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0년 10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열린 ‘권위주의 체계 아래에서의 자유화 기술’ 학회 발표 논문을 엮은 책이다.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민주주의에 이바지하는 ‘자유화 기술’이 될지, 아니면 한층 더 치밀한 통제의 도구가 될지 분석한다. 중국과 이집트, 튀니지, 이란의 소셜 미디어 현상을 살펴보고, 권위주의 정부와 시민 혁명, 민주주의의 관계를 분석한다.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 하야 사태,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튀니지와 리비아의 시민 혁명, 케냐의 우샤히디, 중국의 재스민혁명. 이 일련의 사건들은 소셜 미디어가 단순한 의사소통과 정보 교환 수단이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반면 권위주의 정부들도 훨씬 강력하고 다양한 통제 방법으로 사이버공간을 지배하려 한다. 사이버공간의 반정부성향 논평과 보도를 규제, 위협, 기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도입하거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을 통해 온라인 행태를 감시하고 민감한 내용물을 삭제하거나 위험 소지가 있는 기관의 웹 사이트로의 접근을 금지시키는 행위가 단적인 예들이다.
과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자유의 도구일까, 통제의 도구일까? 이 책은 이 중 한 가지 답을 단언하지 않는다. 실증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 현상의 명암을 세밀히 분석할 뿐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변화는 현실의 치밀한 분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소셜 미디어의 관계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200자평
소셜 미디어는 어떤 기술인가? 민중에겐 자유와 해방의 도구고, 독재 정권엔 통제와 속박의 도구다. 어디서 이를 확인할 수 있나? 아랍을 휩쓴 혁명의 물결과 중국의 인터넷 검열 사례다. 소셜 미디어의 바람직한 미래는? 권력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화 기술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 현실 정치 지형을 분석한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새롭게 파악할 수 있다.
엮은이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
스탠퍼드대학교 부속 연구소인 후버연구소 및 프리맨스포글리국제학연구소 수석 연구원이다. 동대학교 민주주의와발전및법질서센터(Center on Democracy, Development, and the Rule of Law)의 센터장을 역임했으며, ≪민주주의 저널≫ 공동편집장을 맡고 있다.
마크 플래트너(Marc Plattner)
민주주의를위한국립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부위원장이다. 래리 다이아몬드와 함께 ≪민주주의 저널≫ 공동편집장을 맡고 있다.
옮긴이
반현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교(Austin)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언론에 나타난 한미 FTA』(공저, 2007), 『프로슈머로서의 수용자와 문화적 창조성』(공저, 2007), 『신화의 추락, 국익의 유령』(공저, 2006), 『현대사회와 미디어』(공저, 2006), 『사라지는 신문독자』(공저, 2005), 『세계의 인터넷 미디어』(공저, 2002) 등이 있고, 역서로 『저널리즘과 선진민주주의』(공역, 2008), 『프레이밍과 공공생활: 미디어와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공역, 2007,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얼터너티브 인터넷』(공역, 2007) 등이 있다.
노보경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통역번역학과 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교(Austin)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코리안 저널≫의 전문번역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영어문법론, 영어학 총서 2』(공저, 2010,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가 있고, 역서로 『저널리즘과 선진민주주의』(공역, 2008), 『프레이밍과 공공생활: 미디어와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공역, 2007,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노후를 위해 노력하지 말자』(2001), 『잇 1, 2, 3, 4』(1992), 『종이인형』(1992), 『빨간 망아지』(1991) 등이 있다.
차례
옮긴이 서문
감사의 글
서론
1부 사이버공간의 자유화 vs 통제
01 자유화 기술
02 자유화 vs 통제: 사이버공간의 미래
03 사이버공간 통제의 국제 메커니즘
04 인터넷 통제, 어디까지 왔는가?
2부 중국의 자유화 기술
05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
06 중국의 네트워크화된 권위주의
3부 중동의 자유화 기술
07 자유화 기술로서 우샤히디
08 이집트와 튀니지: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
09 아랍 국가에서 인터넷 검열 우회하기
10 소셜 미디어, 저항 그리고 이란의 그린 무브먼트
4부 정책 권고안
11 국가 정책을 위한 도전 과제들
미주
찾아보기
책속으로
2001년 대통령을 실각시킨 필리핀 시민혁명의 1등 공신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였다. 필리핀 시민들이 문자메시지를 전송, 거리로 집결해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과 레바논의 백향목혁명도 생각해 보자! 시민들은 인터넷 채팅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대규모 대중 시위를 벌였다. 바레인 왕실의 거대한 궁들의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도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그 공화국의 빈익빈 부익부, 즉 부의 독점 현상을 세상에 알려 주는 매체 역할을 했다. 수십만 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중국 샤면시 화학 공장이 가지는 환경적 유해성이 알려지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에서의 2007년 선거 부정에 관한 자료들도 있다. 그리고 저자가 ICT를 “자유화 기술(Liberation Technology)”이라 명명한 가장 큰 동기는 바로 이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한다. 시민들에게 ICT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맞서 대항하고 견제하며, 책임을 질 줄 알게 하는 정부를 만드는 수단이자, 더 나아가 독재정치에서부터 사회를 자유화시킬 수 있는 무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_ “서론” 중에서
정보화된 권위주의(Networked Authoritarianism)는 권위주의 정부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가져온 변화를 수용하고 따를 때 형성된다. 이는 전체주의 체제의 틀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웹사이트와 SNS를 기반으로 국가 이슈들에 대한 국민 담론이 가능한 체제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사회에서는 정부도 온라인 포스팅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국민들도 사회문제나 부조리에 대한 온라인에서의 지지 호소 및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즉 인터넷이나 모바일 접근이 가능한 이용자들은 전통적 권위주의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자유로움 속에서 의견을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화는 권위주의라는 테두리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따라서 이 체제에서는 개인권과 자유는 보장되지 않으며, 중국공산당이 위험인물로 지명한 대상은 감옥에 수감되고, 진정한 자유 경쟁과 공정 선거는 허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사법권도 공산당에 귀속된다.
_ “06 중국의 네트워크화된 권위주의” 중에서
추천글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핵심 주제인 기술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관통하고 있는 책이다. 기술에 대한 상반된 시각, 즉 낙관론과 비관론 또는 통제론의 양면성을 다양한 국가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중국과 아랍의 민주화가 보여 준 SNS의 역할은 기술의 민주적 잠재성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SNS상의 표현에 대한 국가적 통제는 인터넷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게 훼손될 수 있는가를 드러낸다. 이 책은 사회관계 기술인 SNS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연결망으로서 SNS는 ‘관계’가 정치 참여의 기제로서 얼마나 유의미한 개념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까다로운 원서를 매끄럽게 번역한 역자들의 노력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학자와 언어학자가 공동 번역한 시너지를 문장 하나하나에서 확인할 수 있다.
_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 책은 오늘날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정치사회적 역할과 의미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출발점이자 방향으로 기록될 만한 가치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의 진보적 인프라로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가치에 대해 14명의 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흔적이 중국, 이집트, 튀니지, 이란, 미얀마 등의 국가 사례들에 대한 분석에 깊이 있게 녹아 있다. 특히 이들 국가가 겪은 정치사회적 격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가능성과 단순한 도덕적 당위론에서 한발 나아가 정책적,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필요한 현 시점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_ 이동훈 전 배재대학교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