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 연령의 러시아인들이 이 작품을 알고 있다. 원작은 물론이고, 연극, 인형극, 발레, 영화, 오페라 등으로의 각색된 작품들 또한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올레샤가 어린이들을 위해 쓴 ≪세 뚱보≫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대는 ‘소비에트 혁명’과 ‘계급’을 부각하는 작품이 성행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평론가들은 소비에트 혁명의 묘사와 계급의 구별을 뚜렷이 보여 주지 않는 작품을 격렬하게 비판하곤 했다. 올레샤 또한 이 비판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대중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세 뚱보≫는 소비에트 이데올로기 성향에 부합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혁명과 노동자 계급에 대한 찬양이 아닐 뿐이다. 올레샤는 악한 지도자 세 뚱보와 삼인조 주인공들의 대립을 그린다. 세 뚱보는 부유하고 욕심 많으며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이기적이다. 반대로 거기에 대적하는 주인공들은 온정이 넘치고 세 뚱보에게 맞서는 입장에 서 있다. 때문에 승리의 결말은 이념적 승리라기보다는 세 뚱보의 통치 아래 결여된 자유, 사랑, 생명의 승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 속에 이념을 뛰어넘는 뚜렷한 인간적 주제를 보여 주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세 뚱보≫는 서로 벽을 두고 타인의 고통을 등한시하고 있는 현재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200자평
소비에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유리 올레샤가 쓴 아동문학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소비에트 문학계에서 정상으로 올라섰다. 악한 지배자 세 뚱보에 맞서는 삼인조의 모험담을 통해 자유, 사랑,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
유리 올레샤(Юрий К. Олеша, 1899∼1960)는 소비에트 주요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 희곡 작가, 시인, 수필가, 기자, 번역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 올레샤는 오데사의 리셸렙스카야 김나지움 시기에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노보로시스크 대학에서 2년간 법학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 그는 오데사 문학 토론 그룹에도 참여했다. 이 그룹에서 올레샤는 젊은 작가들인 일리야 일프, 발렌틴 카타예프, 예두아르트 바그리츠키 등과 교우 관계를 맺었다. 1919년 그는 후에 폴란드로 떠난 부모님의 군주제 지지의 동정을 ‘붉은 군대’에 자원함으로써 거부했다. 올레샤는 처음에 하리코프로 파송되어 선전·선동 기자로 활동했고, 그 후 모스크바에 보내졌다. 여기서 그는 성공적인 철도 기관지인 ≪경적≫의 직원이 되었다. ‘주빌로(조각칼)’라는 가명으로 활동한 그는 다른 직원 멤버들과의 끊임없는 접촉으로 문학적 영감을 날카롭게 다듬어 갔다. 1927년 그의 대표작 ≪질투≫가 출간되었다. 올레샤는 곧 이 소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각색했다. 그는 1930년에 ≪세 뚱보≫를 갖고 똑같은 작업을 했다. 이 작품들로 인해 올레샤는 소비에트 일류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후 ≪세 뚱보≫는 여러 사람에 의해 오페라, 라디오, 영화(두 차례) 등으로 각색되었다. 그는 1932년까지 몇몇 훌륭한 단편들을 집필했다. 이 작품들은 그의 가장 뛰어난 걸작들로 간주되는데, ≪버찌씨≫. ≪체인≫, ≪사랑≫, ≪리옴파≫, 그의 유일한 원작 희곡인 <자산 목록>(1931) 등이 그것이다. 스탈린주의의 어두운 시절 동안 올레샤는 거의 침묵했고 생존을 위해서 번역과 약간의 이류급 이야기, 영화 시나리오 등을 집필했다. 그는 무일푼이었으나 성공한 소비에트 작가들은 그의 뛰어난 재능을 알았고 그를 접대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말년에 지나친 음주로 건강을 해친 결과 올레샤는 1960년 5월 10일 심장 발작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마지막 장편 반(半)자서적 작품인 ≪매일 한 줄씩≫(1965)은 그가 1960년 죽을 때까지 작업했던 방대하고 다양한 단편(斷編)적 글들을 편집·발행한 것이다.
옮긴이
김성일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에 입학했다. 석사 과정 수료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다. <20세기 초 러시아 유토피아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여러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과 문화를 강의했고, 청주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를 거쳐, 현재는 같은 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미지와 상상력, 원형과 신화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문학과 영화, 애니메이션, 문화 일반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으며, 레프 톨스토이, 체호프, 예세닌, 마야콥스키, 알렉세이 톨스토이 등의 작품들과 유리 로트만의 ≪러시아 문화에 관한 담론≫을 비롯한 러시아 문화에 관한 책 여러 권을 번역했다. 최근 저서 ≪톨스토이≫(2016)와 ≪러시아 영화와 상상력≫(2017)을 출간했다.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인 주제는 ‘시베리아 원형 스토리’와 ‘이미지와 상상력’, ‘문화 원형’, ‘러시아 발레’ 등이다.
차례
제1부 줄타기 곡예사 티불
제2부 계승자 투티의 인형
제3부 수오크
제4부 병기공 프로스페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병기공 프로스페로요. 근위병들이 그를 잡았어요.”
“그거 잘됐네요!” 부인이 말했다.
여자아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넌 대체 왜 우는 거니, 이 바보 같은 것아?” 부인은 깜짝 놀랐다.
“병기공 프로스페로가 불쌍하기라도 해? 불쌍해할 것 없다. 그 사람은 우리를 해치려 했으니까…. 이것 좀 봐, 장미가 참 예쁘구나….”
커다란 장미들이 씁쓸한 물과 잎사귀가 가득한 그릇 안에서 마치 백조처럼 천천히 떠다녔다.
“자, 너한테 세 송이 사 줄게. 참, 울 이유가 없다니까. 저 사람들은 폭도들이야. 저 사람들을 철창 안에 가두지 않으면 저들이 우리의 집과 옷, 장미를 차지할 거야. 그리고 우리를 베어 죽여 버릴 거야.”
-16~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