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온은 ‘이오니아’의 기원이 된 신화 속 인물이다. 출생 배경은 고대 그리스와 주변국 건설에 얽힌 크고 작은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아테네의 공주 크레우사는 아폴론의 강압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출산해 아이를 내다버렸다. 시간이 흘러 크레우사는 헬렌의 아들 크수토스와 혼인한다. 이후 오래도록 자식을 보지 못해 애태우던 부부는 신의 뜻을 듣고자 신전으로 향한다.
에우리피데스는 이온과 크레우사의 재회 과정을 그리면서 신들의 횡포로 고통 받는 인간들의 절규를 들려준다. 여성 인물의 성격화, 내면 묘사에 탁월했던 에우리피데스는 그 고통이 대부분 여성의 몫이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아폴론 신이여,
제발 권력을 남용하지 마세요.
제발 미덕과 선행을 추구하세요!
죄지은 사람은 신께 벌받는데,
신께서는 어째서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답니까.
(중략)
당신과 포세이돈, 제우스신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의 대가를,
여인들을 겁탈한 그 죄의 대가를 치르자면
신전의 금고가 바닥날 것입니다.
극은 데우스엑스마키나식 결말로 막을 내린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신이 등장해 모든 오해를 풀고 천륜을 거스를 뻔한 모자를 구한다. 그러나 이 마지막 장면에도 원흉 아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테네는 “너희가 비난할지 모르므로” 아폴론을 대신해 나서게 되었다고 말한다. 욕망하고 질투하고 방탕한 신들에 이어 에우리피데스의 ≪이온≫에선 인간의 비난을 두려워하는 비겁한 신을 보게 된다.
이후 이온의 자손들은 이오니아 4개 부족의 시조가 되었다.
200자평
아폴론의 아들 이온의 출생과 성장에 얽힌 이야기. 아테네 왕녀 크레우사는 아폴론의 강압으로 원치 않는 출산을 하고 아이를 내다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과 재회해 아테네로 귀환한다. 신들의 횡포를 폭로하고 원망하는 인간 에우리피데스의 솔직한 목소리가 담겼다.
지은이
에우리피데스(Euripides)
아이스킬로스(Aeschylos), 소포클레스(Sophocles)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원전 534년에 그리스에서 최초로 비극이 상연된 후, 기원전 5세기에 이르러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통해 그리스 연극은 전성기를 맞는다. 기원전 3세기까지의 그리스 고대극의 전통은 로마를 거쳐 유럽 전체에 퍼지며 서구 연극의 원류가 되었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과정에서 서구 연극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극작가다. 생애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고, 다만 부유한 지주 계급 출신이라는 점과 좋은 가문에서 상당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점 정도만 전해진다. 기원전 455년에 데뷔한 이후 92편에 이르는 작품을 집필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은 18편뿐이다. 기원전 408년경 아테네를 떠나 마케도니아에 머물렀고 2년 뒤에 사망했는데,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와 <바카이>는 이때 집필된 작품이다.
옮긴이
김종환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86년부터 계명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현재 한국영미어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5년에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을 받았고, 1998년에는 제1회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2006년에는 원암학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와 타자≫,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셰익스피어 작품 각색과 다시쓰기의 정치성≫, ≪인종 담론과 성 담론≫,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희극≫, ≪음악과 영화가 만난 길에서≫, ≪상징과 모티프로 읽는 영화≫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 20편을 번역했으며, 소포클레스의 작품 전체와 아이스킬로스의 현존 작품 전체를 번역했다. 최근 ≪길가메시 서사시≫를 번역했고, 현재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삽화
제2삽화
제3삽화
제4삽화
종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우리 여인들은 얼마나 비참한가!
신들은 우리 여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죄를 범했는가!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신들은 인간에게 필멸의 운명을 주었는데,
우리는 정의를 위해 누구를 의지할 수 있단 말인가?
-40쪽
우리는 나부끼는 바람에
영원히 이리저리 굴러간다.
기쁨에서 불행으로
불행에서 행복으로…
하지만 과거의 고통은 이제 모두 여기서 끝나라!
-167쪽