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표현의 자유 위협하는 ‘위축효과’
국가보안법, 명예훼손죄, 징벌적 손해배상, 전략적 봉쇄 소송 등
위축효과 일으키는 구조적, 개인적 요인 분석과 대안 제시
『대만민국 표현 자유의 현실』(2016)과 『대한민국 표현 자유의 현실2』(2020)에서 보수 정권과 민주 정권의 표현의 자유 보호 현황과 과제를 제시한 이정기 저자가 신간 『위축효과』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구조적(법, 제도적), 개인적(심리적)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위축효과는 자신의 의견이 합리적이고, 힘을 가진 누군가의 의견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한 채 힘을 가진 누군가의 의견을 따르게 되는 현상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다. 건강한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토론되어야 한다. 힘을 가진 소수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힘이 없는 다수는 의견 표명을 꺼리는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를 요구했던 시민이나 공익 제보를 한 사람들이 겪은 고초, 표현보다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 등의 결과로 위축효과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에 천착해 왔던 저자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아내고 억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위축효과를 유발하는 법과 제도의 강력한 힘을 고찰한다. 국가보안법, 사실 적시 명예 훼손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전략적 봉쇄소송 등은 국가와 사회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로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이 제도를 활용하면서 시민사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로 작동하기도 한다. 공인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 경제적, 법적 보복이 두려워 표현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편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 사회부과적 완벽주의 등 심리적인 요인도 자기 검열과 위축효과를 일으킨다. 이 책은 국가, 사회, 개인 등 위축효과를 발생시키는 다면적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200자평
‘위축효과(chilling effect)’란 시민이 생각을 스스로 검열함으로써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전제조건으로 공론의 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완성된다. 그러나 위축효과는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장애 요인, 즉 ‘표현 자유의 적’이다. 이 책은 법, 제도, 규범, 심리 등 위축효과를 유발하는 구조적,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고 자유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을 도출한다.
지은이
이정기
동명대학교 광고PR학과 조교수다. 한양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3년 12월까지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의교수로 일했고, 2014년 1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 책임연구원(연구교수)으로 교수법을 연구했다. 2018년 3월 모교인 동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조교수로 임용됐다. 표현의 자유 연구와 미디어 효과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학교육 표현자유의 현실2』(2020), 『대한민국 표현 자유의 현실』(2016) 등 18편의 저서를 집필했고, 115편의 논문을 KCI, SCI, SSCI, SCOPUS 등 전문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위축효과는 표현 자유의 적
01 위축효과의 개념
02 국가보안법과 위축효과
03 포털의 임시 차단 조치와 위축효과
04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위축효과
05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위축효과
06 전략적 봉쇄 소송과 위축효과
07 혐오표현과 위축효과
08 위축효과 심리 1 : 두려움
09 위축효과 심리 2 : 개인의 인식
10 정권·정치적 성향과 위축효과
책속으로
결과적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 혹은 개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과거 ‘막걸리 보안법’으로 조롱될 정도로 추상적, 주관적 법집행을 가능케 했다고 비판한다. 법안 자체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법집행자의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자의적으로 국가보안법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코미디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_ “02 국가보안법과 위축효과” 중에서
가짜뉴스, 언론의 부당한 보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 학자들이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위축효과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자본을 가진 나쁜 언론을 개혁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사명감을 가지고 보도하는 독립언론이나 영세언론의 표현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_ “05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위축효과” 중에서
혐오표현은 “표적 집단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하며, 표적 집단 구성원을 침묵시켜 공적 토론에 참여할 실질적 기회를 박탈하고 공론장의 토론문화를 왜곡”한다(이승현, 2017). 혐오표현이 자유로운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_ “07 혐오표현과 위축효과” 중에서
이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비현실적이고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위축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타인에게 완벽하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 표현을 자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_ “09 위축효과 심리 2: 개인의 인식” 중에서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에 따르면 자신의 의견이 소수 의견이라고 인식될 때, 그 사람은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택하게 된다. 침묵의 나선이론을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과 결부지어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진 정치적 성향과 상반된 정치세력이 집권한 상황에서 개인은 정치적 표현을 함에 있어 위축효과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_ “10 정권·정치적 성향과 위축효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