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강은 양대(梁代)에 가장 큰 문학 집단을 이끌면서 궁체시(宮體詩)를 발전시킨 주역이다. 궁체시는 염정시(艶情詩)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소강의 문학 집단에서 창작된 모든 시와 양대 이후 그 영향을 받은 시 전체를 가리킨다. 소강은 재능 있는 다작 시인답게 다양한 제재의 시를 지었다. 시의 각 제재는 특징적인 정취와 품격, 느낌과 내용을 가지고 있다. 염정, 규원, 영물, 연회, 산수, 변새, 불리, 유선으로 나눌 수 있으며, 더 구체화하면 여성적 관능미의 구현, 여성의 원정 표현, 주변 사물의 즉흥적인 묘사, 궁정 유락 생활의 반영, 불교적 구도의 세계, 산수의 감흥과 정취, 변방의 고통과 호방한 기개로 나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들의 대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적 관능미를 구현한 염정시다. 염정시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경쾌하고 요염하게 묘사한 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강은 많은 시에서 여성의 관능적 아름다움,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그림으로써 독자에게 감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의 시에 나타난 관능미는 여성을 심미적 대상으로 삼은 양대 염정시의 특징과 변화를 보여 준다. 그는 화장하는 여인이나 그림을 보는 여인, 장식으로 꾸미고 단장한 여성의 외모와 수줍은 자태에 대한 묘사를 즐겼다. 이러한 소재는 감각적인 면을 다분히 가지고 있어 동시대 많은 시인들이 오락으로 여겨 즐겨 애용했다.
둘째, 여성의 원정(怨情)을 표현한 규원시다. 소강의 규원시의 가장 큰 특징은 비극적인 여성의 내면을 그리고 있지만 그녀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여인의 모습이 대체로 화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들은 여인의 비극미를 강조하기 위해 관능미에 대한 묘사를 일부 포함하기도 한다. 사부(思婦)나 기부(棄婦)는 대부분 기다림과 적막에 익숙하면서도 규방 속에 화려한 모습으로 고립된 채 출현하고 있으며, 절망과 좌절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최대한 수용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것은 소강이 단순히 악부를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규원시를 독창적인 내용으로 새롭게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 준다.
셋째, 주변 사물을 즉흥적으로 묘사한 영물시다. 양대 문학 집단에서 오락적인 목적을 가지고 같은 제목을 놓고 함께 노래한[同題共詠] 시에는 자연물을 물화한 영물시가 많다. 그 이유는 송대에 산수시가 성행한 이후, 시인들의 관심이 산수에 국한되지 않고 전원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문인들과 교유를 즐기며 문학 활동을 하던 소강은 주어진 주제를 놓고 제한된 시간에 창작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사물의 실제적인 특징을 빠르게 포착해 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영물시는 즉흥적으로 주변 사물을 의인화하고 사물의 외형을 모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소강은 제(齊), 양(梁), 진(陳)의 시인 가운데 가장 많은 영물시를 지었다. 그의 영물시는 심각한 내용이나 깊이 있는 감정을 다루지 못한 반면 사물의 특징적인 면을 잘 포착해 의인화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를 통해 밝고 명랑한 시풍을 형성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넷째, 구도의 세계를 노래한 불리시다. 양대의 불교는 무제의 숭불 활동으로 크게 흥성했고 아들 소강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불교적인 수양은 아버지인 소연(蕭衍)에 미치지 못했지만 불교와 관련된 작품의 문학성은 아버지보다 뛰어났다. 당시의 모든 통치 집단이 향락적인 생활을 한 것을 생각한다면 소연 부자의 불교와 관련된 행동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특수한 예라 할 수 있다. 특히 궁중에서 생활한 소강과 그의 형제들에게 불교 활동은 이미 그들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소강은 절 주변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문학성이 뛰어난 불교 색채의 시를 다수 창작할 수 있었다. 양대의 불리시는 무미건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소강의 불리시는 완벽한 대구와 비유를 사용해 불리시가 문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소강은 사치한 궁정 생활과 근엄한 불교 생활 모두에 익숙하게 젖어 있던 시인이었다. 불교 생활을 통한 입신은 그의 시가 음탕하고 화려한 쪽으로 흐르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 주기는 했지만, 그 예술성까지 완전히 빼앗지는 못했다. 때문에 그의 불리시는 무미건조하게 불리만을 말하기보다는 불리에 대한 비유를 적절히 사용해 예술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어떤 경우는 물색을 이용해 공(空)에 비유하고 어떤 경우는 맑고 깨끗한 경관을 노래해 초현실적인 불교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소강은 동태사, 흥업사, 광택사, 호굴산사 같은 구체적인 사찰과 그 주변 경치를 노래하고 있는데, 이는 시의 현실성과 문학성을 함께 높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가무와 여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제왕의 생활을 하면서 맑고 깨끗해 경건하기까지 한 불교와 관련된 시를 씀으로써 인생의 고통과 번뇌를 씻어 내고자 했다.
200자평
소강은 양대(梁代)에 가장 큰 문학 집단을 이끌면서 궁체시(宮體詩)를 발전시킨 주역이다. 연구가 편파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더해 지금까지 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했다. 이 책은 소강의 염정시를 여성적 관능미를 구현한 시와 여성의 원정을 표현한 시로 나누어 살펴보고, 특징적인 제재라 할 수 있는 영물시와 불리시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은이
소강은 양 천감 2년(503년) 10월에 태어났다. 그는 2세 때 왕자로 책봉되어, 4세부터 28세까지 진안왕(晉安王)으로 있었다. 46세까지는 황태자로 동궁에서 생활했다. 그 후, 47세부터 49세까지 2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었다. 그는 진안왕, 황태자, 황제라는 뚜렷한 신분상의 변화를 겪었지만 황제로 재위했던 기간이 너무 짧아서 황태자로 동궁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작품과 풍격(風格)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생애와 문학 활동은 동궁 생활을 분기점으로 크게 진안왕 시기와 황제 시기를 포함한 동궁 태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소강은 정치보다는 시인으로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소강의 진안왕 시기는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문인들과 폭넓게 교제한 문학의 단련 기간이었으며, 동궁태자 및 황제 시기는 문학적인 성취 단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진안왕 시기의 문학에 대한 관심, 서리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과의 폭넓은 교제와 지방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궁태자가 된 후에 그의 문학적인 생애를 대변할 수 있는 염정시를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옮긴이
정근희는 충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중부대학교, 건양대학교, 한밭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는 순천향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에 관심이 많아 위진 규원시와 양대 소강시를 연구했으며 지금은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책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소강 시 연구(蕭綱 詩 硏究)>(2006, 박사학위 논문), <소강 염정시 연구(蕭綱 艶情詩 硏究)> 등의 논문이 있으며 역서로 ≪천추흥망−대항해의 선구자 명나라≫가 있다. 저서로는 중국에서 출판한 전문대학 교재 ≪실용 한국어 듣기 말하기 교재(實用韓語聽說敎程)≫가 있다.
차례
여성적 관능미의 구현
낮잠 자는 아내를 노래하다 詠內人晝眠詩
춤을 노래하다 2수(그 첫 번째) 詠舞詩二首(其一)
춤을 노래하다 2수(그 두 번째) 詠舞詩二首(其二)
미인이 새벽에 화장하다 美人晨粧詩
미인이 그림 보는 것을 노래하다 詠美人看畵詩
악부 <대수수>를 모방하다 賦樂府得大垂手
염가편 18운 豔歌篇十八韻
다시 3운 又三韻
아름다운 이에게 주다 贈麗人詩
저녁 경치에 출행하다 晩景出行詩
상동왕의 <명사열경성>에 화답하다 和湘東王名士悅傾城詩
미녀 편 美女篇
밤에 기녀의 노래를 듣다 夜聽妓詩
뱃노래 櫂歌行
미소년 孌童詩
수유를 꽂은 여인 茱萸女
미인에게 장난으로 주다 戱贈麗人詩
춤을 노래하다 詠舞詩
강남농 3수(그 첫 번째) 강남곡 江南弄三首(其一) 江南曲
여성의 원정(怨情) 표현
홀로 지내는 원망 獨處怨
미인을 불쌍히 여기다 傷美人詩
원가행 怨歌行
버림받은 첩을 노래하다 詠人棄妾詩
창부 원정시 12운 倡婦怨情詩十二韻
사랑하는 임이 있어 有所思
가을밤 규방에서 그리워하다 秋閨夜思詩
자류마 紫騮馬
생이별 生別離
<석양 창문에 앉다>를 모방하다 擬落日窗中坐詩
새벽에 그리워하다 曉思詩
시름에 잠겨 규방에서 거울을 보다 愁閨照鏡詩
침실에서 그리워하다 2수 金閨思二首
주변 사물의 즉흥적인 묘사
갓 핀 복숭아꽃을 노래하다 詠初桃詩
등나무를 노래하다 詠藤詩
나무 속의 풀 樹中草
농등(籠燈)을 노래하는 절구 詠籠燈絶句詩
호랑나비를 노래하다 詠蛺蝶詩
불교적인 구도의 세계
십공시 6수(그 첫 번째) 덧없음과 같다 十空詩六首(其一) 如幻
십공시 6수(그 다섯 번째) 그림자와 같다 十空詩六首(其五) 如影
동태사 부도를 바라보다 望同泰寺浮圖詩
황태자의 <유광택사시>에 화답하다 遊光宅寺詩應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북창에서 잠시 잠이 드니,
남쪽 처마에 해 아직 지지 않았네.
갈고리 당겨 비단 휘장 내리고,
술대 끼워서 비파 내려놓네.
꿈꾸며 미소 지으니 보조개 생기고,
옆으로 누우니 쪽 찐 머리 떨어진 꽃을 누르네.
대자리 무늬 미인의 팔에 생기고,
향기로운 땀은 붉은 비단을 적시네.
남편이 항상 함께하니,
창기라 오해하지 마라.
-<낮잠 자는 아내를 노래하다>, 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