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극적 반(反)영웅, 유대인 쥐스
소설은 18세기 신성 로마제국 치하 뷔르템베르크 공국을 배경으로 한다. 쥐스는 유대인이라는 신분의 제약에도 남다른 사업 감각을 이용해 돈과 힘을 손에 쥔 인물이다. 신분을 극복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온갖 술수를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의 성공을 마뜩잖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던 중 그가 모시는 카를 알렉산더 공작이 예기치 않게 공국의 원수의 자리에 오르는 일대 사건이 벌어진다. 이제 쥐스의 힘은 무소불위의 것이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실상 그의 주변에는 그를 끌어내리려는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쥐스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호시탐탐 그를 쓰러뜨리려는 적들의 수도 점점 많아진다. 한편 쥐스로 인해 딸이 카를 알렉산더 공작에게 정절을 잃었다고 생각한 교구장 바이센제는 쥐스의 딸인 나에미도 자신의 딸, 마그달렌 지빌레가 겪은 일을 똑같이 겪도록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바이센제의 예상과는 달리 나에미가 공작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지붕에서 뛰어내려 자결하자, 목숨 같은 딸을 잃고 절망한 쥐스는 공작에 대한 은밀한 복수를 준비한다. 쥐스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을 붕괴시키려는 세상으로부터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쥐스의 비극은 그가 유대인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실존 인물 요제프 쥐스 오펜하이머의 삶과 죽음이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이 소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소설은 실존 인물인 요제프 쥐스 오펜하이머(Joseph Süß Oppenheimer, 1698?∼1738)의 삶과 죽음을 소재로 삼았다. 쥐스는 유대인으로서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권력의 정점에 오르지만 끝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최후를 맞이할 때조차 전혀 의외의 행보를 보이며 구원의 영역에 다다른다.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악행도 서슴지 않았던 기회주의적 인물이 어떻게 현실 세계를 극복해 정신적 승화를 이루었는지, 그 구원의 서사가 소설로 다시 태어나 웅대하게 펼쳐진다.
≪유대인 쥐스≫는 사실만을 강조하는 여타의 딱딱한 역사 소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에 성경과 로마신화, 유대 비교의 신화까지 어우러져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18세기 유럽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한 장면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될 것이다. 출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20여 개의 주요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3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본래 희곡으로 쓰였다가 소설에 더욱 적합한 소재임을 깨달은 작가가 직접 소설로 개작했다. 본래 의도에 맞게 출간 이후 수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1934년에 로타르 멘데스에 의해 제작된 영화는 뉴욕 상영 당시 아인슈타인과 찰리 채플린도 극장을 찾아 관람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자평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최초의 역사 소설이자 그에게 가장 큰 성공을 안겨 준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요제프 쥐스 오펜하이머(1698?~1738)의 삶과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쓴 소설로서, 신성 로마 제국 치하의 뷔르템베르크 공국에서 유대인의 신분으로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다가 끝내 교수형으로 생을 마감한 한 인간의 정신적 승화와 구원의 서사를 장대하게 그려 냈다. 출간 이후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 3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로타르 멘데스의 영화(1934)는 뉴욕 상영 당시 아인슈타인과 찰리 채플린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지은이
리온 포이히트방거(Lion Feuchtwanger)
1884년 7월 4일 출생. 뮌헨대학에서 문학, 역사, 철학, 인류학을 공부했다. 연극비평 및 극작가로 출발해 이름을 알리다가 차츰 창작의 중심을 역사소설로 옮긴다. 이렇게 해서 나온 역사소설 ≪유대인 쥐스≫와 ≪추한 공작 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특히 1925년에 발표된 ≪유대인 쥐스≫는 초판 3개월 만에 4만 부가 팔렸으며, 15개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베스트셀러였다. 지금까지≪유대인 쥐스≫는 전 세계에서 20개 이상의 주요 외국어로 300만 부 이상이 번역 출판되었다. ≪유대인 쥐스≫의 성공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포이히트방거는 1933년 미국에서 강연 여행을 한다. 그러나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면서 그의 책들은 불태워지고, 국적 및 박사학위도 박탈당하며, 베를린의 집과 재산은 압류당한다. 이 시기의 문학적 결실이 ≪오퍼만 자매≫(1933)다.
1937년 1월에는 체코슬로바키아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가서 스탈린과 인터뷰를 했다. 이로써 스탈린을 찬양하는 기행문 <모스크바 1937>를 발표했다.
1940년 5월 독일군이 서유럽을 침공할 당시 프랑스 남부 엑상 프로방스 인근 레밀에 머무르고 있던 포이히트방거는 이미 1939년 대전이 발발했을 때 한 번 억류된 적이 있던 그곳 포로수용소에 다시 수감됐다. 미 영사관의 도움으로, 여자로 변장한 채, 간신히 마르세유로 탈출했다. 그곳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이때의 체험이 자서전, ≪잔인한 프랑스≫(1942)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1940년 10월 뉴욕에 도착했고, 이듬해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이후 ≪미국을 위한 무기≫(1947/1948), ≪고야, 혹은 인식의 혹독한 길≫(1951) 그리고 ≪톨레도의 유대 여인≫(1955)을 발표했다. 이들 작품으로 포이히트방거는 위대한 망명 문학의 작가 대열에 합류한다. 1953년에는 동독으로부터 ‘문학과 예술 분야의 1등 국가상’을 받았다. 1958년 12월 21일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 사망,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묘지에 안장됐다.
옮긴이
김충남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수학했으며, 뷔르츠부르크대학 및 마르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체코 카렐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 198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외국문학연구소장, 사범대학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프란츠 카프카 : 인간·도시·작품≫, ≪표현주의 문학≫이, 역서로는 게오르크 카이저의 ≪메두사의 뗏목≫, ≪아침부터 자정까지≫, ≪병사 다나카≫, ≪구원받은 알키비아데스≫, ≪유대인 과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헤르만 전쟁≫, 에른스트 톨러의 ≪변화≫, 프란츠 베르펠의 ≪거울인간≫, ≪야코보프스키와 대령≫, 프리드리히 헤벨의 ≪니벨룽겐≫, 슈테판 하임의 ≪6월의 5일간≫, ≪다윗 왕에 관한 보고서≫, 일제 아이힝거의 ≪더 큰 희망≫,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톨레도의 유대 여인≫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응용미학으로서의 드라마−쉴러의 <빌헬름 텔> 연구>, <신화의 구도 속에 나타난 현재의 정치적 상황−보토 슈트라우스의 드라마 <균형>과 <이타카>를 중심으로>, <최근 독일 문학의 한 동향−페터 슈나이더의 경우>, <베스트셀러의 조건−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의 경우> 등이 있다. 그 밖에 독일 표현주의 문학과 카프카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교수다.
차례
제1권
1부 제후들
2부 백성들
3부 유대인들
제2권
4부 공작
5부 다른 사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쥐스는 어린 소년 시절부터 자기 자신을 무한히 신뢰했다. 그럼에도 지금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떤 과제를 떠맡았으며, 얼마나 그것들을 쉽게 처리하는지 보고서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지금까지 유대계의 대금융인들이 엄청난 결정을 내리고, 대단한 권력을 쥐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음지에 몸을 숨기거나 그의 형처럼 기독교인이 됐다. 유대인 쥐스는 전 유럽인들 앞에서 외롭게 위험한 권력의 정상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고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아무리 날카로운 감시의 눈도 그의 의연한 모습을 흠잡지 못했다.
− 2부 <백성> 중에서
그녀는 지붕에 도착해서 숨을 몰아쉬면서 급히 후덥지근한 밤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따뜻하고 습기 찬 바람이 그녀를 품에 안고 앞쪽으로 내몰았다. 그녀는 뒤쪽에 귀를 기울였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두 팔을 뻗어 몸이 자유로운 걸 느꼈다. 숙부가 도왔던 것이었다. 이제 습기 찬 후덥지근한 바람이 짐승의 냄새와 숨결을 쓸어 가 버렸다. 그녀는 춤추듯 평평한 지붕의 가장자리 앞으로 걸어갔다. 숲속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가? 아버지의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한 깊은 음성과 걸걸하고 불쾌한, 그러나 위로가 되는 숙부의 음성. 그녀는 밤의 어둠을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짐승이 숨을 헐떡이고 저주하며, 계단을 쿵쾅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두려움이 없었다. 그때 숲에서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의 말들이 끄는 마차가 지붕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미끄러지듯 사뿐히 마차에 올랐다.
− 4부 <공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