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을 전체의 흐름에서 본다면, 신 앞에서 죄인으로서의 자신을 기소하고 신을 찬양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과거의 죄악에 대한 참회와 자아의 부정을 통해 영원한 진리의 존재인 신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정욕과 습관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의 실존적 죄악을 고발하고, 기억에 대한 고찰과 시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간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다고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신을 향한 영혼의 영적 추구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신앙적 요소를 철학적 견지에서 풀이하여 말하자면, 영원불변의 진리를 찾아가는 지적 탐구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진리를 사랑하는 자’로서, 진리에 대한 실존적 체험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고백록≫이다. 해석자들의 평가처럼, 아우구스티누스는 플라톤 철학 및 신플라톤주의와 기독교 교리의 적절한 혼합을 넘어 신기원을 이루었다. 그의 철학적, 신학적 성찰은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이라는 두 줄기를 하나로 만들어낸 새로운 물줄기의 근원이다. 실제로,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록≫을 통해 펼쳐놓은 인간론, 시간론, 행복론 등은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변증법적으로 재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제안한 신학적, 철학적 논제들이다.
200자평
‘탕자에서 성자로’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3대 명저 중 하나. 아우구스티누스는 타락한 생활을 하다가 주교 암브로시우스를 만나면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대해서 눈을 뜨기 시작한다. ≪고백록≫에서 그가 하는 말은, 단순한 참회에 그치지 않는다. 악에 대해, 내적 세계에 대해 탐구하면서 철학적 통찰을 보여 준다.
지은이
로마 문화권에 속한 북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유럽 문화의 정수를 향유하고 북아프리카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354년 북아프리카 타가스테(Thagaste)에서 태어났다. 타가스테는 지금의 알제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서, 지중해를 끼고 로마를 가까이 할 수 있는 문화적 조건을 지녔다. 기초적인 초등교육 이후 고향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마다우라에서 365년부터 369년까지 공부했던 시절,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소년이었던 듯싶다.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잠시 쉰 것은 369년경이다. 그리고 371년경 카르타고에 유학하여 수사학을 전공했다. 이 무렵 어떤 여자와 동거 생활을 했고 372년경 아들 아데오다투스를 낳았다. 그리고 마니교에 심취했다. 375년 고향에 돌아와 수사학을 가르쳤고, 이듬해 카르타고에 가서 수사학 교수로 활동했다. 로마에 간 것은 383년경이다. 당시 세계 문화의 중심지 로마에서 그는 수사학 교수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로마 시의 공식 파견을 받아 밀라노에서 수사학을 가르쳤다. 이때 암브로시우스 주교를 만난다. 점차 마니교에 흥미를 잃었고 그들의 주장에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386년 밀라노의 정원에서 그는 결정적인 회심을 체험하고 기독교 신앙인으로 전향한다. 이후 밀라노 북쪽의 카시키아쿰(Cassiciacum)에 머물면서 세례 받을 준비와 함께 경건 생활을 한 후, 밀라노에 돌아와 아들 아데오다투스, 동료이자 후배인 알리피우스와 함께 암브로시우스에게 세례를 받았다. 고향으로 돌아가 수도 생활을 하고 싶어 로마 남쪽의 오스티아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던 중 387년 어머니 모니카를 여읜다. 로마에 몇 달간 머물며 집필 활동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 수도원을 세운다. 그때가 388년경이다. 아들 아데오다투스가 이때 죽었다.
그가 서양의 스승으로서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391년 히포 교구에서 성직자로 세움을 받은 어간부터일 것이다. 특히 395년 히포의 주교로 선출되어 교회를 위해 헌신한 덕에 그는 거장으로 기억된다. ≪고백록≫을 쓴 것은 397년부터 400년 사이로 추정된다. 이후 배교했던 성직자 문제를 두고 폭력 사태로 비화된 도나티스트 분파주의자들과의 대립에서 교회의 일치를 위해 지도력을 발휘했고, 자유의지와 은총에 관한 펠라기우스와의 신학적 논쟁에서 은총의 중요성을 확립하는 등 왕성하게 집필하며 열정적으로 목회했다. 이 무렵 저술한 불후의 명저 ≪신국론≫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의 변화, 성직자로서의 삶의 정황, 그리고 로마의 사회상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서기 410년,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로마가 함락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43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너져 내리는 로마를 바라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고 쇠망할 한시적인 가치들을 넘어 영원불변하는 참 진리의 소중함을 글로 남겨, 후세를 일깨우고 있다.
옮긴이
숭실대 철학과와 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치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윤리에 있어서 행복의 문제〉로 철학박사학위(Ph. D.)를 받았다. 장로회신학대학원(M. Div.)을 마친 후 풀러신학교 D. Min.과정을 수학했으며, 시카고대학교(Univ. of Chicago)와 에모리대학교(Emory Univ.)에서 방문교수로 연구했다.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장, 한국기독교윤리학회장, (사)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회장, 새세대윤리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남서울대 교수(교목실장)로 섬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안으로 들어가라: 아우구스티누스의 내적 성찰과 사회윤리》, 《아우구스티누스와 행복의 윤리학》, 《아우구스티누스와 덕 윤리》, 《교회의 윤리개혁을 향하여: 공공신학과 교회윤리》, 《긍휼: 아우구스티누스와 함께 읽는 은혜윤리》, 《생명복제에서 생명윤리로》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윤리학》, 《교회됨》, 《덕 윤리의 신학적 기초》 등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사회적 사랑의 사회적 영성: 제자윤리의 관점에서〉 를 비롯한 다수의 학술논문을 집필했다.
차례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제6권
제7권
제8권
제9권
제10권
제11권
제12권
제13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주여,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하나님, 지극히 높으시고 지극히 선하시며 지극히 전능하시고 항상 존재하시며, 모든 것을 바꾸시지만 바뀌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며 다함이 없는 사랑을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누가 나를 당신 안에서 쉬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마음을 당신께 빠져 들게 하소서. 모든 죄악을 잊고 유일하신 나의 행복, 당신께 다가서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참한 일입니다.
2.
나는 수사학, 논리학, 기하학, 음악, 산수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리의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참되고 확실한 것을 얻지 못했습니다. 빛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문의 재능은 당신께서 주신 선물이거늘 나는 당신께 감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는 당신을 크고 빛나는 물체로 착각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을 그 물체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큰 왜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