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교육 불평등 논의, 도돌이표에서 마침표로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취약계층 학력 저하에 대한 염려도 커졌다. 공정성 담론 담론의 부상으로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교육 불평등, 교육 양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법을 찾기 위한 갖은 노력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엉킨 지 오래된 불평등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도돌이표나 다름없는 지난한 논의를 끝내고 불평등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오랫동안 교육 불평등 연구에 천착한 저자는 “문제는 격차가 아니라 근대적 학교 프레임 자체”라고 지적한다.
한국 교육 불평등, 토대부터 들여다보기
근대적 학교 프레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실천은 교육 불평등을 재생산해 왔다. 학교교육은 더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하기는커녕 소외된 이들을 더 소외된 자리로 내몬다. 저자는 학교급을 넘나들면서 오랜 시간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평등의 구조, 토대를 드러낸다. 변화의 시도와 새로운 상상은 바로 거기서부터 가능해진다. 이 책에서는 정부와 정책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가 생겨나고 사라져도 그대로인 한국 교육 불평등의 뼈대를 마주할 수 있다.
학교는 사다리가 아닌 울타리, 기회의 시장이 아닌 삶의 공간
교육 격차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격차를 드러내는 데 활용되는 기준을 버리고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취약계층 학력 저하를 염려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학력이라는 기준 자체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는 학생이 더 높은 서열의 상급 학교 진학이나 더 높은 지위의 직업 세계로 진입하게 돕는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견고한 불평등 구조에 균열을 내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사다리를 딛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록 돕는 교육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저자는 학교를 사다리가 아닌 울타리로, 기회의 시장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자평
교육 불평등의 공고한 구조와 토대, 불평등 해결을 위한 교육 현장의 노력, 한국 교육 미래를 위한 상상과 제언이 담겨 있다. 오랫동안 교육 불평등 연구에 천착한 저자는 교육 기회 분배만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적 불평등 자체에 대응해야 하고, 학교는 사다리가 아닌 울타리가 되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지은이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한국교육사회학회 고문, 한국통일교육학회 고문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복지연구센터 소장, 통일교육연구실장, 미래교육연구본부장, 부원장 등을 역임하고 최근 퇴임했으며 한국교육사회학회 회장, 한국통일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김정은 체제 5년 북한을 진단한다(공저, 2016), 교육복지의 이론과 실제(공저, 2010), 학교수업과 사회계층(2006), 교육과 사회(공역, 1993) 등이 있으며 교육복지, 교사교육, 남북 교육 비교 등과 관련한 다수의 연구 보고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차례
1부 제도교육 출발점부터 확인되는 학습 기회 불평등 구조
01 ‘최소 비용 최고 효율’의 수업과 학습 기회 불평등
학교 수업을 봐야 하는 이유
연구 방법
수업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
최소 비용, 최고 효율의 수업
수업이 낳는 학습 기회 불평등
02 수업 내 학생 분류·통제와 학습 기회 불평등
학생 분류하기
학생 통제하기
수업을 통해 누적되는 학습 기회 불평등
03 학부모의 자녀 학습 지원과 학습 기회 불평등
학부모에 대한 교사의 기대
학부모의 자녀 학습 지원 방식
부익부 빈익빈의 학습 기회 구조
2부 학습 기회 불평등 구조에 균열을 내려면
04 교육에 대한 빈곤 영향 들여다보기
왜 빈곤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빈곤, 빈곤층이란
빈곤과 교육에 대한 연구들
연구 방법
빈곤한 아이들의 삶
교육에 대한 빈곤 영향의 중층성
빈곤 자체에 대응하기, 학교 역할 성찰하기
05 교육복지와 학교 역할: 함께하는 시간으로 관계 맺기
교육복지 정책 확대의 맥락
연구 방법
연구 참여 학교의 특성
학교 역할에 대해 갈등하는 두 관점
교육복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한 관계 맺기, 그리고 총체적 지원
06 표준화된 시험 밖의 성취 바라보기: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통해 얻는 성취 특성이 주는 가르침
배경
학교 교육 효과로서 시험 성적에 대한 논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효과 분석 연구들과 이 글의 질문
연구 방법
지역과 학교 현황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통한 성취 특성
촉진 요인
성취의 인격성과 총체성: 학교 교육 및 학교 효과 연구 프레임 변화 요구
3부 균열 너머 근본적 변화를 위한 시도
07 ‘계층 사다리’ 넘어서기
대학은 왜 가는가
대학을 나와도 걸맞은 직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 대학 진학에 대한 사회적 압력
기본 자녀 양육비가 늘었다: 사회적 생존을 위한 기초 경비 확대
‘계층 사다리’ 프레임을 버리고 선택지가 다양한 사회로
08 사회적 삶의 공간으로 학교 다시 세우기
책속으로
여기서 두 차원의 학습 기회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교과서 해설식 수업’과 ‘과제 부과식 수업’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교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준비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발생하는 학습 기회 불평등 문제다. 다른 하나는 중요한 교과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서 해설식 수업’이 학생들의 지식에의 접근 기회를 교과서 맥락에 가둔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교실 수업이 교과서 맥락에 갇힌 지식을 강조함으로써 교과서를 넘어선 보다 확장된 지적 경험은 가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가 그것이다.
– 57쪽
수업 내 학생들이 갖는 서로 다른 위치로 인하여 ‘공부를 하려는 아이’와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아이’가 만들어지는 것은 교사가 개별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기대를 달리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교과 내용을 다루고 수업 진행을 위해 학생을 통제하는 교사 활동이 갖는 특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이러한 학생들 사이의 공부에 대한 태도 차이는 그들이 전체 삶을 통하여 얻게 될 학습 기회의 차이로 연결될 수 있다.
– 102쪽
어떠한 조건에 있든 모든 아이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유엔 아동 권리 헌장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기본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핵심 역할이기 때문이다.
– 142쪽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같이 가고, 중학교 간 애들이 고등학교에 같이 온다고요. … 그 우울한 삶, 계속 살고 있는 거죠. 같이 자기네끼리 모여서. 그러니까, 끼리끼리 모여 갖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 계속. 이런다고요. 여건이 …. 걔들을 우리가 잘 지도해서 내보내야 되는데 인문계에선 인성 교육도 잘하지만, 학업 성취도도 나와 줘야 되잖아요. 근데 그 성취가 안 나와요. … 고등학교 오면, 고등학생 되면 이미 학교가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 175쪽
급속히 확대되어 온 고등교육 인구에도 불구하고 고학력 빈곤층이 늘어나는 현상은 학력을 높인다고 해서 빈곤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 사회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빈곤 인구가 최대한 발생하지 않게 하는 사회 체계 마련이다.
– 198쪽
빈곤이 가정의 구조적 결손, 양육 방식, 혹은 또래 관계 등을 매개로 하여 학교에서의 낮은 교과 학업 성취도, 나아가 낮은 대학 진학으로 이어짐을 지적함으로써 왜 빈곤이 대물림되는가를 설명하려는 선행 연구들의 관점은 (중략) 빈곤 문제를 사회 체제의 문제로 이해하기보다 개인의 학력 획득 기회 문제로 접근하는 관점을 정당화한다.
– 199쪽
이러한 다차원적인 학생들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교사들은 자신이 이제껏 가져 왔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기존 관점을 변화시켜 나가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은 서로 엮여 있어 어느 것도 하나만 독립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달리 표현하면, 학생들과 교사들이 경험하는 변화는 총체적 관점을 통해서만 온전히 그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
– 292쪽
결론적으로 대학 교육 기회 확대는 한국 사회의 평등화에 공헌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심화하는 데 공헌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기반 변화 없이 투자 개념의 교육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한국의 대학 교육 기회 확대 정책은 한국 사회의 사회 이동성을 확장하고 불리한 계층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 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