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년학총서는 기술 혁명과 의료 혁신으로 열린 100세 시대의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노년학 지식을 전달합니다.
노년의 삶, ‘그 자리에서’ 계속될 수 있을까?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늙어 가는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고령자의 삶을 실증적으로 들여다보며, 단순히 자택에 머무는 것만으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정의하는 관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율성과 존엄, 돌봄과 공동체, 인간과 환경 간의 정합성 등 보다 폭넓은 시선으로 노년의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사례 속에서 드러나는 고립과 불안, 지원의 불균형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정든 곳에서의 노후’가 과연 누구에게, 어떻게 가능한지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은 노인이 처한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향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비판적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에이징 인 플레이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지나치게 수사적으로만 사용되고 있음을 경계한다. 노인 자살, 고독사, 빈곤 등 심각한 문제들이 여전한 상황에서, ‘집에 머무는 것’만을 이상적 정책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비판노년학 등의 논의에 근거한다. 노인을 의존적이고 환경에 영향을 받기만 하는 존재로 보고, 일방적인 돌봄 제공에 집중하는 기존 정책과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돌봄 주체로서, 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노인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라 존엄성과 참여,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라는 더 큰 차원의 논의를 촉구한다.
노인과 환경의 정합성, 그리고 함께 만들어 가는 삶
이 책은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어디에 사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문제로 접근한다. 인간과 환경 간 상호 작용에 주목하며, 주거환경 설계, 돌봄 서비스, 고령 친화 도시, 지역 공동체 참여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안한다. 특히 사회복지학적 이론과 생태학적 모델을 접목하여, 노인이 자기 삶의 주체로 존재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방안들을 모색한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점점 더 고령화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노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사유의 방향을 제시하는 소중한 안내서다.
200자평
노년의 삶을 ‘어디에서’가 아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본다. 단순 거주 환경을 넘어 자율성, 존엄, 공동체와의 정합성을 중심에 두고 노인의 삶을 조명하며, 고립과 불안, 정책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돌봄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노인을 강조하고, 고령 친화적 환경 조성과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노년의 삶을 제안한다.
지은이
김유진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다. 미국 시카고 로욜라 대학교에서 임상사회복지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Understanding Korean American family caregivers’ experiences of living with Alzheimer’s: A phenomenological inquiry”(2006)다. 미국 너싱홈(nursing homes)과 생활지원시설(assisted living facilities)에서 사회복지사로 훈련받으며 만난 노인과 가족들에게 영감을 받은 경험을 기반으로 연구 주제를 선택했다.
현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등의 노인 돌봄 분야에서 정책 자문과 평가, 돌봄 인력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노인 돌봄, 노인 주거, 노년기 정신건강이 주된 연구 분야다.
학술 저서로 『근거기반실천과 사회복지: 이슈와 동향』(2015) 등이 있고, 돌봄 현장에서 활용하는 노인의 자기돌봄 워크북으로 『행복일기: 생명존중편』(공저, 2024), 『행복일기: 우울예방편』(공저, 2024), 『행복일기: 마음건강편』(공저, 2024) 등이 있다. 논문은 “중증 우울 노인의 정신건강 돌봄서비스 이용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2024), “국내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관련 연구에 관한 통합적 문헌고찰”(2024) 등이 있다.
차례
에이징 인 플레이스란 무엇인가?
01 에이징 인 플레이스 개념 정의
02 인간ᐨ환경 정합성 개념과 에이징 인 플레이스
03 에이징 인 플레이스 전략과 SOC 모델의 적용
04 사회구조적인 불평등과 에이징 인 플레이스
05 에이징 인 플레이스 정책의 목표
06 에이징 인 플레이스 설계
07 주거환경 개선과 플랫폼으로서의 주택
08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의 성격
09 고령 친화 환경 조성의 현재와 미래
10 에이징 인 플레이스와 지역 공동체
책속으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란 개념은 거주지가 어디든 간에 노인이 자율성을 가지고, 자립적인 생활을 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원하는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Golant, 2011; Wiles et al., 2012).
– 6쪽
이 책에서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란 노인과 환경 간의 연속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람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든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가능하려면 개개인이 성장하며 발달 과업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하며, 인간은 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 8~9쪽
노화의 생태학 모델을 비롯한 환경노년학의 초점은 노인의 삶에 물리적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느냐를 밝히는 것에 있지 않고, 노인과 환경 간의 정합성(fit)을 설명하는 것에 있다. 인간ᐨ환경 정합성(personᐨenvironment fit)이란 개인의 특성(신체적·인지적 기능, 욕구와 자원 등)과 환경(가정, 지역사회 또는 더 넓은 사회적 환경)이 유발하는 장벽 또는 지원 사이의 호환성 또는 일치 정도를 의미한다(Lawton & Nahemow, 1973).
– 18쪽
비판노년학은 노화를 이해하는 방식, 노년의 삶을 형성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과 삶의 질, 권한 부여를 보장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Minkler & Estes, 2020). 생애주기의 영향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 정의와 형평성의 가치에 기반하여 포괄적인 방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Doheny & Jones, 2021).
– 41쪽
노인이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려면, 그의 삶에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적절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인간ᐨ환경 정합성을 높이는 일이 이루어지면, 노인의 회복탄력성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인도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주체로서 개인ᐨ환경 정합성을 높이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53~54쪽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은 단순히 장기요양 시설 이용 감소를 통해 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처럼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우리 각자가 어떻게 동네에서 돌봄을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시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김유진, 2024).
– 83쪽
고령 친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자본의 논리가 지역의 불평등을 심화하는 것을 인식하며, 이에 도전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Buffel & Phillipson, 2024).
– 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