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열자(列子)≫는 ≪노자(老子)≫, ≪장자(莊子)≫ 등과 함께 도가 사상(道家思想)을 담고 있는 중국의 고전이다. 그러나 ≪노자≫는 도(道)의 원리와 작용을 설명하고 있으나 문장이 짧고 어려워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장자≫는 노자의 도를 확대, 발전시켰으며 그 도를 설명하기 위해서 우언(寓言)을 많이 사용해 상상력과 문학성이 풍부하나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 뜻을 간과하기 쉽고, 또한 곳곳에 어렵고도 다양하게 풀이될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이에 반해 ≪열자≫는 문장이 간결하고도 쉬울 뿐 아니라 도의 원리와 도를 터득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으며,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도가 사상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책이다.
≪열자≫는 도의 본질과 속성을 논의했는가 하면, 마음을 텅 비움으로써 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서술한 것도 있으며, 신선들의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혼란스러운 시대에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겼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나 기(杞)나라 사람이 헛되이 근심했다는 기우(杞憂), 그리고 지혜로 원숭이들을 다스렸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이야기 등 재미난 고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열자≫에 도가 사상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유가 사상도 들어 있고 잡되게 보이는 내용까지도 섞여 있지만, 책을 편찬한 사람이 대개는 도가적인 시각에서 정리하고 배열했다.
유가 사상은 이상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나, 도가 사상은 무위(無爲)의 도를 따르고 자연스러움에 순응해 달관된 인생관을 갖도록 이끌어주기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지혜를 제시한다. ≪열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것은 문학적인 상상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현명하게 살도록 지혜를 제공하고 달관된 인생관을 갖도록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
200자평
혼란스러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도라고 한다. 이 책은 당 현종이 ≪노자≫, ≪장자≫ 등과 함께 도가의 주요 경전으로 지정하여 선비들이 이를 공부해서 과거에 응시하도록 할 정도로 도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또한 문장이 간결하고 쉬울 뿐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아 일반인들이 도가사상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지은이
열자는 성(姓)이 열(列)이고 이름은 어구(禦寇 또는 圉寇, 圄寇)라고 불린 사람으로 ‘어구’가 실제 이름인지 아니면 도적을 막거나 도적을 잡아 옥에 가두는 일을 담당해서 붙여진 직능의 이름인지는 분명치 않다. 후세 사람들이 존중해서 열자(列子)라 불렀다. 춘추시대 사람이라는 설도 있지만 대체로 전국시대 정(鄭)나라 사람으로 정나라의 재상인 자양(子陽)과 같은 시대, 즉 기원전 389년경에 살았으며 장자(莊子) 이전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생애가 불확실해 허구적인 인물로 의심하는 학자들이 있으나 생존 자체를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전적을 종합해 볼 때, 열자는 맑고 빈[淸虛]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서 무위(無爲)를 숭상하며, 자연적인 품성을 따라 도를 깨달았던 은자(隱者)라 여겨지는 인물이다.
보통 ≪열자≫는 열어구가 지었다고 말하나 사실은 그의 사상과 행적을 중심으로 후세 사람이 지은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열자≫는 위진(魏晉)시대에 장담(張湛)이 주석을 달아놓은 책에 근거한 것이다.
옮긴이
김영식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안경기(拍案驚奇) 연구>로 석사 학위를, <송원(宋元) 화본소설(話本小說)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선임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강릉원주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 <송 이전 설화 예술의 탐색>, <송 이전 설창과 그 저본에 관한 탐색>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문선역주(文選譯註)≫(전 10권, 공역, 소명출판), ≪상군서(商君書)≫(홍익출판사), ≪오월춘추(吳越春秋)≫, ≪월절서(越絶書)≫, ≪열자(列子)≫, ≪귀곡자(鬼谷子)≫, ≪박물지(博物志)≫(이상 지식을만드는지식), ≪상상의 나라 곤충 이야기≫(벤포스타), ≪사단칠정논변≫(공역, 한국학술정보), ≪역주사단칠정논쟁≫(전 2권, 공역, 학고방)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하늘의 상서로운 징조 天瑞
황제 黃帝
주나라 목왕 周穆王
중니 仲尼
탕임금의 질문 湯問
사람의 힘과 운명 力命
양주 楊朱
상서로운 징조의 해설 說符
부록: ≪열자≫ 이해하기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하늘과 땅도 완전한 작용은 없으며, 성인도 완전한 능력은 없고, 만물도 어떤 것이든 완전한 쓰임은 없다. 그러므로 하늘이 하는 일은 뭇 생명들을 덮어 감싸주는 데 있으며, 땅이 하는 일은 형체를 지닌 것을 포용하는 데 있고, 성인이 하는 일은 사람들을 가르쳐 감화시키는 데 있으며, 사물은 각각 그에 알맞은 용도의 하는 일이 있다. 그래서 하늘도 부족한 것이 있고, 땅도 뛰어난 것이 있으며, 성인도 막히는 때가 있고, 사물도 두루 적용되고 통하는 것이 있다.
-19쪽
동곽 선생이 말했다.
“당신의 몸도 도적질해 온 것이 아닙니까? 음양의 조화를 도적질해 당신의 생명을 이루고 당신의 육체를 이루었는데, 하물며 그 밖의 것들이야 도적질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그렇다면 천지 만물은 서로 연관되어 분리될 수 없는데, 그것들을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고서 차지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가 어리석은 짓입니다.”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