중문화 매체라는 점에서 영화는 상업성과 오락성을 간과할 수 없고, 상영 시간의 제약 때문에 사건을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이 카메라를 통해 작동하는 감독의 의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버텨 읽기’를 하면서 형상화할 수 있다면, 영화를 통해서도 문학 텍스트를 읽고 느끼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버텨 읽기’란, 영화를 또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문학 텍스트를 읽을 경우와 동일한 비평적 보기와 읽기를 의미한다.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 김종환 지음, viii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