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의 저널리스트는 누구인가? 그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난 100년간 한국의 저널리스트는 누구보다 먼저 역사의 현장을 지켜왔고, 대중에게 그 현장의 의미를 전달했다. 우리 언론사상 최초로 저널리스트 스스로가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평가한 ‘한국의 저널리스트’. 한국의 역사와 삶 속에 함께 있었던 우리 저널리스트들의 삶과 고민이 생생하게 밝혀진다. 우리의 현대사가 새롭게 드러난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사라져온 저널리스트들의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하고 새로운 텍스트를 제공하고자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를 기획했다.
‘한국의 저널리스트’를 펴내며
저널리즘은 기록이고 증언이며 평가이고 태도이다. 지난 백년 동안 한국은 저널리스트의 나라였다. 망국의 현실을 통탄하고 식민의 모욕을 적시했으며 해방의 미래를 희망하고 조국의 건설을 추동했다. 함께, 조선의 멸망을 앞당기고 제국의 영화를 찬미했으며 민족을 분단을 촉발하고 독재의 명분을 제공했다. 때로는 애국의 길에서, 때로는 매국의 길에서, 때로는 민족의 편에서, 때로는 외세의 편에서 한국의 저널리스트는 민중을 계몽했으며 또, 국민을 배신했다.
권력을 견제하고 문화를 창달하고 경제를 북돋우고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은 크고 무겁다. 언론을 만드는 언론인의 역할과 책임 또한 작다 할 수 없다. 이제 케뮤니케이션북스는 우리 언론과 언론인을 주목한다. ‘한국의 저널리스트’는 우리 언론인들이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스스로 평하는 자리이다. 인간의 이성과 양심이라는 거울에 저널리스트의 행적을 비추는 시간이다. 우리가 만일, 스스로의 반성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를 통해 우리 언론의 과거와 미래를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가장 솔직하게 들여다보려 한다.
200자평
한국의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말한다. 현장기록에 몸을 바치는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평생 리얼리즘을 추구해온 행동주의 휴머니스트 안병찬. 그가 털어놓은 나의 저널리즘, 나의 기사, 후회, 보람 그리고 꼭 밝히고 싶었던 이야기… 저널리스트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 중 하나로, 현대사를 몸으로 체험한 저널리스트의 삶과 고민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은이
안병찬
충북 진천 출생. 1962년에 ≪한국일보≫ 견습기자 13기로 입사했다. 사이공, 홍콩을 거쳐 3년간 파리 주재 특파원 활동했으며, ≪시사저널≫을 창간부터 이끌었다. 1999년 정치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은 책으로는 『중공·중공인·중공사회』, 『신문기자가 되는 길』, 『신문발행인의 권력과 리더십』 등이 있다.
차례
나의 사망기사 눈사람 되다
나의 저널리즘 현장이 문체를 만든다
데드라인
사건기사
유치장 뚫고 단독 인터뷰 하다 / 대화 고추와 형사 / 감시와 처벌, 마테오 팔코네의 즉결 처단
전선기자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최후의 새벽 / 레바논-시리아 29개 검문소를 통과하여
아프리카의 화맥
로디지아 최초 입국 취재
구주 통신
프랑스혁명일에 펼친 ‘심야(深夜)’ 군사쇼
초곡리 27년 추적기
1980년 첫 기사, 해송이 속삭이는 갯마을 풍상 / 2007년 다섯 번째 기사 초곡리 풍상과 황영조
부퉁화 감각으로 본 중국
홍루몽 노선 / 20세기 붉은 ‘무후’ 강청의 타도역정 / 대장정과 대장금 / 둔황,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다시 찾은 베트남
공산화 14년 베트남을 다시 가다 / 제1신 개방의 새벽… 호찌민 시가 활기 / 제8신 베트콩 출신 여장군 “한국?일본처럼 되고 싶다” / 디엔비엔푸 회고록 / 한국기업 3세대
여섯 가지 시선
평생 먹을 ‘봉투’ 주시오 / 노 대통령의 신문관 /한국 지식인의 ‘≪뉴욕타임스≫ 환상’ / 오리아나 팔라치의 공격성 / ‘아리랑의 노래’ / 주황이 눈에 시리다
인간 속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 인터뷰 “젊은이들이여, 최선을 다하라” / 임영신의 ‘평화 저널리즘’
그때 그 순간
특종 : 사이공발 최후의 기사 (1975년 4월 29일 ‘항복 전야’)
6일 후 괌도에서 사이공 최후의 새벽 나는 보았다
오보 : 경향신문, <신문 평>을 고소하다
후회 : 내가 통곡한 ≪시사저널≫
보람 : 시체실의 멜로디
사실과 진실
그 사람을 기억한다 : 찐 꽁 선 추적 27년-분단에서 통일로
이것만은 밝히고 싶다 : ‘치열흔’ 살인의 추억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다 : 사이공 패망 최후 3일
사람과 사람
나의 선배: 발행인 장기영 부챗살로 소통한 헤드십
나의 후배: 일선기자 김훈 돗자리 깔고 목침 베고 근무하다
역사 앞에서 객관과 사변(思辨), 분리와 참여의 모순 운동
안병찬의 저널리스트 연보
책속으로
그는 자기 성미대로 종말 여정조차 현장 기록으로 남겼다. 취재수첩의 말미는 두 줄의 최후 상황으로 끝난다. “아! 몹시 졸리다……안내인은 이미 잠들다……. 그 사람 얼굴이 보인다, 여섯 사람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오후 6시 12분……” 이 시대 최초 유일한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 했던 그는 르포르타주 심포니의 마지막 몇 분을 장중하게 연주하지 못하고 인생을 미완성으로 마감했다.
_ “나의 사망기사” 중에서
나는 리얼리즘의 서사를 좇아서 구도자처럼 헤맸다. 저널리스트는 험난한 리얼리즘의 바닥에 몸을 갈아야 하지만, 거기로부터 또 다시 자신을 빼내야하는 가혹한 현장에 산다고 말한다. 나는 그 험난한 여정을 거치며 써나간 현장기록이 때로는 역사보고서나 기록문학서의 가치를 갖게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 끝에 내가 기착한 것이 르포르타주 저널리즘이다. ?
_ “나의 저널리즘” 중에서
음침하고 냉기 도는 한 밤중의 시체실 안에서 최고조의 희열을 맞본다는 것은 괴상한 일이다. 미궁 속에 경찰수사본부가 깊은 밤잠에 떨어진 늦가을 밤. 불속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시체실에 뛰어든 올챙이 기자는 한 남자의 시신을 덮고 있던 홑이불을 걷어 제쳐 제 처자식을 살해한 ‘진범’을 확인하는 순간 사건기자의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세상이 환하게 빛나고 ‘시체실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듯한 정신적 충만감에 휩싸였다. ‘해방촌 일가 참사사건’은 내가 『한국일보』 견습기자 딱지를 떼고 불과 1개월 만에 올린 ‘대특종’이다.
_ “보람” 중에서
김훈은 『시사저널』 편집국에 몇 가지 괴담을 남겼다. 그는 완전한 컴맹으로 연필로만 글을 쓴다. 지우개로 고치고 또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고 나면 그의 책상 주변은 온통 지우개똥 천지가 된다. 한 번은 내가 편집국을 돌아보는데 김훈 사회부장이 책상 밑바닥에 벌렁 드러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다시 보니 돗자리를 깔고 목침까지 베고 뒹군다. 주변의 아크릴 바닥은 김훈이 털어낸 담뱃재로 곰보자국 투성이다. 기강 문란이니 돗자리를 걷어치우라고 명해도 마이동풍이다. “허리가 아파 앉아서는 일 못한다.”는 주장이다. 두 손을 든 것은 내 쪽이었다.
_ “나의 후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