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지식을만드는지식 원서발췌는 세계 모든 고전을 출간하는 고전 명가 지식을만드는지식만의 프리미엄 고전 읽기입니다. 축약, 해설, 리라이팅이 아닌 원전의 핵심 내용을 문장 그대로 가져와 작품의 오리지낼리티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작품을 연구한 전문가가 작품의 정수를 가려 뽑아내고 풍부한 해설과 주석으로 내용 파악을 돕습니다. 어렵고 부담스러웠던 고전을 정확한 번역, 적절한 윤문, 콤팩트한 분량으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발췌에서 완역, 더 나아가 원전으로 향하는 점진적 독서의 길로 안내합니다.
토마스 만의 말을 빌리면, 그는 폐렴 증세로 다보스 요양원에서 치료 중이던 아내를 문병하러 간 3주 정도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1912년,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단편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대한 유머러스한 상관물, 분량에서도 비슷한 정도의 상관물로서 ≪마의 산≫을 구상했다. 그러나 집필 기간(1913∼1924년) 중에 일어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갖가지 명상으로 가득한 방대한 장편 소설로 발전하게 되었다. 전통의 단절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팽배하고 있던 세기말의 암울한 ‘데카당스’적 분위기에서 청년기를 보낸 토마스 만의 초기 작품에서는 예외 없이 삶과 죽음의 갈등, 몰락의 과정 등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또한 그의 형 하인리히 만과 후기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의 차이로 빚어진 소위 ‘형제 논쟁’에서 토마스 만은 ≪한 비정치인의 고찰≫에서 분명히 보수적·국수적 입장을 취했고, 민주적·현실 참여적 입장을 취한 그의 형을 ‘문명문사’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정치적 입장이 상당한 변화를 겪은 후인 1924년, 그의 나이 49세에 출간된 ≪마의 산≫은 그래서 그의 작가적 도정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마의 산≫은 해석의 관점에 따라 교양 소설, 시대 소설, 시간 소설, 성년 입문 소설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여러 가지 양상들이 바로 토마스 만의 아이러니다.
이 작품은 특히 사회와의 관계가 중요한 계기를 갖는 독일의 전통적 교양 소설과 아이러니적 관계를 지닌다.
주인공이 이상을 향해 단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금술적 승화 작용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의 극복을 가져온다. 그래서 ≪마의 산≫에서의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종국적으로 이끌어 낸 휴머니즘적 비전도 곧 전쟁이라는 현실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주인공의 내적 자아와 사회적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間隙)의 심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지의 호화스런 요양원에는 1차 세계 대전 전 유럽의 자본주의적 사회가 반영되어 있으며, ≪마의 산≫은 전전(戰前) 사회를 비판하는 전경(前景)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소설의 줄거리는 1907년에서 1914년까지의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의 문제성은 이미 그 이후의 시대정신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호화로운 요양원에서의 대화와 그 밖의 모든 성찰들은 전후 유럽의 문제들을 중심으로 선회한다. 작품은 전통 소설, 나아가 꼼꼼한 리얼리즘 소설의 인상을 풍긴다.
≪마의 산≫은 초기의 대립적 인생관을 극복해 대립에 지배당하지 않고, 역으로 대립을 지배하고 전진하는 것이 인간의 이상적인 생활 방식이라는 사상을 제기한 토마스 만의 사상 전환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독일의 낭만주의적인 보수주의에 대한 결별의 책이 되었다.
1974년 피셔 출판사에서 발간한 13권짜리 전집을 원전으로 삼았다. 정확히 998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마의 산≫에 대한 편역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품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을 발췌해 전체적 내용에 어울리게 번역했다. 둘째, ≪마의 산≫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는 6장의 ‘눈’의 장면은 대부분 원문의 의미를 그대로 살렸다. 셋째, 기존의 우리말 번역본도 참고해 전체적으로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애썼으나 토마스 만 특유의 만연체로 인해 너무 길어진 문장은 역자 나름대로 나누기도 하고 줄 바꾸기도 했다.
200자평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마스 만의 장편 소설. 그는 폐렴으로 요양원에서 치료 중이던 아내를 문병하러 간 3주간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생과 예술, 삶과 정신 등과 같이 그의 작품 세계의 주요 본질인 이원성을 탐구하고 있다. 또 그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리얼리즘 이상의 리얼리즘’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원서의 약 10%를 발췌해 옮겼다.
지은이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은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민적 작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비판적 리얼리스트로서, 동시대 사회의 위대한 교사였다. 또한 그 발전에 있어서 독일 낭만주의의 극복과 독일 휴머니즘의 부활을 추구해 20세기 문학에 큰 획을 그었다.
독일 북부의 한자동맹 소속 도시 뤼베크의 부유한 집안에서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으며(세계적인 작가 하인리히 만이 바로 그의 형이다), 1955년 8월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서 타계했다.
1894년 3월 토마스 만은 고등학교 졸업을 포기하고 가족이 있는 예술의 도시 뮌헨으로 이주하며 ‘죽음’의 세계라고 표현한 바 있는 ‘문학’의 세계에 마침내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듬 해엔 뮌헨 공과대학에서 역사, 미술사, 문학사 등을 청강했고, 1896년 말 ≪짐플리치시무스≫지(誌)에 실린 단편 <행복에의 의지>를 탈고했다.
1896년 베를린의 피셔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한 잡지에 단편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보냈다. 잡지사에서는 그 소설을 수락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보관하고 있는 다른 소설들 모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토마스 만은 <환멸>, <어릿광대>, <토비아스 민더니켈> 등의 작품을 보내주었는데, 출판인 사무엘 피셔는 이 소설들에 무척 만족해했고 이제는 장편소설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토마스 만에게 권유했다. 그래서 토마스 만은 최초의 장편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쓰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창작에 몰두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대공전하>, <베니스에서의 죽음>, ≪한 비정치인의 고찰≫,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어린 시절의 책≫, ≪마의 산≫, ≪요제프과 그 형제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등 걸작을 낳았다.
옮긴이
윤순식은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인문대학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독일어 교수를 지냈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수학했다. 박사 후 연수(Post-doc) 과정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현대 독문학을 연구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으며,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덕성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지냈다. 경찰대 외래교수로 출강 중이며, 현재는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토마스 만의 소설 “마(魔)의 산(山)”에 나타난 반어성(反語性) 고찰(考察)>, <“부덴브로크 일가”에 나타난 아이러니 연구>, <작품 내재적 해석학으로서의 독어독문학>, <현대 독일어권 문학에 나타난 병의 담론>, <독일통일과 유럽통합>, <현대 독일어권 문학에 나타난 병의 담론>, <정치와 문학> 등 다수가 있다.
저서에는 ≪아이러니≫(한국학술정보), ≪토마스 만≫(살림출판사)이 있으며, 역서로는 ≪교양≫(공역), ≪역사의 지배자≫, ≪작약등(芍藥燈)≫,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로스할데≫, ≪독일전설≫, ≪정신병리학총론≫,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등 다수가 있다.
차례
마의 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이를 잊지 않을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죽음을 성실하게 대하겠지만, 죽음과 과거의 것에 대한 성실성이 우리의 생각과 술래잡기를 한다면, 그것은 악의와 음산한 육욕 및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기억해 두기로 하자.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다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 자, 이제 눈을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