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오소공은 연극과 삶, 그리고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을 표출하고 극을 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그가 유랑 극단 단원이라는 설정은 이 극이 스스로 연극임을 드러내는 기제가 되며 인생의 희로애락, 예술과 연극에 대한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극중극 상황에서 일제 하수인 ‘길 형사’가 연극을 저지하는 장면은 극 중 상황과 실제 상황을 의도적으로 혼동시킨 예다. 일제 강점기와 유랑이라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연극이 끊임없이 무대에 올라가듯, 인생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극 중 인물들은 각자 특징을 대변하는 이름을 쓰고 있다. 또한 이동하며 공연해야 하는 유랑 극단 성격에 맞게 극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온갖 극 형식을 시도한다. 시공간 변화는 회전 조명의 일종인 사이클로라마(cyclorama)를 사용해 표현했다. 기차 밖 풍경과 손수레를 끌고 이동하는 단원들의 모습, 사계절 변화를 담아내기에 알맞은 방식이다. 일제 강점이라는 현실을 비판하고 비정한 사회와 인간관계 문제를 다루면서도 ‘연극’을 통해 삶에 대한 애정 어리고 낙관적인 인식을 반영했다.
1971년 극단 가교가 국립극장에서 초연했다. 1998년 제1회 이근삼희극제에서 극단 뿌리가 김도훈 연출로 재공연하기도 했다.
200자평
해방 전 신파 유랑 극단의 삶을 형상화해 근대극 발달 과정을 조명하는 동시에 예술과 인생의 의미를 그린 작품이다. 막 구분이 없으며 극 중 인물들이 유랑 극단 배우라는 설정을 활용해 사실주의극과 가면극 등 다양한 극 양식을 선보인다.
지은이
이근삼은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46년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어 195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원을 졸업한 뒤 1966년 미국 뉴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미국에서 연극을 공부한 경험을 토대로 1960년 ≪사상계≫에 단막극 <원고지>를 발표하며 등단해 리얼리즘 연극이 주를 이루던 당대 한국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중앙대와 서강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1992년 예술원상, 2001년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2003년 별세했다. 대표작으로는 <원고지>, <국물 있사옵니다>, <流浪 劇團> 등이 있다.
차례
人物
流浪 劇團
<流浪 劇團>은
이근삼은
책속으로
만삭: 모르겠어요. 우리는 배운 것도 없어요. 그렇지만 단장님은 혼자서 시작했지요? 우린 둘입니다. 해 보는 거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아요? 저 구루마는 굴러야 합니다.
李世上: 좋다! 가 봐라! 어서!
만삭: 단장님!
李世上: 움직이라니까! 어서!
서지정보
발행일 2021년 2월 15일 쪽수 120 쪽
판형 128*188mm
, 210*297mm
ISBN(종이책) 9791128850608 04680
10800원
ISBN(EPUB) 9791128856297 05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