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거와 미래로 통하는 시인
19세기 후반 루마니아 시 형식과 내용을 뒤흔들며 나타난 에미네스쿠. 그는 내면에 간직한 민족의 마음을 과거의 목소리로 작품 속에 담아내며 문단을 이끌었다. 순수성과 간결함으로 루마니아어의 아름다움을 빛낸 그의 작품들은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해 왔다. 동시대는 물론 후시대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루마니아 최고의 서정 시인이라 불리는 그의 시는 전 세계 60여 개 국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 허무와 환희를 노래했다
에미네스쿠의 작품은 크게 사랑 시와 사상시로 나뉜다. 그에게 사랑이란 내면 심리의 갈등, 철학적 사고, 세계관 등을 포함하는 거대한 개념이었다. 방해와 고통으로 묘사된 그의 사랑 시들은 작가의 심리 발전 과정을 반영한 것으로서 결국 깨질 환상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비극이다. 사상시를 통해서는 삶과 죽음, 우주론을 등장시키며 형이상학적 질문을 던진다. 질문은 고통에서 출발한다. 그가 고통스런 현실에서 갈망했던 평온은 세계 창조 전의 원초적인‘비어 있음’이다. 이것은 절대적인 무, 영원한 소멸이며 곧 죽음과 연관된다. 죽음은 그의 시에서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이자 자연과의 화합을 의미한다.
<샛별>은 에미네스쿠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극으로 절망에 빠져 있다가 스스로 찾은 구원을 표현하고 있다. 98연으로 된 이 시는 지은이의 말년작이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루마니아 대표시이기도 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그린 이 시는 존재의 차이로 인한 이질감, 사랑과 불멸, 우주 공간에 대한 묘사 등으로 작가로서의 환상과 이성을 구체화해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200자평
근대 루마니아 문학 용어의 창시자 에미네스쿠의 시 모음집이다. 시인이 자신의 철학적·문학적 세계를 모두 쏟아낸 말년작이자 대표작인 <샛별>을 비롯해 루마니아의 자연을 아름답게 표현한 <저녁마다 언덕 위에서>,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한 가지 희망>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들을 선별해 한 권에 실었다.
지은이
미하이 에미네스쿠(Mihai Eminescu, 1850~1889)는 1850년 루마니아 북부 이포테슈티에서 출생하여 1889년 부쿠레슈티에서 사망했다. 부모의 교육열이 높았지만 시인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아론 품눌이라는 선생을 만나 루마니아 문학과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의 개인 도서관에서 후에 창작 활동에 도움을 줄 많은 책들을 접했다. 1866년 그의 죽음은 에미네스쿠가 첫 번째 시를 쓴 동기였고 <파밀리아(Familia)>라는 문예지에 <사랑을 가졌으면>이라는 시로 데뷔했다. 빈 대학에서 청강생으로 공부하면서 여러 학문 분야의 수업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고 이후 베를린 대학에서 정규 학생으로 수학했다. 그는 많은 루마니아 유학생들과 교류를 가지며 불교와 유교, 서양철학 책들을 읽었다. 유학 시절 동안 <콘보르비리 리테라레(Convorbiri Literare)>에 <비너스와 마돈나>를 비롯한 여러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아시 대학의 도서관장으로 임명된 시기에는 그에게 사랑 시를 쓰게 만들었던 베로니카 미클레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이후 학교 장학관, 문예지 편집장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정신병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했고 심내막염으로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옮긴이
김성기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루마니아 문학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처장 및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루마니아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루마니아학 입문》, 《서양문학의 이해》, 《루마니아문학론》, 《루마니아어ᐨ한국어 사전》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숲 속의 동화》, 《절망의 맨 끝에서》 등이 있다.
차례
갖고 있다면
비너스와 마돈나
죽음이란!
오, 머물러주오
사랑이란?
같은 길목에서…
왜 아니 오시나요
푸른 꽃
그리움
나는 그대로부터 멀리 있고…
그렇게 부드럽게
별에게
외로움
외로운 포플러 옆에서
내일로 당신의 날들이 늘어나고
왜 움직이는가…
소네트
주해
동화의 공주
호수
숲의 속삭임
저녁마다 언덕 위에서
사랑은 갔다…
어느 디키아인의 기도
한 가지 희망
생각할 때마다…
재회
산을 넘어서
오, 어머니
송가
졸린 새들
샛별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숲 속으로 오라
자갈 위 흐르는 샘물로,
휘어진 나뭇가지들로 덮인
초원이 있는 곳으로.
그대는 내 뻗은 팔에
달려와서 가슴에 안길 것이고
그대의 베일을 머리에서 풀어서
얼굴 위로 들어 올릴 것이다.
–<그리움> 중에서
2.
나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영원히 젊은 나의 모습을 생각했고,
꿈꾸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외로운
저녁별을.
–<송가> 중에서
3.
젖은 묘 위에 타고 있는 촛불처럼,
성스런 시간에 울리는 종소리처럼,
고통 속에 날개를 꺾는 꿈처럼,
이렇게 그대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갔다.
–<죽음이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