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우리피데스의 비참한 처지는 에우리피데스의 전작 ≪트로이 여인들≫에서도 드러난다. 트로이 왕자비였던 그녀는 트로이 전쟁으로 조국과 남편, 아들까지 모조리 잃는다. 그러고도 모자라 남편을 죽인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에게 포로로 잡혀 그를 수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트로이 여인들≫에서 안드로마케는 적군의 배에 실려 트로이를 떠나며 이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안드로마케는 노예 신분으로 네오프톨레모스의 아들을 낳는다. 한편 네오프톨레모스는 메넬라오스의 딸 헤르미오네와 결혼한다. 헤르미오네는 안드로마케의 간계로 자신이 남편에게 미움 받고 자식도 낳지 못하는 것이라며 네오프톨레모스가 없는 틈을 타 안드로마케와 그 아들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네오프톨레모스의 조부인 펠레우스의 저지로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전쟁으로 인한 비극은 전쟁이 끝나도 오래도록 지속된다.
트로이 전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은 안드로마케의 비탄과 사랑하는 아들과 손자를 잃은 펠레우스의 비탄이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에우리피데스는 전쟁과 다툼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재현했다. 여기에 진정한 영웅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욕망의 광기에 사로잡혀 고통 받고 허망하게 사라진 인간들이 있을 뿐이며 이들의 절망과 허무, 고통과 상처, 비탄과 애도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200자평
안드로마케는 트로이의 왕자비다. 남편 헥토르를 전쟁 중에 잃고 남편을 죽인 원수 네오프톨레모스에게 포로로 잡힌다. 뒤로도 그녀의 고통은 그치지 않는다. 네오프톨레모스와 정식으로 결혼한 헤르미오네의 질투로 다시 아들과 함께 죽을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도 삶의 비극은 계속된다.
지은이
에우리피데스(Euripides, BC 484∼BC 406)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고,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진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기원전 408년경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에 머물렀고 2년 뒤에 사망했는데,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바카이>는 이때 집필된 작품이다.
옮긴이
김종환은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6년부터 계명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영미어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에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을 받았고, 1998년에는 제1회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2006년에는 원암학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 20편을 번역했으며, 소포클레스의 작품 전체와 아이스킬로스의 현존 작품 전체를 번역했다. 최근 ≪길가메시 서사시≫를 번역했고, 현재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제4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코로스의 합창>
신들의 형상,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일들
신의 뜻으로 이루어지네!
우리가 기대했던 일,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
신의 뜻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네!
여기서 일어난 일들 또한
모두 신의 뜻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