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케냐 독립 투쟁 ‘마우마우’를 다룬 다큐멘터리적 소설
대영제국의 식민 통치에 저항해 키쿠유족을 중심으로 케냐인들이 전개한 무장투쟁 ‘마우마우’를 서사적으로 기술한 역사소설이다. 당시 ‘마우마우’에 참여했던 케냐인들의 고난과 희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대영제국이 저지른 야만성과 폭압, 그들에 동조한 검은 백인들을 고발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당시 케냐에 정착한 백인들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작가 피터 카레이디는 키쿠유어를 모어로 사용하지만 케냐의 초종족적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이 소설을 썼다. 케냐 독립 투쟁의 역사가 어느 한 종족의 것이 아닌 케냐인 전체의 것이었음을 보여 주려는 작가의 의도다. 아프리카 문화와 역사에 깊은 애정과 조예를 갖고 있는 양철준이 스와힐리어의 특성을 살려 번역했다.
식민 치하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 군상
메자 블루는 제2차 세계대전에 영국군의 병사로 참전해 버마(현 미얀마) 전선까지 간 인물이다. 다행히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고국 케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별과 수탈, 실업의 처참한 현실뿐이다. 한때 영국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쟁을 치렀지만 식민 지배 하에서는 결코 그들과 동등하게 설 수 없음을 깨달은 메자 블루는 반식민 투쟁에 나선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뭄비는 독립 무장 투쟁 ‘마우마우’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돼 갖은 수난을 당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녀는 식민 지배자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치푸의 집요한 욕망의 대상이 되어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다. 소설은 또한 치푸와 같이 식민 지배에 협력한 케냐인, 소위 ‘검은 백인’이라 불리는 이들도 등장시켜 당시 케냐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일제 침략을 겪은 우리의 역사가 오버랩되어 슬픔의 여운은 더욱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200자평
19세기 말, 유럽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침략할 때 영국은 케냐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케냐인들이 독립을 염원하며 벌인 무장 투쟁 ‘마우마우’의 이야기다. 투쟁하다 스러져 간 그들의 무덤에는 십자가도 이름도 없다. 아름답고 강직한 여주인공 뭄비의 처연한 삶이 바로 그들 역사의 상징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들의 가슴속에 줄곧 세찬 비가 내릴 것이다.
지은이
피터 무누헤 카레이디(Peter Munuhe Kareithi)는 1936년 케냐 니에리 지방의 음바리야와이라는 키쿠유족 마을에서 태어나 197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투무투무학교에서 공부한 후 카구모사범학교에 진학해 학업을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 자격을 취득했다. 1954년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교사로 일하는 한편 독학으로 우간다의 마케레레대학교에 진학했다. 마케레레에서 학업을 마친 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켄트대학교에서 유학했다.
우간다와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케냐로 귀국해서는 교육부의 관리로 근무했다. 작품으로 ≪십자가도 없는 무덤≫, ≪해 질 녘의 이야기≫, ≪때늦은 후회≫ 등이 있다.
옮긴이
양철준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와힐리어를 전공했고, 케냐 나이로비대학교 언어학·아프리카언어학과에서 스와힐리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벨기에 헨트대학교 아프리카 언어ᐧ문화학과에서 비판 담화 분석과 사회언어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남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한 바 있으며, 서강대학교 교양학부에서 강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의 인문 한국 연구 교수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번역서로 ≪인간과 개발≫, ≪코드 전환의 사회적 동기 : 아프리카에서의 실증적 사례 연구≫, ≪로사 미스티카≫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 심문받는 뭄비
2. 물 떠 마시는 잎사귀
3. 카리오코 지역
4. 맹세 의식
5. 랄로 노인의 맹세 의식
6. 밀정으로 변절한 카라니
7. 독심술
8. 밤새도록 벌어진 전투
9. 마치라의 편지
10. 십자가도 없는 무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들은 무엇 때문에 죽었습니까? 그들은 무엇을 얻었습니까? 이 땅에 돌아온 당신들에겐 도대체 무엇이 주어졌습니까? 차별, 토지 수탈, 가난, 이것이 아프리카인들이 백인 정부를 위해 싸우다가 목숨을 잃고 얻은 대가입니다.” 키나로가 말했다.
“후우우우우우.” 분노의 소리가 모든 이들의 입에서 나와 방 전체에 가득 찼다.
“여러분 중 우리가 일치단결해 자유와 독립을 얻기 위해 싸우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일어나 보세요.” 키나로가 물었다.
단 한 사람도 일어서는 이가 없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함께 연대하고 협력해야만 한다는 사실에는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했다. 아프리카인들이 연대해서 투쟁하지 않으면 그들과 그들의 자식은 영원히 예속된 상태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