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운전 배우기>는 릴빗과 펙의 사랑, 릴빗의 성장과 성숙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운전(driving)은 성, 사랑, 인생에 대한 은유다. 운전은 처음 배울 때 어렵고 서툴고 무섭지만 익숙해지면 아주 쉬워지고 즐거운 것이 된다. 그러나 운전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릴빗은 펙으로부터 운전을 배우며 차를 다루는 방법을 익혀 가고 남자를 다루는 방법도 익혀 간다. 두 사람은 운전자, 차, 길의 관계처럼 분리될 수 없는 관계가 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분리돼야 하고 이것이 한 사람에게는 비극적인 죽음을 가져온다. 릴빗은 방어 운전을 익힌 것처럼 이 분리에서 살아남아 가족이라는 관계를 선택하고 어린 시절의 사랑과 상처를 극복·치유해 성숙한 성인이 된다.
릴빗은 펙을 더치맨이라고 부른다. 더치맨은 유령선을 타고 바다를 떠돌다 뭍에 올랐을 때 한 여자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 그 유령선에서 내릴 수 있다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해 줄 그 한 사람의 여자를 찾아 온 바다를 헤매는 북유럽 전설상의 인물이다.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릴빗은 더치맨 펙의 영혼을 차 뒷좌석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떠난다.
보글은 <운전 배우기>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함으로써 전국적인 명성을 획득했다. 이 작품은 퓰리처상 외에도 오비상, 수전 블랙번 상, 드라마데스크상,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상, 아우터서클상, 로텔상 등을 수상하며 1990년대의 가장 새롭고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200자평
이 작품에서 운전은 인생에 대한 비유다. 릴빗은 펙으로부터 운전을 배우고 그와의 드라이브 길에 진지함과 유머, 춤과 노래, 눈물과 웃음을 함께 섞는다. 조카와 이모부의 이 낯선 ‘러브 스토리’를 작가는 ≪롤리타≫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지은이
폴라 보글(Paula Vogel)은 미국 워싱턴 출신으로 1951년생이다. 보글은 뉴잉글랜드 명문 브라운대학에서 20년간 교수로 있었으며 2008년 이후부터는 예일대학 드라마학부 극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임 이후에는 영국의 극작가 톰 스토파드(Tom Stoppard)를 초청하기도 했다. 브라운대학 영문과 대학원 시절, “새 희곡 축제(New Play Festival)”를 만들어 진행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미국 내 가장 우수한 희곡 창작 프로그램으로 확립시켰다.
보글은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로 브라운대학의 생물학과 교수인 앤 스터링(Ann Sterling)과 결혼 후 아들을 입양해 키우며 동성애 부부로 살고 있다. 보글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일찍부터 알았는데 이러한 성적 취향이 연극계에서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 돌파구를 연극에서 찾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녀는 퓰리처상 수상 당시 첫 레즈비언 수상자라고 언론의 떠들썩한 주목받기도 했다.
폴라 보글이 즐겨 다루는 주제는 성 남용, 성매매, 가정 폭력, 포르노, 동성애 혐오 등이다. <집으로 가는 긴 크리스마스 여행(The Long Christmas Ride Home)>(2003), <그리고 베이비가 들어와 일곱이 되었어(And Baby Makes Seven)>(1984), <가장 오래된 직업(The Oldest Profession)>(1981)도 이런 주제를 다룬다. 1992년 오비상 수상작인 <볼티모어 왈츠(Baltimore Waltz)>는 에이즈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에이즈로 죽은 자신의 남동생 칼(Carl)을 모델로 했다. 이후 그녀는 매 작품마다 동성애 혐오 정서를 바꾸어 놓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동성애자인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보글의 아버지 돈 보글(Don Vogel)은 인권 운동가인 아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또 다른 에이즈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주기 위해 워싱턴에 칼 보글 에이즈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대학극 페스티벌 케네디센터는 2003년부터 그녀의 이름을 딴 ‘폴라 보글 상’을 해마다 가장 우수한 학생 작품에 수여하고 있다.
옮긴이
이지훈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캠퍼스에서 석사, 동아대학교에서 <King Lear와 Lear의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희곡집 ≪기우제≫(평민사, 2006),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다≫(북스힐, 2001, 편저), 역서로는 ≪카릴 처칠 희곡집: 비네가 탐/클라우드 나인≫(평민사, 1997), ≪꾀뜨미네의 사흘≫(일월서각, 1985), ≪벨 자≫(고려원, 1983), 논문에는 <King Lear의 모성 부재>, <‘베니스의 상인’의 시간과 공간>, <죽음과 성의 위장: 마크 트웨인의 발굴 희곡 ‘Is He Dead?’> 등이 있다. 미국 UCLA대학, 브라운대학, 일본 동지사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창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우제>로 1994년 여성 신문사에서 수여하는 희곡 부문 여성문학상 을 수상했고 이후 영미 여성주의 극의 무대화에 주력해 왔다. 카릴 처칠(Caryl Churchill)의 <비네가 탐(Vinegar Tom)>, 팸 젬스(Pam Gems)의 <두자, 피시, 스타스 그리고 비(Dusa Fish Stas and Vi )>,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Maria Irene Fornes)의 <진흙(Mud)>, 자작극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나?>, 웬디 케슬먼(Wendy Kessleman)의 <빠뺑 자매는 왜?(My Sister in This House)>를 연출했고 그 외 부조리극으로 해럴드 핀터(Harold Pinter)의 <방(Room)>, 베케트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The Last Tape of Krapp)>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온라인 웹진 ≪이프≫에 “오토바이를 탄 여교수”라는 필명으로 연극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극단 TNT레퍼토리(1982년 창단) 대표로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3
공연을 위한 노트················5
뉴욕 공연 노트·················8
운전 배우기·················11
해설····················137
지은이에 대해················167
옮긴이에 대해················175
책속으로
릴빗: 이모부에겐 대체 누가 그랬죠? 이모부는, 그때 몇 살이었어요? 나처럼 열한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