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품의 사회·사상적 배경
‘신선’은 일찍이 전국시대에 나타났다. ≪장자(莊子)≫에는 ‘신인(神人)’ 또는 ‘진인(眞人)’이라는 명칭으로 신선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가 들어 있으며, 황제(黃帝)와 서왕모(西王母) 등 ≪산해경(山海經)≫의 신화적 인물들이 득도자로 서술되어 신화로부터 신선설화로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엿볼 수 있고, 팽조(彭祖)에 대한 묘사를 통해 불로장생 고사가 당시에도 널리 깔려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신선에 대한 탐색은 진(秦)나라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었다. 진시황(秦始皇)은 천하를 통일한 뒤 신선 방술에 심취해 ‘진인’이라 자칭하고 천하의 방사를 불러 모았다. 또한 진나라 대부 완창(阮倉)은 수백 명에 달하는 선인의 사적을 기록한 ≪열선도(列仙圖)≫를 창작했다.
한(漢)나라에 이르러서는 강력한 통일국가의 경제적인 번영을 기초로 황실에서 도가를 존숭해 신선방사들이 우대받았는데, 무제(武帝)와 같은 황제는 신선 방사 집단과 결합해 구선 행위에 심취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구선’의 열풍에 휩싸이다시피 했다.
위진남북조시대에는 빈번한 내란과 외환으로 인해 사회·정치적인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피세(避世)와 은일을 추구하는 노장사상이 일세를 풍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장사상과 도교의 발전과 함께 신선전기집이 많이 출현했는데, 이 시기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 갈홍의 ≪신선전≫이다.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
≪신선전≫은 도교의 주요 경전 가운데 하나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철학사상·문학예술·민간신앙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연과학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가사상과 도교는 모두 선가사상(仙家思想)의 토대 위에서 발전되어 형성된 것으로, ≪신선전≫은 유선시(遊仙詩)와 같은 시가 작품, 지괴소설(志怪小說)·전기소설(傳奇小說)·신마소설(神魔小說)과 같은 소설 작품, 그리고 신선극(神仙劇)과 같은 희곡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신선전≫에는 후대에 각지의 사당에 모셔져 신앙의 대상으로 숭배되는 신선이 상당수 존재하며, 그러한 신선으로 말미암아 전개되는 민간의 풍속이 남아 있다. 게다가 초보적이나마 현대 화학의 시조로 여겨지는 연단술(煉丹術)의 여러 방법이 ≪신선전≫에 기술되어 있다.
200자평
동진의 갈홍이 지은 <신선전>. 신선의 행적과 장생불사를 다룬 신선설화집이자 신선전기집이다. 도교의 주요 경전으로 중국의 철학, 문학, 민간신앙, 자연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도교의 성선의 방법으로서, 전수, 복약법·벽곡법·행기법·도인법·방중술, 거삼시 등이 나타나 있다. 현존하는 10권에서 신선전기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고 문학성이 비교적 뛰어난 28편을 선별했다.
지은이
갈홍의 자는 치천(稚川), 호는 포박자(抱朴子)이고 신선술에 능했다. 본래 산동성 동부의 호족 집안 출신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오나라의 관리였다. 오나라가 갈홍이 태어나기 2년 전에 망하자 강소성으로 이주했다고 전해오고 있을 뿐이다.
옮긴이
김장환(金長煥)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지인소설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 미국 하버드 대학교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2004∼2005), 같은 대학교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객원교수(2011∼2012)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 ≪중국 문학의 흐름≫, ≪중국 문학의 향기≫, ≪중국 문학의 향연≫, ≪중국 문언 단편 소설선≫, ≪유의경(劉義慶)과 세설신어(世說新語)≫, ≪위진세어 집석 연구(魏晉世語輯釋硏究)≫, ≪동아시아 이야기 보고의 탄생−태평광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중국 연극사≫, ≪중국 유서 개설(中國類書槪說)≫, ≪중국 역대 필기(中國歷代筆記)≫, ≪세상의 참신한 이야기−세설신어≫(전 3권), ≪세설신어보(世說新語補)≫(전 4권), ≪세설신어 성휘운분(世說新語姓彙韻分)≫(전 3권), ≪태평광기(太平廣記)≫(전 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 8권), ≪봉신연의(封神演義)≫(전 9권), ≪당척언(唐摭言)≫(전 2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고사전(高士傳)≫, ≪어림(語林)≫, ≪곽자(郭子)≫, ≪속설(俗說)≫, ≪담수(談藪)≫, ≪소설(小說)≫, ≪계안록(啓顔錄)≫, ≪옥호빙(玉壺氷)≫, ≪열이전(列異傳)≫, ≪제해기(齊諧記)·속제해기(續齊諧記)≫, ≪선험기(宣驗記)≫, ≪술이기(述異記)≫, ≪소림(笑林)·투기(妬記)≫, ≪고금주(古今注)≫, ≪중화고금주(中華古今注)≫, ≪원혼지(寃魂志)≫, ≪이원(異苑)≫, ≪원화기(原化記)≫, ≪위진세어(魏晉世語)≫, ≪조야첨재(朝野僉載)≫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 소설과 필기 문헌에 관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차례
팽조 彭祖
위백양 魏伯陽
황초평 黃初平
왕원 王遠
이팔백 李八百
하상공 河上公
유근 劉根
조구 趙瞿
왕요 王遙
유안 劉安
음장생 陰長生
장도릉 張道陵
난파 欒巴
좌자 左慈
호공 壺公
계자훈 薊子訓
이소군 李少君
공원방 孔元方
왕렬 王烈
여공 呂恭
동봉 董奉
갈현 葛玄
위숙경 衛叔卿
묵자 墨子
심희 沈羲
진안세 陳安世
모군 茅君
개상 介象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도덕(道德)을 좋아해서,
집을 버리고 스승님 따라 동서남북을 다녔네.
오탁(五濁)을 버리고 세상 피해 스스로 숨어,
30여 년을 명산 옆에서 지냈네.
추워도 옷 입을 겨를 없고 배고파도 먹을 틈조차 없었으며,
그립지만 감히 돌아가지 않고 수고로워도 감히 쉬지 않았네.
거룩한 스승님 받들어 모시니 기쁜 얼굴에 즐거움 띠었으며,
얼굴에 때 끼고 발에 굳은살 박이고서야 칭찬받았네.
마침내 요결을 받으니 그 깊은 은혜 헤아릴 수 없고,
처자도 목숨 연장되어 모두 무한한 수명 누렸네.
황백술(黃白術)이 이미 완성되니 재화가 수천억이며,
귀신을 부리고 옥녀(玉女)가 옆에서 시중드네.
지금 속세를 초탈할 수 있는 것은 신단(神丹)의 힘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